경험과 과학으로 만들어낸 맛집 고르는 법… ‘산골나그네’ 갈치맛에 산산이 무너지다
어찌어찌하여 홀로 낯선 지방에 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마침 끼니때가 되어 식당을 찾아봐야 할 경우 누구나 잠깐은 고민에 빠진다. 기왕이면 좋은 식당을 찾아 맛있는 음식이나 그 지역 특산 음식을 먹고는 싶은데, 영 자신이 없다. 좋은 식당 고르는 비결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나의 경우 아래와 같은 요령으로 식당을 찾으니, 독자들께서는 참고하기 바란다.
우선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고자 하나 전혀 정보가 없을 때는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면 대개 특산 음식, 좋은 식당을 안내해준다. 그러나 택시기사에게 묻기도 귀찮고, 그냥 한끼 짭짤하게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하고자 할 때는 ‘소거법’으로 스스로 식당을 찾아나선다.
첫째,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부근의 식당은 피한다. 오랜 경험으로 볼 때, 터미널이나 역 부근 식당들은 손님들을 뜨내기로만 보는지, 밥이나 반찬 모두 부실하다. 그러나 읍 규모의 작은 동네에는 대개 기차역 부근에 식당이 몰려 있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둘째, 메뉴가 지나치게 많은 식당은 피한다. 요즘과 같이 ‘전문성’이 각광받는 시대에 메뉴가 너절하게 많은 것은 아무것도 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메뉴 사이의 ‘인척관계’가 부적절한 식당은 피한다. 이것도 ‘전문성’의 문제다. 돈가스와 회덮밥을 함께 내놓는 식당, 설렁탕과 자장면이 같이 메뉴에 올라 있는 식당이라면 입으로 맛보지 않아도 뻔하다.
넷째, 식당 이름을 살핀다. 옥호에 전주·군산·광주·목포·순천 등 호남지역 도시 이름이 들어 있는 식당을 찾으면 의외로 성공적일 수 있다. 운전사들이 많이 가는 식당도 큰 실패가 없다. 또 먹고자 하는 음식과 식당 이름이 어울리는 곳이 좋다. 보신탕집 이름이 ‘나는 오늘도 춤을 추고 싶다’라면, 설렁탕집 이름이 ‘달마가 인사동에 온 까닭은’이라면, 일식집 이름이 ‘평화 만들기’라면 그 집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겠는가 곧 식당 이름이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과 미학적(味學的)으로 일치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식당 고르는 몇 가지 기준을 머리 속에 넣고 마지막으로 ‘술꾼 반세기’의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보면 아무리 낯선 곳에서라도 제법 먹을 만한 식당이 걸려든다.
나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대개 사무실이 이웃해 있는 친구 유재영 시인과 점심을 함께 하는데, 유 시인 또한 음식맛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유 시인은 나처럼 ‘과학적 추리’로 맛있는 집을 찾기보다는 문단의 폭넓은 교유관계로 이미 ‘개발된’ 맛있는 집을 잘 알고 있어 나의 음식 이야기 소재 찾기에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유 시인과 함께 무작정 점심 먹을 집을 찾아 걸어가다가 식당 이름이 ‘산골나그네’(02-717-8833, 715-9644)인 갈치조림 전문집을 발견했다. 갈치조림 전문인데 식당 이름은 ‘산골나그네’라 나의 ‘과학적 추리’로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유 시인이 들어가자고 우겨대고, 다른 식당 찾기도 피곤하여 그냥 들어갔다. 나는 그 집에 들어가 갈치조림을 시키고는 나의 추리에 의한 좋은 식당 찾기의 ‘과학성’을 유 시인에게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였는데, 아뿔싸 곧 갈치조림과 반찬들이 나온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서 매일매일 직송해오는 두툼한 갈치조림의 매콤한 맛에 더덕, 고춧잎, 무말랭이, 콩잎 장아찌 등 10여 가지 반찬이 더하니, 밥공기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그날 나는 갈치조림과 짭짤한 밑반찬으로 고슬고슬한 흰 쌀밥을 허겁지겁 입 속에 떠넣으면서도, 나의 좋은 식당 찾는 법의 허점을 다그치는 유 시인에게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로 응수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손님 팀별로 작은 솥에 밥을 따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므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김학민 ㅣ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사진/ ‘산골나그네’의 상차림. 제주에서 매일매일 직송해오는 두툼한 갈치조림에 더덕, 고춧잎, 무말랭이, 콩잎 장아찌 등 10여 가지 반찬을 곁들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