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정력제에 속지 말라

444
등록 : 2003-01-22 00:00 수정 :

크게 작게

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80살에 자식을 본 정력가로 알려진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분에게 “장수와 정력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특별한 비결은 없소”라고 대답했다. “매일 즐겨 잡수시는 것은 주로 어떤 것들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밥·국·찌개·김치·나물… 뭐 그런 것들이오”라고 말했다. “그러면 절대로 안 잡수시는 게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인삼·녹용·보약 같은 것은 절대로 먹지 않소”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람의 본능 중 식욕이 으뜸이요, 성욕이 그 다음이다. 이 말은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의 첫 번째로 강한 본능이 성욕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어떤 이는 정력이 곧 성욕인 것처럼 생각하고, 어떤 이는 성욕이 정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욕이 강한 사람을 정력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한없이 정력을 추구하고, 또 정력에 좋다는 말만 들으면 무엇이든지 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무슨 특별한 약이나 식품을 먹는다고 정력만 두드러지게 왕성해지는 법은 없다. 물론 잠시 성적 흥분상태를 야기시킬 수는 있다. 이런 것은 본래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온 건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특수 식약품을 먹었을 때 생기는 생리적 반응을 스스로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이미 충분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런 식약품이 정상 이상의 정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치 해열제 아스피린이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체온을 내리는 작용을 하지만, 체온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아무런 체온 강하 작용도 일으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약을 먹는다고 누구나 ‘초인간’(superman)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력의 샘인 참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냥 상식적인 건강수칙(건강 오계명)을 준수하기만 하면 된다. 제대로 먹어야 하고, 제대로 숨쉬어야 하며, 제대로 잠을 자야 하고, 제대로 운동해야 하고, 제대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우리나라 옛 어른들의 가르침 속에는 ‘허심합도 이도요병’(虛心合道 以道療病) 즉 “마음을 비워 도를 이루고, 이 도로써 병을 치료한다”라는 말이 있다. 평범한 상식 속에서 비결을 찾아내는 사람이 참건강을 얻을 수 있고, 참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정력을 샘솟게 할 수 있다. 정력도 지혜로운 사람의 몫이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