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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족부의학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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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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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것이 발이다.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고 또 파괴하는 것이 손을 통해서인데, 이 손을 자유로이 쓸 수 있게 한 것이 발이다. 사실 사람의 발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사람의 발은 아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발의 뼈와 근육의 구조와 배열이 전후·좌우를 축으로 해 아치(arch, 궁형)를 이루기 때문에 단 두개의 다리로도 몸의 균형을 잡고 오랜 시간 서 있을 수 있고, 계속 이동할 수도 있다.

발이 빨리 달리는 데 쓰이기 위해 옛날 사람들의 발은 몸의 무게중심이 발의 앞부분에 있었는데, 문화가 발달하고 걷고 달리는 시간이 줄어든 현대인들에게는 무게중심점이 점점 뒤쪽으로 밀려나오는 경향이 있다. 1960년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두발을 모으고 설 때 중심의 위치는 발뒤꿈치로부터 47% 정도 앞부분에 있었는데, 20년이 지난 1980년에는 40%의 위치로 후퇴했고, 2000년에는 33%의 위치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의 주춧돌이며 행복의 주춧돌인 발이 이렇듯 중요한 몸의 부분인데도 사람들은 발의 고마움을 잊고 지낸다. 발이 불편하고 아플 때 우리는 어디 가서 도움을 구하는가. 물론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곪아 수술해야 할 때는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발의 기형이나 통증이 있을 때 재활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발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약물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특별한 병이 아닌데도 발이 자주 아프거나 발톱이 살 속을 파고 들어가고 발바닥에 티눈이나 못이 박혀 불편을 겪을 때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는 ‘발 닥터’ 제도가 있다. 의과대학 과정인데 주로 발에 대한 것을 가르치고, 발에 대한 전문의 자격을 주는 ‘족부의학’(podiatry)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발 닥터는 4년제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사들이 족과대학에 들어가 다시 4년 동안 발을 전공한 의사들이다. 학위도 의사는 M.D.이고 치과의사는 D.D.S.인 데 비해, 발 닥터는 D.P.M.이다. 이들은 발에 관한 한 독특하고 다양한 진단법·치료법·수술요법을 따로 지니고 있다. 오늘날 족부의학이 대체의학의 범주에 속한 채 꾸준히 발전 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일부 의사들이 족부의학을 연구와 진료에 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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