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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생의 가을 ‘장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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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2-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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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어떤 사람이 아주 무딘 도끼로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아무리 찍어도 나무는 잘 베어지지 않았다. 이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 노인이, 비지땀을 흘리며 무지막지하게 나무를 패는 젊은이에게 한마디했다. “여보게 젊은이, 그 도끼를 좀 갈아 날을 세우고 찍으면 훨씬 쉬울 것 아니오”라고. 그랬더니 나무꾼이 “지금 내가 도끼를 갈 시간이 어디 있소” 하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쉬지 않고 찍어댈 줄만 알지 날을 가는 틈은 낼 줄 모른다. 내가 쉬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그러면서도 휴식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내가 쉴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이 들 때다.

사람의 일생은 일년의 사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봄과 같고, 혈기왕성한 청년기는 여름과 같고, 일생의 결실을 이루는 중·장년기는 가을과 같고, 조용히 다음 세대를 준비해주는 노년기는 겨울과 같다. 특히 동양의학적 관점으로 사람의 일생을 견주어보면 더욱 그러한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가을은 떨어짐(降), 성숙함(熟), 거둠(收), 건조함(燥), 슬프고 우울함(悲憂)에 해당한다. 가을은 안으로 뭉치고, 품안에 끌어안고, 한데 긁어모으고, 가라앉는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인생의 가을인 중·장년은 축적의 시기이고, 욕심이 가장 많은 시기이며, 비만이 생기기도 쉽고,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시기다.

최근에는 중·장년의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중·장년은 불안하게 매일매일을 때워나가는 과로사 예비군들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년 건강의 이상징후는 두통, 소화불량, 눈의 침침함, 피로 등 일상적인 데서 먼저 나타난다. 성인병의 원인이자 돌연사의 주범이 되는 고혈압·동맥경화·당뇨병 등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 성인병이 생활습관에 기인하기 때문에 생활습관 병이라고도 한다. 나쁜 습관이란 과도한 음주와 흡연, 정신적 스트레스와 영양과잉, 운동부족 등을 말한다. 간질환, 췌장질환, 대장질환, 헬리코박터균 위장질환, 상복부 비만도 중년 남성에게 매우 걱정되는 질병들이다.

중년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해야 하며,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경쟁 위주의 삶과 성취 지향형 삶의 방식을 피하고, 자족적 삶의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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