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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마음을 다스려 평정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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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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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오르며 생각 가다듬고, 반신욕 통해 쌓인 피로 풀어

22일의 선거운동 기간에 내가 이동한 거리는 대략 7300km 정도 된다. 물론, 전국을 걸어서 돌아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차량과 비행기로 이동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목소리 높여 유세를 하는 것은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한국사회에 한번도 없던 사람냄새 나는 진보정치·진보정당을 국민 속에 뿌리내려야 하는 책임감을 느낄 때 중압감이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대선기간 내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중압감’이었다.

사실 내겐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건강비법이 없다. 오히려 남들이 “그렇게 건강을 유지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배울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굳이 나만의 건강법을 얘기한다면 마음을 다스리며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내가 이제껏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일들은 어지간히 마음을 다잡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들이었다. 1988년 언론노조 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며 2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과 총파업을 진행했을 때도,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로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릴 때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내게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건강비결일 수밖에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등산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평소 생활 속에서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틈틈이 산에 오르고 나를 추스르며 생각을 가다듬는 것과 견줄 수 없다. 만나는 사람이 많고 투쟁현장에 계속 다니다 보면 현실에 매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 ‘등산’이라는 말보다는 ‘입산’이 더 어울릴 듯하다. 대선 전에는 아내와 함께 집 뒤쪽에 있는 대모산에 자주 갔다. 요즘은 전국순회강연을 다니는데, 짬짬이 당원·지역주민들과 함께 산에 든다. 얼마 전 광주에 갔을 땐 무등산에 올랐다.


산행을 통한 평정심 유지를 건강의 첫자리에 둔다면, 쌓인 피로를 푸는 ‘반신욕’은 두 번째 자리에 있다. 언론에 몇번 소개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주위의 참모들이 말릴 정도로 내 스케줄은 빡빡하다. 후대들을 좀더 나은 세상에서 빨리 살게 하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피곤이 쌓이고 아내의 핀잔도 함께 늘어난다. 이번 대선기간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고 강행군을 하면서도, 일정을 소화하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반신욕’ 덕분이다.

이제 내 나이 60이다. 생을 뒤돌아보고 여생을 즐기기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1970년 한 ‘아름다운 청년’의 죽음이 나를 뒤흔들어 지금의 신념을 가지게 했듯, 나는 나를 태워 ‘인간다운 정치’를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이런 ‘욕심’이 고난과 역경의 강행군을 해온 내 삶에서 건강 유지의 최고비결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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