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풍성하게 펼쳐지는 축제의 자리… 가족과 연인에게 알리는 초청의 편지
12월이면 괜히 맘이 설레게 마련이다. 크리스마스가 있고,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축제가 기다려진다. 이즈음을 겨냥한 공연무대가 풍성하다. 가족에게, 연인에게 그 자리에 청하는 편짓글을 띄워본다.
>>이주현 기자가 가족에게
왕자를 만날까, 심청을 만날까
엄마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야기해줄까 겨울방학 직전 토요일이었나, 학교에서 일찍 돌아왔는데 엄마가 안 계시더라. 엄마, 엄마 부르며 안방에 들어갔더니 문갑 위에 뭔가가 놓여 있는 거야. 내가 꼭 갖고 싶은 인형이더라고. 얼마나 기뻤는지. 하지만 퍼뜩 생각이 나더라. ‘아~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이구나. 그럼 지금은 모른 체해야 되는 거구나.’ 인형 얼굴을 딱 한번 쓰다듬어보고 얼른 나왔지. 크리스마스까지 속으론 내내 싱글벙글~. 그러나 엄마한텐 ‘표정관리’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받은 클라라도 엄마만큼 기뻤을까 선물받은 날 밤 인형이 나오는 꿈까지 꾸다니 말야.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인형> 발레극이 무대에 오르는구나. 국립발레단(12월21~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과 유니버설발레단(12월18~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2204-1041)의 두곳에서 공연하는데 줄거리는 같아도 춤동작이나 무대세트가 달라.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로가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버전으로 무대 위에서 펄펄 나는 듯 높은 도약과 화려한 몸짓이 인상적이지. 이번 개막공연에서 김주원과 함께 춤추는 발레리노 이원국은 지난 10년 동안 줄곧 왕자 역만 맡아온 ‘원조왕자’래. 어때, 굉장하지 색깔 다른 호두까기인형에 효녀 심청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이 안무한 키로프 발레단 버전인데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단다. 파티에 참석하는 어린이들로 실제 꼬마 무용사들이 연기하니까 더욱 친근할 거야. 호두까기인형이 왕자로 변하는 장면에선 무대 위 조그만 크리스마스 트리가 갑자기 대형 트리로 커지면서 깜짝 놀래킨다나(앗, 실수했당~ 이런 걸 미리 말해주면 안 놀라잖아…). 아참, 유니버설발레단에선 임혜경·황재원, 김세연·엄재용 등이 커플로 출연하고, 서울 공연이 끝나면 25~26일 군포시민회관, 29~30일 창원 선산아트홀에서도 공연한단다. 그런데 얘, 크리스마스라고 꼭 버터냄새 나는 서양극만 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남산 기슭 국립극장에서 하는 어린이창극 <효녀 심청>(12월21일~2003년 1월5일, 02-2274-3507~8)은 어때 판소리가 어려운 듯해도 노랫말을 쉽게 풀어주기만 하면 그 사연이 여간 재미난 게 아니거든. 자라·다람쥐·초롱꽃·나비·진달래·꾀꼬리 이런 역할에 꼬마 명창들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니 신기하지 않겠어 게다가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선 십장생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바위가 눈 깜짝할 새 배로 바뀐다니 늬들 정신 홀딱 빼놓으려고 국립창극단에서 단단히 맘 먹었나 보다. 뭐, <효녀 심청>이나 <호두까기인형>은 짝꿍이랑 보러 가면 안 되느냐고 머리 좀 굵어졌다고 이렇게 단박에 허를 찌르는구나. 그러면 엄마도 짝꿍이나 불러봐야겠다…. 여보! 추억에 젖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잖우 단호박 삶듯 푸욱 잠겨보는 것은 어때요 최성수가 10년 만에 소극장콘서트(12월24~31일 제일화재 세실극장, 02-766-6929)를 연다는데, 우리 손 꼭잡고 들르십시다. 올해 나온 9집 음반에 실린 곡까지 스무곡 정도 쭈욱 듣다 보면 <풀잎사랑> 부르며 데이트 청하던 우리 옛 시절도 떠오르지 않으려나. 뭐니뭐니해도 함께 세월 겪어가면서도 수십년 변함없는 목소리를 듣는 건 즐거운 일이죠. 이번 양희은콘서트(12월20~23일 서울교육문화회관, 02-573-0038)엔 70년대 양희은 엘피(LP)판을 가져오는 관객들한테는 선물을 준다고 합디다. 요번 일요일엔 박스 깊이 묻어둔 LP판에서 먼지 한번 털어볼래요 잠자리테안경에 곱상한 얼굴, 언제나 우리 곁에 청춘스타로 머무를 줄 알았던 전영록이 데뷔 30돌 기념콘서트(12월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 02-573-0038)를 연다고 하네요. 10대 소녀팬 시절 내가 ‘영록이 오빠’ 준다고 밤새 종이학 얼마나 접었는데. 여보! 괜히 질투하지 마세요. 우리 ‘토토’(19일 잠실실내체육관, 02-573-0038) 보러 갑시다. 우리 첨에 만나 필 꽂혔을 때가 서로 ‘토토 팬’이라고 했을 때 아녜요 타악기로 시작하던 <아프리카>의 묘한 설렘과 흥분이 20년이 흐른 지금도 다시 살아날까요 edigna@hani.co.kr >>이성욱 기자가 연인에게
젊은 로커들 총출동하네
왜 자꾸 벼랑 끝에 선 느낌일까. 그렇게 많은 날들을 정겹게 보냈으면서, 그렇게 많은 말과 웃음을 나눴으면서 이렇게 순식간에 멀어질 수 있다니. 차라리 매서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면 나으련만, 잔뜩 찌푸린 음울한 하늘과 은근히 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가 더 아프다. 기억나니 우리가 처음으로 작심하고 날아간 런던의 첫날이 꼭 요즘 같았어.
