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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제대로 굶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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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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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금식은 몸과 마음에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다. 육체적 도움을 살펴보면 먼저 내장에 휴식을 제공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니까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부수고, 소화시키고, 양분을 흡수하는 내장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화기·순환기 계통 등 내장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것은 금식을 통해 요산이나 중금속 같은 유독성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장기의 정화작용을 꼽을 수도 있다. 몸 속에 새로운 음식물은 집어넣지 않으면 영양분을 흡수하는 계통의 장기들은 휴식을 취하며 노폐물을 제거하거나 배설하는 장기들은 계속 활발하게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아 있는 찌꺼기를 체외로 깨끗이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 혈액 내 화학성분들이 균형을 되찾기도 한다. 불규칙한 식사·편식·포식 등의 불량한 식생활로 일시적으로나마 불균형을 이루었을지 모를 혈액 성분들이 금식을 통해 다시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도 있다.

금식은 체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금식으로 체중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금식은 정신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마음과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나면 우리 몸의 에너지가 소화기 계통에 집중되어 몸이 나른하고 졸립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동안에는 머리가 맑아진다. 이것이 수도자나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금식을 하는 주된 이유다. 극기를 통한 자기 강화, 인체의 자생력 활성화, 약물 복용 의존도의 저하, 편안한 수면의 유도 등도 금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에 속한다.

이처럼 금식이 다양한 형태로 육체·정신적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단한 착각이며 큰 오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식을 장기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악성종양(암), 당뇨병, 활동성 결핵, 임신 중이나 수유기에 있는 산모, 전신 건강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져 있을 때, 염증을 비롯한 급성 질병이 진행되고 있을 때, 소모성 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때, 특정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을 때, 특히 인슐린(당뇨병 치료제), 디지탈리스(심장병 치료제), 스테로이드(부신피질 호르몬), 페니실린(항생제)을 사용할 때 등이 포함된다. 건강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어야 하지만, 굶는 것도 제대로 굶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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