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리언 체세포 핵이식으로 복제아기 탄생 주장…복제인간 시대에 걸맞은 생명론 정립 시급
마침내 복제인간의 서막이 열렸다. 라엘리언(Raelian)은 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만약 복제아기를 탄생시켰다는 라엘리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언 윌멋 박사 팀이 1996년 다 자란 체세포에서 유전자를 뽑아내 핵이식 방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지 6년여 만에 인간에서도 체세포 핵이식 복제가 이루어진 것이다. 돌리 탄생 이후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잇달아 돌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쥐(1997년), 소(1998년), 염소(1999년), 돼지(2000년), 고양이(2002년) 등 여러 종류의 동물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라엘리언의 복제아기 탄생 성공 주장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라엘리언들은 최근 들어 몇 차례 12월 안으로 세계 최초의 복제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고해왔기 때문이다.
과학적 검증 없어 복제인간 여부 불투명
라엘리언무브먼트(Raelian Movement)가 세운 인간 복제 서비스 회사 클로네이드의 사장인 프랑스 출신 과학자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는, 2002년 12월26일 태어난 미국 여성의 복제아기 외에도 미국인 1명, 아시아인 2명, 유럽인 1명 등 모두 4명의 여성이 복제태아를 임신하고 있다고 같은 해 11월께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복제아기 탄생은 본격적인 복제아기 탄생의 신호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존재하고 외계인이 복제방식으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라엘리언을 사교(cult)집단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라엘리언은 복제인간을 임신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언제쯤이면 태어난다고 공언하거나 발표했다가 슬그머니 부도수표를 낸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복제아기 탄생을 발표한 부아셀리에 박사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객관성을 띤 다른 과학자에게 복제아기 체세포 표본을 넘겨 체세포 복제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태어난 아기가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복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친자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지문법을 활용하면 1주일 안에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방 들통날 일을 라엘리언쪽이 거짓으로 꾸며 발표하겠느냐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수의학)와 마리아병원 박세필 기초의학연구소장 등도 이번 복제아기 성공 발표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복제아기 출산 임박 주장을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돌리를 탄생시킨 로슬린연구소 과학자를 비롯해 복제연구 과학자들은 양을 비롯해 여러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복제동물의 임신 성공률과 출산율, 특히 정상적인 모습과 기능을 가진 동물 출산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복제동물이 태어나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수백번의 실패 끝에 태어났다. 복제아기도 복제동물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잇단 복제아기 출산성공과 임신성공 주장 발표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라엘리언이 주장하는 복제아기가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복제인간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복제인간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명윤리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 물론 한동안 전 세계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것이다. 새로운 복음시대가 왔다며 찬양하는 사람에서부터 이제 인류는 파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탔다며 분노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군상들이 다양한 언어를 토해낼 것이다. 라엘리언은 왜 그토록 인간 복제에 힘을 쏟아온 것일까. 그들은 외계인, 즉 자신들이 엘로힘으로 부르는 인간 창조주가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이와 비슷한 주장을 여러분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모습을 본떠 아담을 창조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 부분이다) 지금으로부터 2만5천년 전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따라서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이 창조주인 엘로힘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라엘리언이 인간 복제에 매달리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세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복제인간 시술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생식 복제 금지 국제협약 발효될 건가
아직 인간 복제 금지를 법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나라가 많다. 몇몇 나라에서 인간 복제를 금지한다고 해서 인간복제를 하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2001년 12월 유엔에는 인간 복제 금지에 관한 국제협약을 맺자는 청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인간 배아 복제, 즉 복제인간 출산을 생식 복제가 아닌 치료 배아 복제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많고,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 차원에서 복제에 관한 국제협약을 일사천리로 해치우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라엘리언이나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같은 복제론자들은 앞서 나갔다. 이에 대해 치료 복제는 좀더 시간을 두고 논의하고 당장 생식 복제는 금지하는 협약을 맺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복제아기 탄생 주장을 계기로 국제협약 체결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져 발걸음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국제협약이 발효되고 각 나라들이 모두 관련법을 제정하기까지는 2~3년은 걸릴 것이다.
1997년 2월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을 때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신학자·윤리학자 심지어는 과학자까지 가세해 앞으로 체세포 핵이식 복제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히틀러를 대량 복제해낼 수 있다”, “인류 전체가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한순간에 멸종한다”, “복제인간에게는 영혼이 없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복제인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따위의 황당무계한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제 우리는 이런 저차원적 인간 복제 공포심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복제인간이 필요한 것인지, 필요 없으면 어떻게 이를 막을 것인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 허용해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냉철하게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종주/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 jjahn@hani.co.kr

사진/ 복제인간 탄생은 사실일까. 인간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면 태아로 자란다. (APT연합)
태어난 아기가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복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친자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지문법을 활용하면 1주일 안에 진위 여부를 확실하게 가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방 들통날 일을 라엘리언쪽이 거짓으로 꾸며 발표하겠느냐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수의학)와 마리아병원 박세필 기초의학연구소장 등도 이번 복제아기 성공 발표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복제아기 출산 임박 주장을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돌리를 탄생시킨 로슬린연구소 과학자를 비롯해 복제연구 과학자들은 양을 비롯해 여러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복제동물의 임신 성공률과 출산율, 특히 정상적인 모습과 기능을 가진 동물 출산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복제동물이 태어나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수백번의 실패 끝에 태어났다. 복제아기도 복제동물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잇단 복제아기 출산성공과 임신성공 주장 발표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라엘리언이 주장하는 복제아기가 진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복제인간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복제인간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생명윤리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 물론 한동안 전 세계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것이다. 새로운 복음시대가 왔다며 찬양하는 사람에서부터 이제 인류는 파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탔다며 분노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군상들이 다양한 언어를 토해낼 것이다. 라엘리언은 왜 그토록 인간 복제에 힘을 쏟아온 것일까. 그들은 외계인, 즉 자신들이 엘로힘으로 부르는 인간 창조주가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본떠(이와 비슷한 주장을 여러분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모습을 본떠 아담을 창조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 부분이다) 지금으로부터 2만5천년 전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따라서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간이 창조주인 엘로힘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라엘리언이 인간 복제에 매달리는 진정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세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복제인간 시술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생식 복제 금지 국제협약 발효될 건가

사진/ 복제인간 시대를 연 라엘리언무브먼트의 교주 라엘. 그는 인간이 외계인의 복제로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