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경연미
“그 사람 고생한 것 보면 이렇게라도 해야 맘이 편하다”며 평소 얌전하기로 소문난 군산댁은 한표 살리기 위해 잰 걸음을 놓는다. 한참을 기다려 나온 청암댁이 주소가 광주에 있는 아들 앞으로 옮겨져 있어 당신은 안 된다고 해도 군산댁은 그래도 가서 사정해보라며 억지소리로 안타까움을 달랜다. 발품에도 불구하고 나는 빈차가 되고 군산댁은 아쉬움에 빈손을 턴다. 여느 때 같으며 떼밭일 갔다오는 날엔 일찌감치 눕게 마련인데 손에 땀을 쥐고 아이들까지 둘러앉아 개표방송에 열을 올린다. 접전, 뒤집어지고, 또다시 뒤집히고…. “얼매나 고상혔냐 긍게 되어야 될 텐데”, “나눠먹기라고 혀쌓드만 잘된 것 아니다냐”, “서울 옮겨가야 작은아들도 헐한(싼) 값에 집 살 텐데”, “서울은 숨이 막혀 하루도 못 있겠더라”며 동정론에서 단일화 문제, 수도 이전까지 언제 관심이 많았나 싶게 높은 정치의식을 보인다. 동네사람들도 이 정도는 다 안다면서…. 당선이 확실시되고도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눈을 떼지 못하고 내 자식 일인 양 이불 뒤집어쓰고 아직도 거실에 앉아 계신다. 이제 편히 보시라고 해도 꼿꼿한 자세로 새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다. “쩌 양반이 농민대회서 계란 맞은 사람인께 알아서 할 테제” 군산댁의 한표는 농심이고 민심이었지 싶다. 이런 맘들이 지역감정으로 오물세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다. “군산댁 이제 그만 주무셔요. 내일도 떼밭일 가신다면서요.” 새벽 2시를 넘어서고 있다. 이태옥 ㅣ 영광 여성의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