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원래 성인병이란 주로 성인과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주요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런 질병들이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나타나 심각한 의학적·사회적 문제점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각종 질병에 의한 2차적 요인, 산업화에 따른 생활습관과 식생활의 변화 등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는 어린이 성인병으로는 비만·고혈압·당뇨병·간장질환 등을 들 수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못 먹어서 생기는 영양실조가 많고, 선진사회에서는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영양실조가 많다. 비만증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영양실조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비만인구가 5년마다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만은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선포했다. 비만증이 있는 어린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는 물론 당뇨·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 비만아들은 흔히 ‘성인병 예비군’으로 비유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어린이 비만증은 전체 아동의 9%에서 19%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도비만증은 남자는 3배, 여자는 6배나 늘어났다. 어린이 비만증은 나이가 적을수록 치료가 쉽다.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고,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적고 짜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어른의 경우 고혈압은 다른 병과는 관계없이 발병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전체 고혈압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어린이들은 대부분이 다른 질환의 영향에 따라 2차적으로 생기는 이른바 속발성 고혈압이다. 원인을 없애면 근본치료가 가능하므로 발견하는 즉시부터 철저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린이 당뇨병은 어릴 때 발생하는 사실 이외에도 발생기전, 발생률, 임상증상, 합병증, 치료 등에서 성인 당뇨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어린이 당뇨병은 적절한 치료를 계속 받으면 아무런 지장 없이 평생을 지낼 수 있는 질환의 하나다.
어린이에서도 어른에서와 같이 여러 간질환에 걸릴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B형 간염은 나중에 만성 간염이나 간암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일단 걸리면 치료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시행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인병은 이미 성인만의 병이 아니다. 어린이 자신의 의지와 온 가족이 함께 동참해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이 어린이 성인병 추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