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년 맞아 축제 여는 재즈동호회 재즈패밀리… 온라인에서 뭉쳐 함께 보고 싶은 공연 만들어
얼마나 재즈를 좋아하기에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공연까지 기획하는가 싶어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우린 마니아 아니에요, 마니아 싫어해요.”
재즈를 엄청 좋아한다면서, 콘서트까지 기획한다면서 마니아가 아니라니 인터넷 재즈동호회 재즈패밀리(www.jazzfamily.com) 최용석(33·인하대 자원공학과 박사) 대표는 이내 폭포수처럼 말문을 텄다.
재즈가 좋은 1만6천여명의 회원
“우리나라에서 재즈 마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미국 메이저리그만 높게 치고, 한국 야구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아요. ‘재즈는 한국에서 할 게 아냐’ 이런 식이죠. 하지만 이런 마니아들 모임 가보면 얼마나 공허한데요. 외국 뮤지션 음반 틀어놓고, 와인이나 발렌타인 마시면서 멀뚱멀뚱 음악 듣다가 어느 누군가가 소설 같은 이야기를 굉장히 중요한 지식인 양 일장연설 늘어놓으면 맞장구치는 게 대부분이에요.” 2000년 2월9일 창립한 재즈패밀리가 3년 만에 1만6천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즈동호회로 성장한 것은, 이처럼 소수 마니아를 위한 모임으로 반경을 좁히지 않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동호회를 시작한 최 대표는 다른 동호회처럼 음반을 통한 음악감상회를 할 것이 아니라, 뮤지션들의 고통과 희열을 직접 느껴볼 것을 제안했다. “모여서 클럽도 가고 콘서트도 보자고 했죠. 즐겁게 공연 보고 스트레스 풀자고.”
왕초보도 구박하지 않는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덕에 재즈패밀리는 문을 연 지 4달 만에 회원이 1천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점점 한꺼번에 100명 이상 대규모로 관람할 수 있는 클럽을 찾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뮤지션을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000년 7월 처음으로 자체 기획한 콘서트를 올리고 나자 자신감이 붙었다. 연주자 섭외는 물론 사진·비디오 촬영, 티켓관리, 자리배치, 배경음악 편집, 무대진행, 포스터·티켓 디자인 등 연주에 필요한 일 모두 운영진 20여명이 함께 손발을 맞춰나갔다. 아마추어 동호회라 각각 다른 직업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큰 자산이 됐다. 공연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신관웅·박성연·임헌수·정말로·웅산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뮤지션 60명이 재즈패밀리의 무대를 거쳐갔다. “처음에는 그저 대견스러워서 무대에 서줬던” 뮤지션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재즈를 사랑하는 아마추어들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와~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
초보도 좋다, 함께 즐기자
2월15일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재즈패밀리의 3돌맞이 기념 페스티벌이자 자체 기획한 15번째 무대. 남영국·신현규·민경인으로 구성된 ‘MNS트리오’와 ‘신광식 쿼텟’, 보컬 최선녀·임경은이 축하 무대를 꾸미고, 재즈패밀리 회원 중 재주 많은 이들은 해금·피아노 연주와 모던발레를 선보인다. 커뮤니티의 역사를 돌아보고 뮤지션들의 축하 인사를 담은 동영상물도 틀어준다.
올 봄엔 재즈패밀리를 레이블로 삼은 음반을 낼 예정인 최 대표는 일반인들에게 재즈를 교육하는 재즈아카데미, 뮤지션들의 음악과 생애를 기록한 재즈백서 등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머릿속에 꽉 차 있다고 즐거워했다(공연문의 02-337-6841).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재즈패밀리 회원들은 마니아임을 거부하며 참여의 폭을 넓혔다. (박승화 기자)
“우리나라에서 재즈 마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미국 메이저리그만 높게 치고, 한국 야구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아요. ‘재즈는 한국에서 할 게 아냐’ 이런 식이죠. 하지만 이런 마니아들 모임 가보면 얼마나 공허한데요. 외국 뮤지션 음반 틀어놓고, 와인이나 발렌타인 마시면서 멀뚱멀뚱 음악 듣다가 어느 누군가가 소설 같은 이야기를 굉장히 중요한 지식인 양 일장연설 늘어놓으면 맞장구치는 게 대부분이에요.” 2000년 2월9일 창립한 재즈패밀리가 3년 만에 1만6천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즈동호회로 성장한 것은, 이처럼 소수 마니아를 위한 모임으로 반경을 좁히지 않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동호회를 시작한 최 대표는 다른 동호회처럼 음반을 통한 음악감상회를 할 것이 아니라, 뮤지션들의 고통과 희열을 직접 느껴볼 것을 제안했다. “모여서 클럽도 가고 콘서트도 보자고 했죠. 즐겁게 공연 보고 스트레스 풀자고.”

사진/ 재즈패밀리는 뮤지션을 초청해 자체 콘서트를 마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