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수련 과정에서 건강 체질 얻어… 혼신 쏟아 신명나게 일하는 게 보약
나는 ‘소리’를 천분으로 알고 평생 소리만 해왔다. 돌이켜보면 소리를 수련하는 과정이 보통 건강한 사람 이상의 체질을 형성시켜준 것 같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인 여섯살 때부터 소리를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한 살림과 소리 수련의 궁핍한 과정에서 특별한 영양식이나 보약 한첩 먹어본 적이 없다. 보릿고개와 전쟁의 와중에 굶어 죽지 않고 누가 그리 알아주지도 않는 전통음악을 하면서 근근 도생한 것을 보면 낙천성은 타고난 듯하다. 이것을 보면 건강은 먹는 것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정신에 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리를 배우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늘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히 나이를 잊고 살게 된다. 대여섯살 정도 되는 꼬마들과 벗을 하고, 중·고등생들과 어울려 농담을 하고 웃다 보면 마음이 그저 즐거움으로 가득 차서 어느 순간 걱정거리가 사라져버린다. 생기발랄함은 나이를 넘어 노소가 함께 동락하는 가운데 생긴다.
또한 자연만큼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나는 일년에 한 차례씩 여름이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소리공부를 한다. 맑은 공기, 경치 좋은 자연에서 사회와 단절하고 한달 동안 소리공부에만 전념하면 심신이 모두 쾌청해져 생기가 마구 솟는다. 마침 내가 사는 서울 신림동은 집을 나서면 걸어서 10분 안에 관악산 등산로에 닿는다. 매주 일요일이면 강아지를 앞세우고 두 시간 남짓 아주 천천히 산을 오른다. 나이가 있는지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걷다 보면 온몸에서 땀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온 오후에는 목욕을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풀린다.
식사는 아주 적게 먹는 편이다. 원래 소리 하는 사람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만 한다. 소리라는 것이 워낙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나도 젊었을 때는 주로 육식을 했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혈압이 올라가고 당뇨가 생겨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한꺼번에 줄이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줄이다 보니 2~3년 안에 아주 적은 양을 먹게 됐다. 세끼를 다 먹되 적은 양만 먹는 대신 술과 담배를 끊었다. 40대에 접어들고 성대에 이상이 생겨 소리 생활에 지장이 있었는데, 약 3~4년 전부터 담배와 술을 끊고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상황이 바뀌었다. 전과 달리 목도 좋아졌고, 음식을 적게 먹어도 피로가 덜하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운동은 매일 아침과 저녁 러닝머신에 올라 30분씩 걷는 것이다. 땀을 흠씬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소리를 하면 단전에 기운이 몰려 자연히 단전호흡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깊은 숨을 쉬게 되고 이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내 경우도 그렇다. 늘 소리를 하기 시작해서 한두 시간이 지나면 몸 전체에서 소리가 울리는 듯하고, 몸과 마음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가벼운 기분이 든다.
나는 건강의 비결이 무슨 일이든 자기 분야에 혼신을 쏟아 신명을 살려 일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완전히 힘을 빼지 말고 적당히 긴장하고 살면 그것이 늘 정열과 확신 속에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사진/ 성우향ㅣ국악 명창. (한겨레21)
나는 건강의 비결이 무슨 일이든 자기 분야에 혼신을 쏟아 신명을 살려 일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완전히 힘을 빼지 말고 적당히 긴장하고 살면 그것이 늘 정열과 확신 속에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