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발상으로 정신·육체적 건강 유지… “당신은 바쁠 때 더욱 건강해지네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따금 나를 보고 “무척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면 나는 가벼운 웃음으로 말 없이 동의하곤 한다. 지금껏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게 아파본 적 없고, 평소 건강관리에 거의 신경쓰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살아왔으니 건강하긴 건강한 모양이다. 어찌 부모님의 무한한 은덕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그것만이 건강한 원인의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은 바쁠 때 더욱 건강해지네요”. 이것은 내가 어떤 일에 몰두해 정신없이 바쁠 때 아내가 나에게 가끔 하는 말이다. 문득 아내의 이 말 속에 건강의 비법이 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지난 40년 가까이 주로 정부를 비롯한 공직에서 일해왔다. 그러는 동안 나는 바쁜 직책을 맡았을 때는 늘 건강했고, 한직에 있었을 때는 상대적이지만 그렇지 못했음을 기억한다.
40대 중반 무렵이었다. 나는 분기별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위시한 각계 기관장 200여명이 참석하는 ‘기술진흥확대회의’를 주관하는 국장직에 있었다. 안건을 준비하고 직접 보고해야 했기 때문에 일년 내내 편히 쉴 수 없었다. 내 생애 가장 바쁜 시절이었지만 건강은 그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 뒤 50대 중반이 되었을 때다. 정부에서 퇴직해 어느 국책연구기관의 고문직을 맡았고, 그 뒤 3~4년 나의 건강은 최저수준이었다.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잃고 있던 그 무렵의 나는 의욕도 활기도 가질 수 없었다. 60대인 지금은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사회문화적 기반을 조성하는 일, 오랫동안 내가 하고 싶은 과학문화 창달업무를 할 수 있기에 나의 건강은 다시 40대처럼 되살아남을 느낀다.
몇년 전 하루야마 시게오라는 일본인 의사가 쓴 <뇌내혁명>이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좋다, 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등의 긍정적인 ‘플러스발상’을 계속하면 뇌에 좋은 호르몬을 분비시켜 사람의 의욕 고취, 인내력과 창의력 강화, 건강 증진 등에 도움을 준다. 반면 부정적인 ‘마이너스 발상’을 자꾸 하면 의욕 상실, 면역력 약화, 건강 저하 등의 해로운 작용을 한다.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 같은 정신적 관념과 육체적 건강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잘 말해준다. 이러한 뜻에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주장의 역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이리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사회적으로 건강할 때 참된 건강이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면서 보람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때,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고 능률을 최대한 높이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때 아무리 바쁘더라도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사회적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다운 일을 위해 완전연소하고, 그러고서 완전휴식하고, 다시 완전연소하는 생의 역동적 연속선상에서 참된 건강을 누릴 수 있으리라.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