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사랑에 힘입어 첫 작품집 낸 만화가 강도영씨…코믹과 감동을 섞어 그리는 1인칭만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만화가 강도영(27)씨 신세는 초라했다. 대학시절 ‘대자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뒤로 만화가의 꿈을 키워왔지만, ‘누구누구의 문하생’이라는 딱지가 없는 그를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잡지사·신문사 등을 찾아다니며 400여통의 이력서와 만화 400여장을 뿌렸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6월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개인 만화사이트 강풀닷컴(kangfull.com)을 개설해 ‘나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그려 띄워놓기 시작했다. 한달 뒤, 그는 인터넷이 낳은 또 하나의 스타가 됐다. 하루 접속자 수가 1만여명을 넘어서며 개인 홈페이지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했다. 수백개의 만화 사이트 가운데 강풀닷컴의 점유율은 35%에 이르렀다. 독보적인 수준이다. 곧 <딴지일보> <중앙일보> <스포츠투데이> <다음 커뮤니케이션> 등의 대중매체가 그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싣기 시작했고, 전교조·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그의 만화를 홍보 파트너로 삼았다. 최근에는 강풀닷컴에서 인기를 끈 만화를 추리고, 새 작품을 추가해 첫 작품집 <지치지 않을 물음표>(여름솔 펴냄)를 냈다.
똥·방귀·오바이트에 공감하다?
그의 인기는 ‘똥’에서 시작했다. 메신저를 통해 사이버 공간을 순식간에 옮겨다니며 온갖 유머게시판을 장식한 똥 이야기는 이런 식이다. “대학 졸업반 때, 친구들과 자취방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놀라운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것은 거대한 똥이 벽에 걸쳐 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어떻게 똥이 벽에 기대어 있단 말인가” ‘초자연적 미스터리 현상, 엑스파일’이란 이름을 달고 ‘ㄴ’자 똥의 진상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는 껄끄럽기는커녕 신선했다. 그 뒤를 이어 방귀·트림·오바이트 등의 소재가 이어졌다. 엽기유행이 되돌아온 것일까 “사람들은 딱히 갖다붙일 말을 찾지 못하면 편하게 엽기라는 이름을 끌어대요. 엽기라지만 이건 모두 내가 겪거나 친구들이 겪은 실화입니다. 엽기코드라기보다 누구나 겪어본 적나라한 현실이죠. 메일로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나도 그랬다’, ‘공감한다’ 등이에요.” ‘그 남자 그 여자’ 코너에는 자기 여자친구와의 실제 이야기가 나온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남자의 이상한 버릇이 발동된다. 옆에 앉은 여자친구의 손가락으로 자기 콧구멍을 후비는 것이다. 여자의 첫 반응은 당연히 ‘기겁’이다. 만난 지 1년6개월, 2년을 넘어가면서 여자의 반응도 기묘하게 달라진다. 이 시리즈에 대한 반응도 그랬다. “내 애인도 그런다”는 답신이 100통을 넘었다. 그의 팬층은 10대가 아니라 20대, 30대 회사원이다. 일요일도 아닌 월요일 저녁이 되면, 점심시간인 낮 12~2시 무렵이면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 그 증거다. 이건 엽기코드로 설명이 안 된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만화는 철저히 개인적이다. 대학 신입생 때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을 보고 만화의 힘을 충격적으로 깨달은 이야기, 운동권 만화에 몰두하면서도 어쩐지 갈등한 기억, 어렸을 적 즐겨보던 텔레비전 시리즈와 만화·영화 이야기, 고양이 키우던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살뜰한 추억, 사회에 나와 겪은 고생담 등의 실화가 때론 코믹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의 1인칭 고백에 이끌린 것이다. “개인의 삶은 각자 다르지만 성장 환경은 대체로 비슷했고, 그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일반만화는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공감하기는 어렵잖아요. 학원 폭력물의 주인공만큼 싸움을 잘하기도 어렵고, 추리물의 주인공처럼 똑똑하기도 힘들지만, 전 아주 어눌한데 그게 솔직히 드러나니까.” 사회 비판은 좀더 힘을 키운 뒤 그는 진짜 솔직하다. 대부분의 만화는 여백을 칸으로 쪼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그의 형식은 그림과 만화, 스캔으로 오려붙인 사진 등이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 이걸 두고 혹자는 ‘형식파괴’ 또는 ‘새로운 만화의 시도’라며 치켜세운다. 그런데 본인은 “한마디로 능력이 안 되니까 그렇게 그린 것이에요. 내가 뭘 알아야 형식을 파괴하건 말건 하지요.” 