벌써 5년이 흘렀구나. 윤도현이 시원하게 내지르던 <큰 별은 없어>를 들으며 맞이한 새해를 말이야. 그때 윤도현이 카운트를 했지. 10, 9, 8…. 대학로의 그 조그만 라이브극장은 터질 듯 했는데. …기억나니 총학생회 출범식이었지. 경찰의 저지선에 막혀 학교 주위를 맴돌다 어떻게 찾았는지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초대손님 윤도현이 늦어서 미안하다며 멋지게 불러준 <큰 별은 없어>의 감동을…. 지금은 너무나 커버린 그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날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라는 엄청나게 넓은 곳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해. 늘 그랬지만 록으로 편곡한 캐럴도 들려주고 내년에 발매되는 새 음반에 들어갈 신곡도 소개할 거란다(02-2166-2881).
아냐, 굳이 과거의 느낌으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을지 몰라. 윤도현의 선배들이지, 강산에(12월27~29일 정동 A&C, 02-3272-2334)와 전인권(12월21~30일 세실극장, 02-3272-2334)도 콘서트를 열어. 전인권 아저씨가 대마초보다 센 약으로 재판받을 때, 우리 함께 탄원서에 서명했지. “판사님, 전인권은 우리 록의 역사에서, 아니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별과 같은 존재입니다. 꼭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그 아저씨, 우리가 그런 거 알기나 할까 요즘에도 예전처럼 썰렁한 듯 유머 넘치는 말솜씨가 여전한지 궁금하지 않아 지금도 ‘결정적인 순간’에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는지 궁금하지 않아 실은 난 더 궁금한 게 강산에야.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새 음반을 냈잖아. 그가 너무 자기 내면 속으로 가라앉아서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고 주변 동료들을 애타게 했다는데 신곡들을 들어보니 여전하던걸. 두달쯤 됐나, 새 음반 발매기념 콘서트에 간 친구가 그러는데,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객석의 연령이 다양하더래. 강산에가 한마디했대. “연로하신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그러고 보니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노래방에서 찔찔 짜며 <넌 할 수 있어>와 <거꾸로 강을 거슬러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감동적으로 불러젖히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동물원 둘러보고 불독맨션에 간다
좀더 발랄하게 놀 수도 있어. 자우림이 31일 밤 9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신해철의 넥스트 재결성 콘서트가 31일 저녁 8시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중고 신인밴드’ 불독맨션이 30~31일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판을 벌인대(1588-7890). 가만있자, 넥스트가 발랄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 암튼 신해철의 느끼한 카리스마도 괜찮지.
너무 록투성이다. 추운 세밑에는 서정적인 감성이 더 좋을지 몰라. 설명이 필요 없는 동물원(24~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25-6929)이나 여행스케치(21~25일 서울 남대문 메사팝콘홀, 02-3442-3353)는 어떨까 근데 여행스케치의 콘서트 제목이 ‘트로피컬 크리스마스’네. 남태평양의 여름 휴양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출연진 모두 반바지에 꽃무늬 반팔셔츠를 입고 나올거래. 어째 좀 춥다. 분위기 하면, 재즈 아닐까. 라틴 재즈·살사 밴드 코바나가 24~2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데, 은근한 맛의 재즈들로 채워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드는군. ‘라틴’이나 ‘살사’ 같은 단어는 ‘관능’이란 말과 어울리겠지(02-573-0038). 오히려 분위기는 장필순(18~2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25-6929)이 아닐까. 허스키하면서도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일품이지.
어휴, 숨차다. 왜 이리 주절주절 연말 콘서트들을 늘어놓는지 벌써 눈치챘겠지 꼭 관계의 복원이 아니더라도 그냥 쿨하게 좋은 밤을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이 모든 게, 특히 크리스마스나 올해의 마지막 밤이란 시점이 부담스럽다면 정말 좋은 게 있어.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02-763-2606). 올해가 벌써 열네 번째인데 공연제목이 ‘보랏빛 수건’이야. 보랏빛 수건이라, 민가협 어머니들의 당당한 모습이 떠오르는군. “꼭 한번 서고 싶었다”는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 멤버들의 단체입대를 앞두고 있는 크라잉넛, 홍대앞의 잘나가는 클럽 드럭의 대표 밴드 레이지본, 93년부터 참여해왔다는 김종서 등이 나온대. 이 행사라면 그냥 넉넉한 마음 하나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마지막 기회일 거야’라는 협박성 멘트로 모처럼 쓴 이 글을 끝맺고 싶지는 않아. 부디 낙점을 잘 해서 유쾌한 시간을 가졌으면 해. 꿈★은 이루어진다!
