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예품을 예술로 승화하는 사람들을 담은 서헌강의 <무형문화재 사진 초대전>
우리 옛 목가구의 이음새를 보강하거나 여닫고 잠그는 금속제 장식인 장석을 만드는 기술자를 두석장이라고 한다. 오늘날 목가구의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두석장을 필요로 하는 일 역시 흔치 않다. 하지만 두석장 없이는 목가구를 만들 수 없다. 요긴하면서도 배고픈 일이다. 진흙을 구워 지붕을 잇는 기와를 만드는 장인인 제와장 역시 마찬가지다. 손으로 만드는 기와가 워낙 비싼 탓에 요즘 짓는 궁궐들은 대부분 기계로 찍어낸 기와를 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안 된다고 대가 끊겨선 곤란하다. 그래서 제와장 한형준 선생(중요무형문화재 91호)은 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당신 집엔 시멘트 기와를 올리면서도 평생 기와 굽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외길 고집하는 48명의 명인
우리가 흔히 전통 공예·음악·무용·연극·놀이 등을 통해 혼맥을 잇는 무형문화재를 가리켜 ‘인간문화재’라고 할 때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제 길을 가는 고집에 대한 ‘인간적 감탄’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가 서헌강씨가 2003년 1월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형문화재전수회관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얼굴’전에는 외길 고집을 꺾지 않고 수십년을 바쳐온 인간문화재 4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베트남 난민, 고엽제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 카메라를 들이밀어온 서씨가 ‘우리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샘이 깊은 물> 기자로 일하면서부터다. 이후 문화재청 등에서 기획한 해외 문화유산 기록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관심의 폭과 깊이를 더해갔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지난 7년 동안 틈틈이 만나온 무형문화재들의 인물사진으로 “품위가 있으면서도 친숙한 표정을 싣고자”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돼도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 지정된 문화재들은 단지 명예직에 머물러 실직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의 공예품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해 작품판매가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 생활이 넉넉지 못합니다.”
서씨는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한우물을 파온 이들을 과감한 앵글로 잡아내 마치 스타와도 같은 대접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한산모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거나 배꼽을 내민 채 탈을 들고 선 사진 속 주인공들은 다채로운 포즈를 취하며 재미난 구도를 보여준다. 얼굴을 주제로 내세웠지만 실루엣만을 나타내는 등 대담한 구도를 사용했다. 그러나 클로즈업된 렌즈를 거리낌 없이 응시하는 이들의 얼굴은 어딘가 굳어 있다. 지나치게 당당한 표정은 한편으론 카메라의 인위적인 포착이 못내 부담스러워 보인다.
이 전시회엔 단지 사진만 나오지 않는다. 문화재보호재단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 직접 만든 명품을 선보인다. 무형문화재들이 워낙 고령이고 전시를 기획해온 시간이 7년이나 됐기 때문에 전시품 가운데는 그 동안 세상을 떠난 분의 흔적이 돼버린 것이 있어 안타까움을 전한다. 경대·책상·장롱 등을 만드는 소목장 천상원 선생은 생전 모습이 서씨의 필름에 담긴 지 몇달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천 선생의 경대를 비롯해 윤도장 김종대 선생의 나침반 등 평소 보기 힘든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문의 02-566-5951).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망건장 이수여 선생과 그가 만든 망건.

사진/ 제와장 한형준 선생과 그가 만든 기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