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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수를 높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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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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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 마련한 2003년 상반기 문화 캘린더… 놓치면 후회할 연극·클래식·재즈 등 줄이어

새해가 밝았다. 올해엔 월드컵도 대선도 없지만 무대 위는 다양한 공연들로 ‘시끌벅적’하다. 연극·클래식·재즈·춤 등 <한겨레21>이 짠 문화 캘린더를 따라가보자.

연극
익살 연기를 즐겨볼까

사진/ <리체데이>
광대극의 웃음으로 한해를 열어젖히자. 1월과 2월 잇따라 러시아 마임컴퍼니 ‘리체데이’와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가 한국을 찾는다. 1970년대 슬라바 폴루닌이 창단한 ‘리체데이’는 피에로 광대극에 코미디와 비극을 결합했다. 화려한 무대와 다채로운 소품, 익살스럽고도 기상천외한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푸른 카나리아’, ‘날아다니는 모자’ 등 모두 25가지의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1월16~25일 한전아츠풀센터. 548-4480~2. ‘스노우쇼’는 슬라바 폴루닌이 그의 작품 중 핵심적인 것만을 뽑아 정형화한 마임극이다. 광대가 받은 한장의 러브레터가 한송이 두송이 눈이 되어 머리 위로 내리고, 마침내 거대한 눈보라가 되어 객석에 휘몰아치는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2월12~23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올해 개관 15돌을 맞는 예술의전당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로 비중 있는 무대를 연다. 러시아 연출가 유리 부드소프와 박지일·김호정 등 국내 배우들이 펼치는 <보이체크>는 미완성 원작의 빈 곳을 신체적 움직임으로 채워 부·권력에 억눌린 현대인의 초상화를 완성시켰다. 1월14일~2월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사진/ <스노우쇼>
2003년 공연테마를 ‘아방가르드’로 정한 LG아트센터는 해외의 아방가르드 예술가 리더를 초청하는 야심찬 기획을 마련했다. 4명의 배우로 이뤄진 러시아 극단 ‘데레보’는 회전무대 위에서 천국과 지옥,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신곡>을 선보인다. 2월5~9일. 로베르 르파주의 <달의 저편>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아파트를 정리하며 아들 형제가 벌이는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를 달을 둘러싸고 우주경쟁을 벌이던 미-소 대립에 빗대 풀어낸다. 첨단 프로젝션과 특수효과로 일상적인 아파트 공간이 순식간에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테크놀로지의 사용이 절묘하다. 3월13~15일. 02-2005-0114.

클래식
슈베르트 듣고 야외 오페라로

사진/ <투란도트>
서정적이면서도 유려한 슈베르트의 선율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호암아트홀은 1~11월 5차례에 걸쳐 ‘이경숙의 슈베르트페스티벌’을 연다. 우리나라 피아노계의 대표주자 이경숙은 정명화(첼로), 김남윤(바이올린), 신수정(피아노), 김관동(바리톤) 등 오랫동안 음악적 교분을 쌓아온 ‘동지’들과 함께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소나타를 비롯해 실내악곡과 기악곡을 들려준다. 1월16일, 3월20일, 5월15일, 9월25일, 11월20일. 02-751-9606.

세계적인 바이올린 주자 길 샤함과 초량 린이 내한해 세종 솔로이스츠와 함께 연주한다. 세종 솔로이스츠의 음악감독 강효길은 샤함의 스승이며 초량 린의 줄리어드 동료이다. 지인들끼리의 음악적 호흡이 돋보일 무대다. 3월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벚꽃 날리는 봄은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감동으로 저문다. 98년 자금성에서 공연돼 세계적 주목을 받은 <투란도트>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무대를 찾는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 오페라로, 얼음처럼 냉혹한 중국의 공주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끼를 타타르 왕자 칼라프가 풀어 사랑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연출은 역시 장이머우 감독이, 지휘는 페루지아 국립음악원 교수인 카를로 팔레스키가 맡는다. 오페라 공연사상 최대 제작비인 50억원을 들여 중국과 이탈리아 현지에서 직접 디자인된 높이 25m 폭 80m의 초호화 무대 세트를 올린다. 투란도트 역은 마리아 드라고니와 데 마이오 카프릴리가 맡고, 칼라프는 알베르토쿠피도와 니콜라 마르니투치가 맡는다. 4월15~20일. 02-3473-7635.

