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입지 구축한 현대 중국 탐험… 떠오르는 대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경제사가들은 역사적으로 중국을 세계 최대의 가장 앞선 국가라고 본다. 18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추정치)은 세계 GDP의 33% 정도를 차지했고, 2000년 이상 중국은 세계 최고 국가였다. 중국은 인쇄·화약·조선 등에서 혁신을 창조했다.”(칼 달만&장 에릭 오베르)
21세기는 과연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중국은 200년 전 ‘세계 제일의 강대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관료들의 부패와 외세 침략, 내전, 그리고 사회주의 실험의 혼돈 속에 두 세기를 거쳐, 다시 지구촌의 주역으로 떠오른 나라. 중국을 온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부쩍부쩍 급성장하는 중국의 역량을 감지하듯 올 가을 출판계도 중국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들이 숨가쁘게 쏟아지고 있다.
출판계 강타하는 중국 관련 서적들
<중국인의 상술>(강효백 지음, 한길사 펴냄, 1만2천원)은 오늘날 중국을 움직이는 상인들을 다룬 ‘현장 다큐’다. 중국에서 10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한 지은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입심 좋게 각지의 독특한 상업문화를 풀어낸다. 그는 중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지역 4곳을 경주마에 비유한다. 1980년대 중국에서 자본주의의 제한된 실험실로 개발된 광둥 지역은 출발선에서 기선을 잡은 ‘선행마’고, 일찍이 덩샤오핑이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한 상하이는 기수의 전략에 따라 순발력을 천하무비로 발휘하는 ‘자유마’다. 중국 제1의 곡창지역으로 100대기업 가운데 22곳이 몰려 있는 창장 델타지역은 경기 초반에 두세 번째로 달리며 1등을 노리는 ‘선입마’고,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베이징은 초반에 힘을 비축했다가 막판에 전세를 뒤집는 ‘추입마’라는 분석이다. 주행습성이 다르듯 상인들의 기질도 영 딴판이다. 순종 상인종(商人種)이라 할 수 있는 광둥 사람들은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 무역을 하며 외래문화를 받아들였다. “베이징 사람들은 외지인들을 자기의 부하로 여기고, 상하이 사람들은 시골 촌뜨기로 깔보지만, 우리 광둥 사람들은 그들을 소비자로 대우한다”는 백화점 여직원의 말은 장사꾼 광둥인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정치는 밥 먹여주지 못한다’, ‘공부 안 하면 나중에 관료나 된다’며 아이를 꾸짖는 광둥인들과 달리, 베이징인은 모두 시사평론가라 할 정도로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다. 모두 30꼭지의 글 속엔 중국 지역의 대표적 상인뿐 아니라 지혜롭고도 독특한 상술로 성공한 기업인과 중소업체의 전략이 담겨 있다. ‘품질 제일주의’로 1669년부터 대를 잇고 있는 한방제약회사 ‘동인당’, 인화단결을 제일로 삼아 점심시간이면 주인이 말석에 앉아 종업원을 대접하는 베이징의 제과점 ‘다오샹춘’ 등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지금 중국 땅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인은 전부 상인”이라고 말한다. 중국인의 치열한 상인정신과 악착 같은 상술과 맞붙어 이겨야만 한국 상인도 대륙에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그 거대한 행보>(레이 황 지음, 홍광훈·홍순도 옮김, 경당 펴냄, 2만원)는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하왕조’로부터 시작해 자본주의 실험에 나선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거시사’라는 렌즈를 이용해 들여다봤다. 여기에서 ‘거시사’는 한 사건을 다룰 때 개인이나 특정 에피소드에 역사적 책임을 돌리지 않고, 그 사건이 일어난 전후시대 사정과 사회·문화·지리까지 두루 살펴 종합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황토와 계절풍, 황하라는 자연적 요소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농업에 기반한 관료체제가 탄생했으며, 전국시대의 혼란도 진나라 같은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통일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왜 중국이 유럽이나 일본보다 근대화가 늦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 원인이다. 지은이는 “전통 중국의 왕조는 역사적으로 인(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도덕이 형률을 대체함으로써 ‘수량 관리가 불가능한’ 곧 조세재정과 일반행정 기능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지진아가 됐다”고 답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당 정부, 사회주의 혁명 이후 벌어진 자본주의 실험을 모두 전통왕조들의 ‘수량 불가능한 속성’을 개조하려는 일관된 노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장제스, 마오쩌둥, 덩샤오핑이 설령 개인적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거시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하나의 연속된 운동의 단계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세계사가 쓰여지기 시작할 때, 이미 중국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많은 역사서들은 오만한 태도로 서양이 동양을 ‘발견’했다고 기록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서양은 동양과 ‘교류’한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길>(헨리 율·앙리 꼬르데이 지음, 정수일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 2만5천원)은 모두 4권으로 된 가운데 제1권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고대에서 중세에 걸친 중국-서구 간 문명교류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입문서에 해당한다. 원제목에 나오는 카세이(Cathay)는 거란인(Kitans)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세 서양에선 몽골제국을 카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17세기 초까지 서양인들은 ‘카세이’와 오늘날 중국으로 통용되는 ‘차이나’란 곳이 실제론 같은 나라라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무지했다. 예로부터 서양인들은 중국을 ‘아시아의 큰 반도나 섬들의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해로의 종점 또는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북방육로의 종착지’로 여겨왔다. 남방해로는 ‘신(Sin)’, ‘진(Chin)’, ‘지나(China)’로, 북방 육로에선 카세이 제국으로 부르며 별개의 지역인 줄 착각한 것이었다.
