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경연미
지방의회에 여성이 진출하기란 백로가 까마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 듯하다. 특히 올 6월에 치른 지방선거판에서 돈줄이나 연줄 없는 여성이 명함을 내미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많은 후보자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거니와 권하는 분위기도 못 되고 여성들은 그저 여성표 관리를 위해 뛰고 후보 부인 대동해 선거운동 다니는 운동원일 뿐이었다.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성한 선배언니도 고향에서 기초의원으로 나섰다가 쓰겁게 떨어지고 말았다. 의회에선 일 잘한다는 입방아에 올랐어도 지역으로 오면 어느 학교 출신이냐, 집안이 어디냐가 먼저고, ‘여자가 나서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농어촌 인구에서 여성이 절반 이상이다. 우리 지역은 인구의 50.1%가 여성이다. “여성 의원 하나 나서 봄직하지 않은가” 싶어도 아무도 엄두를 못 낸다. 지난 지방의회에서 활동한 전남 기초의원 가운데 2명의 여성의원 모두 남편의 명예회복을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경우라고 한다. 남편의 그늘을 드리우지 않고는 어렵다는 얘기다. 생활정치의 장을 만들어나가야 할 지방의회에 시커먼 남성들만 들어차 있다는 것은 왠지 불균형해보인다. 결국 절반의 문제인 여성문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여성은 사회복지나 보건의 일부거나 농정에 두어줄을 차지할 뿐이다. 여성들이 지방의회를 지켜본 지 1년여가 돼간다. 그동안 여성 자치학교나, 모니터 교육도 하고 천주교·원불교 여성들과 연대모임도 만들어 군단위 여성 정책 모니터를 진행하며 여성의 정치의식을 북돋웠지만, 군단위 정치환경은 오히려 여성을 호되게 내밀어버리는 것 같다. 더 이상 지방의회가 금녀의 땅이 되지 않도록 여성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마음이 급해진다. 이태옥 ㅣ 영광 여성의전화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