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마음의 화를 풀어라

445
등록 : 2003-01-29 00:00 수정 :

크게 작게

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우리는 마음속에서 불(火)처럼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화가 난다”고 하며, 이런 감정이 밖으로 발산되지 못하고 속에 억제되어 울체(鬱滯)된 상태로 있을 때 “울화(鬱火)라고 한다. 이렇게 속에 쌓였던 화가 발산될 때 “울화통이 터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몸의 오감(五感)은 강도를 높이면 모두 통증으로 나타난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눈이 아프고, 소리가 너무 크면 귀가 아프고, 냄새가 너무 강하면 코를 찌르고, 온도가 너무 차거나 뜨거워도 아픔을 느낀다. 이처럼 감정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정도가 심해지면 화(火)가 되거나 화를 악화시킨다.

동양의학에서는 일곱 가지 감정(七情)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여기에는 즐거움(喜), 노함(怒), 슬퍼함(悲), 근심함(憂), 염려함(思), 놀라움(驚), 두려워함(恐)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심해지면 화병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사람은 항상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욕심을 채우지 못하면 불만스러운 응어리를 남기게 된다. 이 불만의 응어리를 우리는 한(恨)이라 부르며, 풀리지 않은 한이 자꾸 축적되면 심신의 이상반응으로 나타난다.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 이를 임상적으로 심화증(心火症)이라고 하며, 별명으로 화병(火病)이라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몸과 마음, 행동 등으로 드러난다. 신체적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요통, 경부통, 두통, 심계항진, 호흡곤란, 이상감각, 빈뇨, 생리불순, 알레르기 등이 있다. 정서적으로는 불안, 우울, 분노, 긴장, 자기비하 등이 생길 수 있다. 행동으로는 수행능력 저하, 건망증, 식욕의 변화, 수면장애, 약물남용 등이 생길 수 있다. 화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노여움, 두려움, 놀라움, 슬픔, 우울, 염려 등이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오래 쌓이는 것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가벼운 화병의 경우에는 즐거움(喜)으로 발산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깊고 큰 한(恨)에서 비롯되는 화병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요즘 한국적인 화병(火病)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병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는 우리나라의 동양의학자와 서양의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어쩌면 동시에 같이 풀어야 할 한(恨)인지도 모른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