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돌려보기 좋은 동화집 잇따라 나와… 어른들의 어제를 위해, 아이들의 오늘을 위해
엄마·아빠에겐 아련한 추억을, 아이에겐 신선한 감동을. 연말연시 가족이 함께 돌려보며 이야기를 함께 나눌 동화집들이 나왔다.
<백구>(사계절 펴냄)는 김민기씨 노래 ‘백구’를 그림책 형식으로 만들었다. 책에 딸린 미니 음반을 틀면 컹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며 이내 노랫말이 시작된다.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강아지를 낳다가 앓아눕고, 병원에 실려갔다 아픈 주사에 도망간 백구, 끝내 차에 치여 죽은 백구를 맨드라미꽃동산에 묻어주고는 눈밭에서 함께 뛰노는 꿈을 꾸는 아이. 연주를 감상하며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노라면 예전에 노래로만 들을 때 머릿속에서 상상한 풍경들이 그림으로 살아나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동양화를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 권문희씨는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붓선으로 노랫말을 옮겼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다룬 가슴 아픈 이야기가 서정적인 노래와 정감어린 그림으로 살아나 감동을 더한다.
서정적 노래에 정감어린 그림 입혀
‘노래마을’을 이끌며 작곡가·시인·가수로 활동하는 백창우씨의 어린이노래마을 시리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여섯개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기획물인 <딱지따먹기>(보리 펴냄)는 1960~2000년대까지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이 가르친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 24편을 노래로 만들었다. 노랫말·그림과 악보를 한데 엮은 책에 음반이 딸려 있다. 노래는 어린이노래모임인 ‘굴렁쇠아이들’과 각각 ‘혜화동푸른섬’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에서 활동해온 김현성·김은희·이수진씨 등이 불렀다. 이 노래집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다운 솔직함과 발랄함이다. “집에 오려고 하니/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나보고/ 나머지라 할까봐/ 좁은 길로 갔다/ 왜 요런 좁은 길로/ 가야 하나/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노/ 난 이제부터/ 큰길로 가겠다”(큰길로 가겠다) “한문제 틀려서/ 쫘악 긋는 옆짝/ 내 가슴이 쭉/ 째지는 것 같다/ 맞으면 쟤 가슴이 펄쩍 뛴다/ 나는 틀리고/ 다른 아이가 맞으면/ 머리에서 뿔이 난다”(시험) “딱지 따먹기를 할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딱지 따먹기) 그런가 하면 어려운 살림에 어른들을 도우며 자라나는 씩씩한 아이들의 삶도 있다.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자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아기 업기)
이와 함께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린 솜씨 좋은 노래도 눈에 띈다. “입 안에서/ 오물오물/ 이 볼때기/ 볼록/ 저 볼때기/ 볼록/ 이리저리/ 올롱올롱/ 달콤달콤/ 아이고/ 달다”(사탕) “제비꽃이 생글생글 웃는다/ 제비꽃이 하늘 보고 웃는다/ 제비꽃이 우예 조르크릉 피었노/ 참 이뿌다”(제비꽃)
이런 가사에 걸맞게 백창우씨는 각각 사랑스럽고 명랑하고 슬픈 곡조를 붙여놓았다. 작곡가이자 시인·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음반사 ‘삽살개’를 만들어 ‘굴렁쇠아이들’과 함께 음반을 내왔다. 내년 1~2월 잇달아 나올 노래마을 시리즈 역시 시인 김용택씨와 그 제자들인 섬진강 마암분교 아이들의 시, 아람유치원 아이들의 말 등에 백창우씨가 곡을 붙인 것이다. <딱지따먹기>에 실린 그림은 오랫동안 어린이그림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온 강우근씨 작품인데, 도시 변두리·시골·탄광촌 등 가난한 이웃들의 풍경을 배경으로 투박하면서도 정다운 인물 군상을 그렸다.
책 뒤엔 ‘백창우가 들려주는 악기 이야기’를 악기 그림과 함께 실었다. 플루트·바순 등 악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노래에 나오는 악기 소리를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어릴 적 읽던 소설 속 주인공 가운데 꼬마악동 제제처럼 매력적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책장을 넘기노라면 왠지 가슴이 울렁이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이후 라임·J. M. 바스콘셀로스 지음, 동녘 펴냄)가 브라질 저작권자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라임오렌지 나무의 감동 대물림될까
<라임>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1978년 동녘의 전신 광민사에서 박동원씨 번역본을 내면서부터다. 당시 사회과학서적을 주로 내던 광민사쪽에선 별 기대 없이 출간을 결정했는데 시장의 반응이 의의로 뜨거웠다. 별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라임>의 열기가 서서히 번졌다. 특히 광민사에서 동녘으로 간판을 바꾼 뒤인 1984년 이후부터 <라임>은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됐다. 이런 추세를 타고 여러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라임>을 쏟아내면서 불이 붙은 결과 출판계에선 지난 25년 동안 50여곳 이상 출판사에서 나와 400만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국제 지적재산권 협정이 발효되면서 한 출판사가 <라임> 저작권자인 브라질 멜호라멘토스사와 한국어 출판권을 계약했으나 구제금융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바람에 이후 몇년 동안 사실상 우리나라엔 정식판권을 맺고 출판한 <라임>은 한권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번에 나온 <라임>은 최초 역자인 박동원씨에게 새로 번역을 맡겨 기존 <라임>에 있는 100여 군데 오역을 바로잡았다.
또한 새로운 스타일을 살리려고 공모를 해 젊은 작가 김효진씨 그림을 채택해 실었다. 책 곳곳에 끼어든 파스텔톤풍의 섬세하고 따뜻한 삽화들이 글 내용과 잘 어울린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라임>을 읽으며 ‘철들기 전 세계’로 다시 한번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책들. '노래마을'을 이끄는 백창우씨의 어린이 노래마을 시리즈. 김민기씨 노래를 그림책으로 만든 <백구>, 정식판권 계약을 맺고 펴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노래마을’을 이끌며 작곡가·시인·가수로 활동하는 백창우씨의 어린이노래마을 시리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여섯개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기획물인 <딱지따먹기>(보리 펴냄)는 1960~2000년대까지 한국글쓰기연구회 선생님들이 가르친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 24편을 노래로 만들었다. 노랫말·그림과 악보를 한데 엮은 책에 음반이 딸려 있다. 노래는 어린이노래모임인 ‘굴렁쇠아이들’과 각각 ‘혜화동푸른섬’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에서 활동해온 김현성·김은희·이수진씨 등이 불렀다. 이 노래집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다운 솔직함과 발랄함이다. “집에 오려고 하니/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나보고/ 나머지라 할까봐/ 좁은 길로 갔다/ 왜 요런 좁은 길로/ 가야 하나/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노/ 난 이제부터/ 큰길로 가겠다”(큰길로 가겠다) “한문제 틀려서/ 쫘악 긋는 옆짝/ 내 가슴이 쭉/ 째지는 것 같다/ 맞으면 쟤 가슴이 펄쩍 뛴다/ 나는 틀리고/ 다른 아이가 맞으면/ 머리에서 뿔이 난다”(시험) “딱지 따먹기를 할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딱지 따먹기) 그런가 하면 어려운 살림에 어른들을 도우며 자라나는 씩씩한 아이들의 삶도 있다. “아기를 업고/ 골목을 다니고 있자니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이 들고는/ 내 등때기에 엎드렸다/ 그래서 나는 아기를/ 방에 재워놓고 나니까/ 등때기가 없는 것 같다”(아기 업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