lewook@hani.co.kr
왕자를 만날까, 심청을 만날까

사진/ 발레극 <호두까기인형>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두가지 색깔로 즐길 수 있다.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받은 클라라도 엄마만큼 기뻤을까 선물받은 날 밤 인형이 나오는 꿈까지 꾸다니 말야.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인형> 발레극이 무대에 오르는구나. 국립발레단(12월21~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300)과 유니버설발레단(12월18~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2204-1041)의 두곳에서 공연하는데 줄거리는 같아도 춤동작이나 무대세트가 달라.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로가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버전으로 무대 위에서 펄펄 나는 듯 높은 도약과 화려한 몸짓이 인상적이지. 이번 개막공연에서 김주원과 함께 춤추는 발레리노 이원국은 지난 10년 동안 줄곧 왕자 역만 맡아온 ‘원조왕자’래. 어때, 굉장하지 색깔 다른 호두까기인형에 효녀 심청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이 안무한 키로프 발레단 버전인데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단다. 파티에 참석하는 어린이들로 실제 꼬마 무용사들이 연기하니까 더욱 친근할 거야. 호두까기인형이 왕자로 변하는 장면에선 무대 위 조그만 크리스마스 트리가 갑자기 대형 트리로 커지면서 깜짝 놀래킨다나(앗, 실수했당~ 이런 걸 미리 말해주면 안 놀라잖아…). 아참, 유니버설발레단에선 임혜경·황재원, 김세연·엄재용 등이 커플로 출연하고, 서울 공연이 끝나면 25~26일 군포시민회관, 29~30일 창원 선산아트홀에서도 공연한단다. 그런데 얘, 크리스마스라고 꼭 버터냄새 나는 서양극만 봐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남산 기슭 국립극장에서 하는 어린이창극 <효녀 심청>(12월21일~2003년 1월5일, 02-2274-3507~8)은 어때 판소리가 어려운 듯해도 노랫말을 쉽게 풀어주기만 하면 그 사연이 여간 재미난 게 아니거든. 자라·다람쥐·초롱꽃·나비·진달래·꾀꼬리 이런 역할에 꼬마 명창들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니 신기하지 않겠어 게다가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선 십장생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바위가 눈 깜짝할 새 배로 바뀐다니 늬들 정신 홀딱 빼놓으려고 국립창극단에서 단단히 맘 먹었나 보다. 뭐, <효녀 심청>이나 <호두까기인형>은 짝꿍이랑 보러 가면 안 되느냐고 머리 좀 굵어졌다고 이렇게 단박에 허를 찌르는구나. 그러면 엄마도 짝꿍이나 불러봐야겠다…. 여보! 추억에 젖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잖우 단호박 삶듯 푸욱 잠겨보는 것은 어때요 최성수가 10년 만에 소극장콘서트(12월24~31일 제일화재 세실극장, 02-766-6929)를 연다는데, 우리 손 꼭잡고 들르십시다. 올해 나온 9집 음반에 실린 곡까지 스무곡 정도 쭈욱 듣다 보면 <풀잎사랑> 부르며 데이트 청하던 우리 옛 시절도 떠오르지 않으려나. 뭐니뭐니해도 함께 세월 겪어가면서도 수십년 변함없는 목소리를 듣는 건 즐거운 일이죠. 이번 양희은콘서트(12월20~23일 서울교육문화회관, 02-573-0038)엔 70년대 양희은 엘피(LP)판을 가져오는 관객들한테는 선물을 준다고 합디다. 요번 일요일엔 박스 깊이 묻어둔 LP판에서 먼지 한번 털어볼래요 잠자리테안경에 곱상한 얼굴, 언제나 우리 곁에 청춘스타로 머무를 줄 알았던 전영록이 데뷔 30돌 기념콘서트(12월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 02-573-0038)를 연다고 하네요. 10대 소녀팬 시절 내가 ‘영록이 오빠’ 준다고 밤새 종이학 얼마나 접었는데. 여보! 괜히 질투하지 마세요. 우리 ‘토토’(19일 잠실실내체육관, 02-573-0038) 보러 갑시다. 우리 첨에 만나 필 꽂혔을 때가 서로 ‘토토 팬’이라고 했을 때 아녜요 타악기로 시작하던 <아프리카>의 묘한 설렘과 흥분이 20년이 흐른 지금도 다시 살아날까요 edigna@hani.co.kr >>이성욱 기자가 연인에게
젊은 로커들 총출동하네

사진/ 어린이 창극 <효녀 심청>은 국립창극단의 진수를 보여준다.(맨위 왼쪽), 최성수·양희은·전영록(위 맨 왼쪽부터) 등은 추억의 노래를 들려준다.

사진/ 연인들이라면 대중음악 공연장에서 신명을 느껴볼 만하다. 강산에·전인권·윤도현·장필순·토토(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