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올해의 노벨상,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이 받은 두개의 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좁은 지면에 모두를 담을 수는 없으므로 두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일본 과학의 저력이며, 둘째는 운용 방향이다.
첫째 논점인 일본 과학의 저력은 두개의 상이 나온 분야를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의 연구분야는 중성미자의 검출이다. 이 입자는 ‘유령입자’라는 별명에서 보듯 수많은 소립자 가운데서도 가장 신비로운 입자로 여겨진다. 그 질량의 존재 여부는 현대 우주론의 기본 구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를 밝히기 위한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고시바 교수도 말했듯 그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는다. 이른바 기초과학 가운데서도 핵심 기초과학이다. 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는 단백질의 질량 결정법을 연구했다. 그런데 이 분야는 생물학의 세기로 예상되는 21세기에 들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기초과학이면서도 매우 강한 응용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가 이룬 분석법은 현재 ‘단백질공학’(proteomics)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 급속히 실용화되었다. 이처럼 가장 기초적 분야로부터 가장 실용적 분야에까지 걸친 광역적 분포에서 우리는 일본 과학의 굳건한 저변을 마음속 깊이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저변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투자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적극적 투자와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총생산의 1%인 약 240조원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거울삼아 적극적 대책을 수립하리라고 한다. 그런데 노벨상,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은 단순히 투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 내지 창의력이 꽃필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둘째 논점인 과학 정책의 운용 방향이다.
이에 대한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이번 노벨상의 수상과 함께 그 예도 함께 전해졌다. 다나카는 전기공학도 출신으로 화학은 잘 모른다. 그러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쉬웠다. 무(無)에서 출발하니까 오히려 답이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정밀기계 회사지만 대학보다 학구적 연구 풍토의 전통을 130년 동안이나 이어왔다. 고시바 교수는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한 성적표를 휘날리며 간접적으로 이를 웅변했다. 때마침 영국의 한 신문도 “국가의 개입과 노벨상 수상은 반비례한다”, “관료주의와 천재는 섞일 수 없다”는 보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모기업과 독립적 연구활동을 하는 벨연구소(Bel Lab)와 IBM연구소의 명성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어떤 시인이 “총에 맞아 죽은 새는 새가 아니다. 새장에 갇힌 새도 새가 아니다. 오직 푸른 창공을 본연의 모습으로 날고 있는 새만이 진짜 새다”라고 말했다.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새들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가둬서는 안 된다. 과학자의 창의력은 가둘 수 없는 새와 같다. 앞으로의 정책은 근래의 ‘이공계 위기’와 함께 엮어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크고도 치밀하게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