그들은 찬란한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중국에는 예전부터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평하는 옛말이 많았다. ‘광저우에서 먹고, 상하이에서 입으며, 베이징에서 말한다’라든가 ‘입만 살아 있는 교활한 베이징놈’, ‘톈진 수다쟁이’ 등과 같은 표현들이다. <중국 도시, 중국 사람>(이중톈 지음, 유소영·심규호 옮김, 풀빛 펴냄, 2만원)은 ‘독성기’(讀城記)란 원제목 그대로 도시들을 발로, 가슴으로, 머리로 읽어내려간 글이다. 베이징·상하이·우한·광저우·선전·청두·샤먼 모두 7개 도시를 순례하며 각 도시의 풍속, 사람들의 품성, 역사를 시조창하듯 긴 호흡으로 품평하고 있다.
지난 80년 동안 중국 근현대사에서 명멸한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중국인의 눈물과 웃음을 엿보는 것은 어떨까. <한 움큼, 황허 물>(루쉰 외 22인 지음, 허세욱 편역, 학고재 펴냄, 9500원)은 문인 23인의 산문 56편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란 중에 언덕 위 허름한 집에서 머물며 ‘천지는 나의 하숙방’이라고 안위하는 량스추(영문학자) 등 소탈하고 정감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중국인의 상술>(강효백 지음, 한길사 펴냄, 1만2천원)은 오늘날 중국을 움직이는 상인들을 다룬 ‘현장 다큐’다. 중국에서 10년 동안 외교관으로 일한 지은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입심 좋게 각지의 독특한 상업문화를 풀어낸다. 그는 중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지역 4곳을 경주마에 비유한다. 1980년대 중국에서 자본주의의 제한된 실험실로 개발된 광둥 지역은 출발선에서 기선을 잡은 ‘선행마’고, 일찍이 덩샤오핑이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한 상하이는 기수의 전략에 따라 순발력을 천하무비로 발휘하는 ‘자유마’다. 중국 제1의 곡창지역으로 100대기업 가운데 22곳이 몰려 있는 창장 델타지역은 경기 초반에 두세 번째로 달리며 1등을 노리는 ‘선입마’고,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베이징은 초반에 힘을 비축했다가 막판에 전세를 뒤집는 ‘추입마’라는 분석이다. 주행습성이 다르듯 상인들의 기질도 영 딴판이다. 순종 상인종(商人種)이라 할 수 있는 광둥 사람들은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 무역을 하며 외래문화를 받아들였다. “베이징 사람들은 외지인들을 자기의 부하로 여기고, 상하이 사람들은 시골 촌뜨기로 깔보지만, 우리 광둥 사람들은 그들을 소비자로 대우한다”는 백화점 여직원의 말은 장사꾼 광둥인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정치는 밥 먹여주지 못한다’, ‘공부 안 하면 나중에 관료나 된다’며 아이를 꾸짖는 광둥인들과 달리, 베이징인은 모두 시사평론가라 할 정도로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다. 모두 30꼭지의 글 속엔 중국 지역의 대표적 상인뿐 아니라 지혜롭고도 독특한 상술로 성공한 기업인과 중소업체의 전략이 담겨 있다. ‘품질 제일주의’로 1669년부터 대를 잇고 있는 한방제약회사 ‘동인당’, 인화단결을 제일로 삼아 점심시간이면 주인이 말석에 앉아 종업원을 대접하는 베이징의 제과점 ‘다오샹춘’ 등을 소개한다. 지은이는 “지금 중국 땅은 온통 시장이고, 중국인은 전부 상인”이라고 말한다. 중국인의 치열한 상인정신과 악착 같은 상술과 맞붙어 이겨야만 한국 상인도 대륙에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그 거대한 행보>(레이 황 지음, 홍광훈·홍순도 옮김, 경당 펴냄, 2만원)는 중국 최초의 왕조로 일컬어지는 ‘하왕조’로부터 시작해 자본주의 실험에 나선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거시사’라는 렌즈를 이용해 들여다봤다. 여기에서 ‘거시사’는 한 사건을 다룰 때 개인이나 특정 에피소드에 역사적 책임을 돌리지 않고, 그 사건이 일어난 전후시대 사정과 사회·문화·지리까지 두루 살펴 종합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황토와 계절풍, 황하라는 자연적 요소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농업에 기반한 관료체제가 탄생했으며, 전국시대의 혼란도 진나라 같은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통일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왜 중국이 유럽이나 일본보다 근대화가 늦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 원인이다. 지은이는 “전통 중국의 왕조는 역사적으로 인(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도덕이 형률을 대체함으로써 ‘수량 관리가 불가능한’ 곧 조세재정과 일반행정 기능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지진아가 됐다”고 답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당 정부, 사회주의 혁명 이후 벌어진 자본주의 실험을 모두 전통왕조들의 ‘수량 불가능한 속성’을 개조하려는 일관된 노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장제스, 마오쩌둥, 덩샤오핑이 설령 개인적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거시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하나의 연속된 운동의 단계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세계사가 쓰여지기 시작할 때, 이미 중국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많은 역사서들은 오만한 태도로 서양이 동양을 ‘발견’했다고 기록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서양은 동양과 ‘교류’한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길>(헨리 율·앙리 꼬르데이 지음, 정수일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 2만5천원)은 모두 4권으로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