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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문화공장을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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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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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홍당’ 조윤석씨가 제안하는 ‘창작력 샘솟는 홍대앞 만들기’

사진/ (이주현 기자)
조윤석씨 명함엔 6가지 직함이 찍혀 있다. 출판사(상상력개발) 대표와 음악잡지(월간 ) 발행인말고도 마포주민자치연대, 성미산을 지키는 시민연대 집행위원, 희망시장준비모임 대표, 서울시 문화월드컵 자문위원. 그가 이렇게 민관 양쪽으로 발품을 들이며 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홍당이란 말 들어보셨어요 홍대앞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죠.”

‘열혈 홍당’인 그는 이곳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그야말로 문화공장이에요. 밴드·클럽 등 인디음악의 메카일 뿐 아니라, 340개의 출판사가 몰려 있고, 디자인·사진스튜디오가 밀집해 있는 시각문화의 산실입니다. 그는 이 공장의 엔진을 힘차게 돌리는 관건은 정부의 제대로 된 문화예술 지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6월 지방자치선거에 서교동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구청에선 한해에 수천만원씩 들여 미술작품을 구입하기도 하더군요. 정부의 문화예술기금 집행에 적극 참가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해주고 싶어요.”

예산과 관련해 그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은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이다. “길 정비하면서 옛 철길자리에 있던 가게들을 정리하고 집터를 다 밀어버렸어요. 그리고 그 자리엔 회화의 거리, 조각의 거리라고 이름표를 붙여놓았죠. 하지만 거기서 전시회 하기 쉽지 않아요. 피상적인 문화의 거리일 뿐입니다.” 그는 앞으로 공사가 시작될 구간에 작가들을 위한 창작스튜디오를 세우는 일을 제안했다. ”옛 가게를 개조해 작가들에게 1년간 무상 임대해주는 거죠. 1층엔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나 아트숍을 내고, 2층엔 외국 작가들이 묵을 수 있는 공간도 꾸민다면 굳이 문화의 거리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문화적인 공간이 되지 않겠어요”

그는 또 홍대앞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신개념의 ‘지역통화제’도 제시했다. “‘일홍’이라고 이름붙여 봤는데요. 작곡·디자인·그림지도 등 문화적 활동을 해주고, 이 노동을 화폐식으로 적립해 필요할 때 서로 돕는 거죠.” 다양한 문화장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려보자는 것이다.

생산은 왕성하지만 기록은 부실한 인디장르를 위해 자료센터를 만드는 것도 꿈이다. “클럽이나 마이너레이블에서 밴드들이 낸 음반이나 쉽게 구하기 힘든 작가들의 전시 팸플릿, 출판물을 비치해두고 필요한 사람들이 구입하도록 합니다. 또 합주실·녹음실을 갖추고 싼 비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면 젊은 음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11월 중순 홍대앞 놀이터 주변에서 문을 열 예정인 희망갤러리도 그런 계획의 일환이다. 그동안 놀이터에서 열렸던 벼룩시장 ‘사장님’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을 모아 주차장을 개조해 작가들의 작품을 유통시키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작가들이 홍대앞에 뿌리내릴 수 있는 거점을 만들고 이를 활기차게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짜는 일. 올해 선거에서 19%가 넘는 지지를 얻은 그는 “다음 선거에도 시민후보로 출마해 홍대앞에서 구상한 계획을 꼭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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