그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건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병역거부 운동, 공무원노조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해 ‘건드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사명감은 절감하지만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달은 가능하지만 분석과 평가 능력은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좀더 실력이 쌓이고, 좀더 유명해지면서 힘이 붙으면 당연히 할 일이라고 한다. 당장은 강풀닷컴에 주력할 셈이다. “인터넷 만화의 매력은 어떤 소재도 다룰 수 있는 반면 외부의 태클은 불가능하다는 데 있어요. 게다가 전 개인 홈페이지잖아요. 그래서 가끔 만화가 너무 저질 아니냐고 항의성 메일이 오면 그럼 들어오지 말라고 답장할 수 있어요. 광고 게재 등의 상업화 요청이 들어오지만 이걸 거부하는 것도 그런 자유로움을 지키기 위해서죠.”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사진/ 강도영씨는 우람한 덩치 이상으로 솔직발랄하다. '강요' 당한 이 만화적 표정은 실물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 (류우종 기자)

그의 인기는 ‘똥’에서 시작했다. 메신저를 통해 사이버 공간을 순식간에 옮겨다니며 온갖 유머게시판을 장식한 똥 이야기는 이런 식이다. “대학 졸업반 때, 친구들과 자취방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놀라운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것은 거대한 똥이 벽에 걸쳐 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어떻게 똥이 벽에 기대어 있단 말인가” ‘초자연적 미스터리 현상, 엑스파일’이란 이름을 달고 ‘ㄴ’자 똥의 진상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는 껄끄럽기는커녕 신선했다. 그 뒤를 이어 방귀·트림·오바이트 등의 소재가 이어졌다. 엽기유행이 되돌아온 것일까 “사람들은 딱히 갖다붙일 말을 찾지 못하면 편하게 엽기라는 이름을 끌어대요. 엽기라지만 이건 모두 내가 겪거나 친구들이 겪은 실화입니다. 엽기코드라기보다 누구나 겪어본 적나라한 현실이죠. 메일로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나도 그랬다’, ‘공감한다’ 등이에요.” ‘그 남자 그 여자’ 코너에는 자기 여자친구와의 실제 이야기가 나온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남자의 이상한 버릇이 발동된다. 옆에 앉은 여자친구의 손가락으로 자기 콧구멍을 후비는 것이다. 여자의 첫 반응은 당연히 ‘기겁’이다. 만난 지 1년6개월, 2년을 넘어가면서 여자의 반응도 기묘하게 달라진다. 이 시리즈에 대한 반응도 그랬다. “내 애인도 그런다”는 답신이 100통을 넘었다. 그의 팬층은 10대가 아니라 20대, 30대 회사원이다. 일요일도 아닌 월요일 저녁이 되면, 점심시간인 낮 12~2시 무렵이면 접속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 그 증거다. 이건 엽기코드로 설명이 안 된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만화는 철저히 개인적이다. 대학 신입생 때 ‘박재동의 한겨레그림판’을 보고 만화의 힘을 충격적으로 깨달은 이야기, 운동권 만화에 몰두하면서도 어쩐지 갈등한 기억, 어렸을 적 즐겨보던 텔레비전 시리즈와 만화·영화 이야기, 고양이 키우던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살뜰한 추억, 사회에 나와 겪은 고생담 등의 실화가 때론 코믹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의 1인칭 고백에 이끌린 것이다. “개인의 삶은 각자 다르지만 성장 환경은 대체로 비슷했고, 그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사실 일반만화는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공감하기는 어렵잖아요. 학원 폭력물의 주인공만큼 싸움을 잘하기도 어렵고, 추리물의 주인공처럼 똑똑하기도 힘들지만, 전 아주 어눌한데 그게 솔직히 드러나니까.” 사회 비판은 좀더 힘을 키운 뒤 그는 진짜 솔직하다. 대부분의 만화는 여백을 칸으로 쪼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그의 형식은 그림과 만화, 스캔으로 오려붙인 사진 등이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 이걸 두고 혹자는 ‘형식파괴’ 또는 ‘새로운 만화의 시도’라며 치켜세운다. 그런데 본인은 “한마디로 능력이 안 되니까 그렇게 그린 것이에요. 내가 뭘 알아야 형식을 파괴하건 말건 하지요.” 그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건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병역거부 운동, 공무원노조 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해 ‘건드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사명감은 절감하지만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달은 가능하지만 분석과 평가 능력은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좀더 실력이 쌓이고, 좀더 유명해지면서 힘이 붙으면 당연히 할 일이라고 한다. 당장은 강풀닷컴에 주력할 셈이다. “인터넷 만화의 매력은 어떤 소재도 다룰 수 있는 반면 외부의 태클은 불가능하다는 데 있어요. 게다가 전 개인 홈페이지잖아요. 그래서 가끔 만화가 너무 저질 아니냐고 항의성 메일이 오면 그럼 들어오지 말라고 답장할 수 있어요. 광고 게재 등의 상업화 요청이 들어오지만 이걸 거부하는 것도 그런 자유로움을 지키기 위해서죠.”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