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옷은 어떤 것일까. 언뜻 생각해도 몸에 꼭 끼거나 여유 있게 헐렁헐렁한 옷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옷도 아니며 시원하게 느껴지는 옷도 제격은 아니다. 가장 편안한 옷은 입었을 때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모르는 옷이다. 이처럼 정말 편안한 것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 가깝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가장 건강한 사람일까. 자신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제때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픈 사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졸린 사람, 일을 많이 하면 피곤하고 좀 쉬면 피곤이 풀리는 사람, 소변이 마려우면 변기에 서자마자 소변이 술술 나오는 사람, 별로 대변이 마렵지 않은데도 날마다 규칙적으로 제시간에 변기에 앉기만 하면 시원스럽게 누는 사람. 이런 사람이 참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리 몸에 눈이 있는지, 목이 있는지 허리가 있는지, 발이 있는지, 의식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야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꾸 눈을 의식하는 사람은 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요, 허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허리가 시원치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과 달리 여러 가지 잘못된 생활습관이 있다.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어떤 병원엘 가야 하는지,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지, 간다면 언제 가야 하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또한 환자들은 남의 말을 너무 잘 듣는다. 속된 말로 “환자는 귀가 얇다”고 한다. 의사의 말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약을 먹는 습관에서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 없이 약의 용량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끊거나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 병원 저 병원 왔다갔다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빨리 낫지 않는 만성 질환자에서 특히 자주 일어난다. 불필요하게 ‘유명’을 찾아 헤매는 것도 환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무조건 유명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현명한 환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불친절한 의사, 못마땅한 의사, 신뢰가 가지 않는 의사, 설명을 안 해주는 의사에게는 가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의사를 찾아 주치의로 삼는 일이다. 건강은 현명한 사람의 몫이며, 동시에 노력하는 사람의 몫이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