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사용 늘면 식물 생장에 악영향… 요동치는 생태계의 복잡한 얼개 주목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 환경생물학자 폴 애칠러스와 그의 동료들은 기후변화가 미래의 지구에 끼칠 영향에 대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그것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늘어날 이산화탄소 배출이 종전 믿음과는 달리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농업과 삼림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왜냐하면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면 식물들에게 필요한 주요 원소인 탄소 공급을 증대시키고 그에 따라 식물이 더 빨리, 왕성하게 자라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재스퍼 리지 글로벌 체인지 프로젝트(Jasper Ridge Global Change Project)라는 3년간에 걸친 생태적 규모의 실험을 통해 정반대 예측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새로운 결과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농업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과거처럼 한 가지 요소를 떼어놓아 단일원인이 결과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생태계 전체에 일으킬 복잡한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189에이커(약 145만평)에 이르는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초지를 대상으로 100년 동안 기후변화에서 나타날 수 있는 4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적용시켰다. 그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배 증가, 약 1.1℃의 온도 상승, 약 50%의 강우 증가 그리고 화석연료 사용의 부산물로 증가할 질소침전 등의 요인이었다. 이러한 모든 요인들을 적용한 결과 식물 생장이 오히려 위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다른 요인이 증가할 경우, 에이커당 식물 생장률이 84% 증가했지만, 이산화탄소를 적용하면 증가율은 40%로 줄어들었다. 되풀이되는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4가지 요인을 다양한 조합으로 바꿔 적용했지만, 이산화탄소 증가가 포함된 조합은 늘 급격한 성장률 저하를 나타냈다.
토양 속에 들어간 탄소가 영향 끼쳐
그렇다면 일반적 추측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연구팀도 다른 요인을 모두 배제하고 이산화탄소 증가라는 요인만을 적용했을 때는 작물과 삼림의 성장증가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증가가 기후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4가지 요인을 고려했지만, 실제로 100년 뒤에 나타날 변화는 그보다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결과가 어떤 원인에서 기인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토양 속에 들어간 과도한 양의 탄소 때문에 미생물이 식물의 생장을 억제할 가능성을 지적했을 뿐이다. 탄소가 증가하면서 인이나 칼륨 같은 다른 요소를 둘러싼 경쟁이 오히려 격렬해지고, 이런 원소를 둘러싼 경쟁에서 미생물이 식물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탄소 증가가 식물 성장에 유리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가정이 얼마나 단선적인 것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가능한 한 넓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실험을 계속하며 생태계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실험 계획을 세웠다. 다시 말해 실험실이나 제한된 포장실험이 일으킬 수 있는 인위적 통제요인들을 없애고, 이산화탄소 증가의 직접적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이 낳을 수 있는 부산물을 최대한 변수로 포함시켰다. 기후는 아직 과학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인류는 해마다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슈퍼 컴퓨터로도 일주일 앞의 날씨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각 나라는 저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지만 아직은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후가 워낙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는 전형적 복잡계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 시스템을 어느 한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라는 요인만 해도 아직까지 그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과 같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결과인지, 아니면 지구의 장기적인 온도변화 패턴의 일부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더구나 기후처럼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그 결과라는 식의 설명이 아예 불가능하다. 무수한 요인이 문자 그대로 떼려야 뗄 수 없이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탄소·질소·인과 같은 물질적 요소와 함께 미생물에서 인간에 이르는 1천만종이 넘는 생물들, 그리고 지구뿐 아니라 태양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뒤얽혀 있다. 우리는 극히 최근에서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와 에너지대사의 복잡한 관계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한 가지 원인을 밝혀내고 그 원인을 전체 시스템에 적용시켜온 지금까지의 과학적 접근방식으로는 영원히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생태계라는 것이다. 더 이상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말라 우리는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면 그것을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작은 지식을 얻을수록 우리의 이해나 기술(記述)을 넘어서는 무엇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생태계와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날마다 4만종이 넘는 생물들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물질대사 측면에서 생물 이외의 무생물과도 밀접한 연결망을 이루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많은 생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식물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요소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언제 그것을 밝혀내고 기후변화에 대처한단 말인가 그러나 해법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생태계 메커니즘을 낱낱이 밝혀내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더 이상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으면 생태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과학자들도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서 교란요인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난 수십억년 동안 스스로를 유지해온 생태계가 입증한다. 김동광/ 과학저술가·과학세대 대표

사진/ 문명의 이기들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도심에 홍수를 이루고 있는 자동차들(좌)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식물(우)의 생장을 방해한다. (좌: 한겨레 김진수 기자, 우: 한겨레21 강재훈 기자)
그렇다면 일반적 추측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연구팀도 다른 요인을 모두 배제하고 이산화탄소 증가라는 요인만을 적용했을 때는 작물과 삼림의 성장증가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화석연료 사용증가로 인한 이산화탄소 농도증가가 기후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4가지 요인을 고려했지만, 실제로 100년 뒤에 나타날 변화는 그보다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결과가 어떤 원인에서 기인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토양 속에 들어간 과도한 양의 탄소 때문에 미생물이 식물의 생장을 억제할 가능성을 지적했을 뿐이다. 탄소가 증가하면서 인이나 칼륨 같은 다른 요소를 둘러싼 경쟁이 오히려 격렬해지고, 이런 원소를 둘러싼 경쟁에서 미생물이 식물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탄소 증가가 식물 성장에 유리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가정이 얼마나 단선적인 것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가능한 한 넓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실험을 계속하며 생태계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실험 계획을 세웠다. 다시 말해 실험실이나 제한된 포장실험이 일으킬 수 있는 인위적 통제요인들을 없애고, 이산화탄소 증가의 직접적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이 낳을 수 있는 부산물을 최대한 변수로 포함시켰다. 기후는 아직 과학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인류는 해마다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슈퍼 컴퓨터로도 일주일 앞의 날씨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각 나라는 저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지만 아직은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한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후가 워낙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는 전형적 복잡계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 시스템을 어느 한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라는 요인만 해도 아직까지 그 원인이 화석연료 사용과 같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결과인지, 아니면 지구의 장기적인 온도변화 패턴의 일부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더구나 기후처럼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그 결과라는 식의 설명이 아예 불가능하다. 무수한 요인이 문자 그대로 떼려야 뗄 수 없이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탄소·질소·인과 같은 물질적 요소와 함께 미생물에서 인간에 이르는 1천만종이 넘는 생물들, 그리고 지구뿐 아니라 태양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뒤얽혀 있다. 우리는 극히 최근에서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와 에너지대사의 복잡한 관계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한 가지 원인을 밝혀내고 그 원인을 전체 시스템에 적용시켜온 지금까지의 과학적 접근방식으로는 영원히 설명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생태계라는 것이다. 더 이상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말라 우리는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면 그것을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작은 지식을 얻을수록 우리의 이해나 기술(記述)을 넘어서는 무엇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생태계와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날마다 4만종이 넘는 생물들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물질대사 측면에서 생물 이외의 무생물과도 밀접한 연결망을 이루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많은 생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식물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요소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언제 그것을 밝혀내고 기후변화에 대처한단 말인가 그러나 해법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 생태계 메커니즘을 낱낱이 밝혀내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더 이상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으면 생태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과학자들도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서 교란요인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난 수십억년 동안 스스로를 유지해온 생태계가 입증한다. 김동광/ 과학저술가·과학세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