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으로 생각하며 당당한 일상 영위… 스스로를 들볶지 않는 지혜는 기본
일요일 아침. 내게는 몇십년 된 습관이 있다. 동네에 있는 대중탕에 가는 일이다. 그때부터 두어 시간 동안 내 몸은 천국을 만난다. 우선 샤워를 한 뒤에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드나든다. 비교적 넓은 냉탕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수영(!)을 즐긴다. 한 주일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물 속에 흘려보낸 듯, 목욕을 끝내고 나면 몸은 개운해지고 정신은 상큼해진다. 건강은 ‘몸을 어떻게 놀려서 무엇을 행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잘 쉬느냐 역시 건강유지의 비결이다. 그런 면에서 목욕탕 출입은 내겐 최고의 휴식법이다.
내게 목욕이란 휴식법을 알려준 이는 아버지였다. 당신은 그런 물리적인 운동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 또한 내 안에 고스란히 남겨두셨다. 개방적이며 진취적이었고,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를 하셨다.
“100보를 걷는 길에 99보를 가서야 잘못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때라도 되돌아가라.”
만일 걸어온 99보가 아까워 나머지 한 걸음을 옮긴다면 그 한 걸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그 한 걸음이야말로 전혀 원치 않는 수백 걸음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신의 가르침은 옳았다. 아버지는 생각 또한 진보적이셨다. 언니가 총학생회장을 하고 있던 70년대에 시국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는 학생들이 뭔가 행동을 해야 한다며 언니를 다그쳤다. 80년 광주항쟁 당시 미국에 유학가 있던 나에게는 한국의 언론들이 왜곡보도를 한다는 말씀도 전하셨다.
나는 그동안 그런 아버지의 삶과 다르게 않게 살아온 듯하다. 체격은 작은 편이지만 중고교 시절엔 작은 몸집임에도 던지기·달리기 등 운동을 하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잘했다.
미국에서 여성학에 눈을 떴고 귀국 뒤 우리 사회에서 방치돼 있던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상담소를 차렸다. 그 뒤 10여년 동안 근친 성폭행을 사회적 이슈로 만든 김보은-김진관 사건, 직장 내 성희롱을 사회문제로 터뜨린 서울대 우 조교 사건,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드러낸 이 중위 사건 등을 맡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체력을 유지한 비결은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실수에 반성과 자성은 하지만 그 실수를 두고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음식 역시 편식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편이다. ‘어떤 직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살고 있다. 덕분에 고통스런 현실과 만나는 일을 하면서도 삶이 즐겁다. 마음이 편하고 매사에 당당하니 남들보다 밝게 웃고, 많이 웃고, 통쾌하게 웃을 수밖에….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제도와 편견과 인식으로부터 자존감을 상실한 이들에게 그 자존감을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건강 또한 이와 유사하다. 내 건강 역시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자존감 없이, 목욕탕을 매일 간다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건강 지키기는 개인의 몸살리기지만, 인권 지키기는 우리 사회의 몸살리기라는 점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진/ 최영애ㅣ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한겨레 장철규 기자)
미국에서 여성학에 눈을 떴고 귀국 뒤 우리 사회에서 방치돼 있던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상담소를 차렸다. 그 뒤 10여년 동안 근친 성폭행을 사회적 이슈로 만든 김보은-김진관 사건, 직장 내 성희롱을 사회문제로 터뜨린 서울대 우 조교 사건,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드러낸 이 중위 사건 등을 맡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체력을 유지한 비결은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실수에 반성과 자성은 하지만 그 실수를 두고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음식 역시 편식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편이다. ‘어떤 직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살고 있다. 덕분에 고통스런 현실과 만나는 일을 하면서도 삶이 즐겁다. 마음이 편하고 매사에 당당하니 남들보다 밝게 웃고, 많이 웃고, 통쾌하게 웃을 수밖에…. 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제도와 편견과 인식으로부터 자존감을 상실한 이들에게 그 자존감을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건강 또한 이와 유사하다. 내 건강 역시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자존감 없이, 목욕탕을 매일 간다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건강 지키기는 개인의 몸살리기지만, 인권 지키기는 우리 사회의 몸살리기라는 점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