프랑스에서 매년 펼쳐지는 뮤직 알프 페스티벌이 9월 첫쨋주 호암아트홀 무대로 옮겨온다. 뮤직 알프 페스티벌에서 공동으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옹은 조영창, 필립 뮬러, 양성원, 프랑스 헬머슨 등 20여명 정상급 연주가를 초청해 1주일 동안 ‘첼로’를 주제로 실내악 페스티벌을 연다. 02-751-9606. 우리나라 성악가 최초로 EMI와 한국 가곡 녹음 계약을 맺은 홍혜경이 음반 작업을 마친 뒤 국내 무대에 선다. 세계시장에 우리 선율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한국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 9월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20-6633.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프로코피예프 서거 50돌을 기념해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모두 5곡을 이틀 동안 선보일 ‘프로코피예프 사이클’에선 라벨, 스크랴빈 등에서 보여준 로맨티시즘과는 달리, 진지한 탐구자로서 강렬하고 대범한 태도를 선보인다.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루카 파프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10월23·25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월드뮤직·재즈
아카펠라 진수를 들으시죠

사진/ 할렘흑인영가단
흑인영가는 19세기 초 흑인 노예들 사이에서 널리 불린 민요다. 핍박받던 흑인들의 한맺힌 내면세계가 단순한 선율과 풍요로운 화음 속에 잘 녹아 있다. 흑인영가의 권위자 린다 트와인과 그녀가 이끄는 ‘할렘 흑인영가단’은 타악기 연주와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 혼성 6인의 가스펠적인 성량으로 흑인 특유의 ‘흥’과 ‘한’의 정서를 풀어낸다. 2월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월12일 호암아트홀. 02-751-9606.

재즈·리듬앤드블루스·팝 부문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선정돼 그래미상을 다섯번이나 수상한 알 자로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우리나라엔 80년대 중반 텔레비전 시리즈 <블루문 특급>의 주제가 <문라이팅>(Moonlighting)의 목소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새로 발매한 음반 <올 아이 갓>(All I Got)에 실린 곡들과 함께 <애프터 올>(After all), <부기 다운>(Boogie Down) 등 베스트 음반에 담긴 곡들을 들려준다. 3월4일 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홀, 3월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20-6633.

5월엔 스웨덴의 재즈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을 만난다. 각자 왕립음악원에서 탄탄한 음악실력을 쌓아온 이들은 팝과 재즈, 포크를 막힘없이 오가며 탁월한 편곡솜씨로 자연스럽게 화성적인 영감을 표현한다. 노래를 들으면 아침의 상큼함과 편안함, 어깨가 들썩이는 듯한 정감이 묻어난다. 5월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탱고음악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함께 그의 퀸텟에서 10년 넘게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파블로 지글러가 1년 만에 팬들 곁에 다시 온다. 피아노·드럼·기타·베이스 등으로 구성된 지글러의 퀸텟은 즉흥연주를 강조하면서 탱고보다는 재즈적인 요소를 중시한다. <오블리비온> <리베라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봄> 등을 들려준다. 10월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대머리 백조가 나온다네

사진/ <백조의 호수>
기존의 해석을 뛰어넘는 두 가지 버전의 <백조의 호수>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발레리나들만 입는 무용복 ‘튀튀’를 남자 무용수들이 입고, 대머리 백조가 등장하는 쿨베리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마츠 에크의 안무로 유머러스한 발레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집착이 강한 지그프리트 왕자가 검은 백조가 흰 백조의 또 다른 일면일 뿐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 누구도 철저히 하얗거나 검지 않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4월3~5일. 02-2005-0114. ‘백조가 가녀린 여성 무용수여야만 하는가’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이런 물음을 던진다. 남자 무용수들을 백조로 기용해 섹슈얼한 표현과 동성애적 코드를 표현한 이 작품은 초연 때 공연계에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5월20일~6월1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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