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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의식 너머로 ‘최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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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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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최면술을 이용해 담배를 끊었다거나 체중을 줄였다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다. 현재 의료 선진국에서는 최면요법을 불면증, 스트레스, 통증, 천식, 과민성 대장증후군, 메스꺼움과 구토, 입덧, 분만, 공포증, 강박증, 히스테리, 비만, 야뇨증, 알레르기 반응, 사마귀, 신경인성 방광, 마취 등에 사용한다. 최면은 극도의 의식 집중상태로 유도되면서 평소의 의지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생리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예를 들면 최면을 통해 맥박이나 체온도 변화시킬 수 있다. 최면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에서 승려 의사들에 의해 치유행위로 이용된 기록이 있는가 하면 아메리칸 인디언도 최면으로 통증을 치료한 흔적이 있다.

근대 의학에서 최면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사람은 1700년대 말 독일 의사 프란츠 메스머다. 메스머는 최면술을 이용해 다양한 신경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를 돌팔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연히 의학적 목적으로 보편화되는 건 불가능했다. 에테르 마취가 도입될 때까지 수년 동안 최면술은 마취하는 데 쓰였다. 그 뒤 일부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최면술은 나름대로의 위상을 가진 하나의 전문분야로 발전했다. 대체의학 치료사들은 물론 일부 정통 의사들까지도 각종 신체적 또는 정서적 장애를 치료하는 데 최면법을 이용한다. 최면상태에서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숨어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 현재의 병을 고친다는 전생요법도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찬반 격론의 쟁점이 되기도 한다.

최면술이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뇌의 신경 경로를 활성화시켜 엔도르핀 같은 천연 아편을 분비시키고, 이것이 면역계를 통해 우리의 행동, 통증에 대한 감각, 기타 다양한 주관적 증상들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론할 뿐이다. 최면은 전문가에 의해 비교적 쉽게 유도될 수 있다. 사람마다 최면에 대한 감수성이 아주 다르다. 자신이 원하거나 최면술사를 신뢰하면 피실험자의 90%는 최면에 빠질 수 있다. 최근에는 최면술을 연마하는 의료인들의 수가 부쩍 늘었으며, 최면치료를 받으려는 환자의 수도 늘었다. 최면은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최면상태의 암시가 깨어난 뒤에도 계속되는 이른바 “최면후 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효과가 속속 밝혀졌만 심신에 해가 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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