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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석이 치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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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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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마그네스’라는 이름의 양치기 목동이 ‘자장요법’을 창시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쇠 지팡이가 어떤 바위로 끌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쇠를 끌어당기는 바위를 ‘마그넷’이라 하고, 보이지 않는 끄는 힘을 ‘마그네티즘’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기원전 200년께 희랍의 유명한 의학자 갈렌이 자석을 이용해 치료한 것을 자석요법의 출발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기록에는 19세기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포도주나 다른 발효 용액을 자석 옆에 놓아두었더니 더 빠른 속도로 발효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이렇듯 자석이 물질이나 생물체나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더라는 보고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끊이지 않았고 신뢰성에 대한 도전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30여년간 자석과 자력과 자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의 과학자 알버트 로이 데이비스는 낚시질을 하면서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우연히 한 통에 있는 지렁이들은 얌전히 엉켜 있는데, 다른 통에 들어 있던 지렁이들은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일부 지렁이들은 종이통을 뚫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다. 이때 우연히도 지렁이 통 옆에 커다란 자석이 높여 있었다. 자석의 N극은 얌전한 지렁이쪽에, S극은 요동을 치는 지렁이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달걀을 가지고 한 실험에서는 S극에 노출되었던 달걀이 더 빨리 부화됐다. 여기서 나온 병아리는 더 빨리 크게 자라고 매우 호전적이었으나 일찍 죽었다. 이에 비해 N극의 병아리는 늦게 부화되고 덩치가 작으며 비교적 얌전하고 더 오래 살았다.

이런 관찰을 통해 오늘날 과학자들은 S극이 생체에 증식과 항진 작용을 하고, N극이 위축과 진정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미 의료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자장을 진단과 치료에 광범위하게 응용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진단법이나 근전도 검사에도 자장을 이용한다. 또한 통증 치료를 비롯해 관절염·염증성질환·두통·불면증·순환기질환·스트레스 치료 등에도 자장이 쓰인다. 심지어 자장은 골절된 뼈의 유합 촉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장의 이용이 질병 치료에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자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한 만큼 무분별한 사용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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