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듯 ‘시대 복원’
등록 : 2002-12-04 00:00 수정 :
사진/ 이화여대 박물관팀이 최원립 장군의 묘에서 나온 옷가지를 복원하는 모습. (류우종 기자)
지난해 7월 발굴된 최원립 장군(1618~1690) 묘(전남 영암군 금정면 세류리)에서 나온 옷가지들을 복원하고 있는 이화여대 박물관팀은 “복원과정이 마치 퍼즐 맞추기 같다”고 했다. 묘소 이장 과정부터 박물관쪽이 함께 하지 않은 탓에 출토복식의 중요성을 미처 알지 못한 후손들이 주검을 꺼내느라 가위질을 해댔기 때문이다. 관에서 수습한 30점의 옷가지 가운데 훼손된 옷은 7~8점. 지난해 8월 최씨 문중으로부터 넘겨받은 이래 조각들을 이리저리 짜맞추며 한벌 한벌 완성하고 있다.
대부분 무덤에서 나온 옷들은 손으로 먼지를 턴 뒤 더 이상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티몰이란 약품으로 1차 살균처리를 한다. 그 다음엔 실밥과 떨어진 조각들로 샘플 조사를 한 뒤 세척방법을 결정한다. 35~38℃의 수온을 유지하며 연수한 수돗물로 물세척을 하고 나면 건조 뒤 미세곰팡이를 죽이기 위해 훈증소독을 한다. 마지막엔 증류수를 뿌리고 면을 깐 뒤 손바닥으로 다독거리며 손다듬이질로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옷에 밴 ‘죽음의 냄새’ 대부분이 없어진다. 이대 박물관팀은 넉달 동안 이렇게 보존처리를 한 뒤 지난해 연말부터 손상된 부분을 꿰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찢어진 부분에 덧대는 천도 직접 천연재료로 염색한 견을 쓰고, 손에서 나는 땀이 의복에 영향을 끼칠까 염려해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고 일하는 등 모든 일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루에 6시간씩 꼬박 ‘침모’일을 하는 김남정(28)씨는 “처음엔 겨드랑이 부분에서 흘러나온 고름 같은 액체가 직물에 엉긴 것을 보면 꺼림칙했지만, 이젠 너무 친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 전시장에 출토복식 한벌을 걸기까지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대 박물관은 내년에 최 장군 유물전을 열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