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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향기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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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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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아로마(향기)요법은 고대 문명권에서도 두루 썼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학자들은 적어도 6천년 전부터 널리 쓰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 뜰 무렵 태양의 신 ‘라’에게 향을 피우는 예식이 있었고, 그리스에서는 향유를 약품이나 화장품으로 썼다. 고대 중국에서도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웠고, 로마에서는 목욕탕에 민간요법의 한 방법으로 향유를 썼다.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 전통의학의 일부로 향기 마사지를 시행했고,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그들 나름의 생약요법과 함께 향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향기요법이 본격적으로 치료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20년대에 향수산업에 종사한 프랑스의 한 화학자 가트포스가 자신의 손에 심한 화상을 입고 얼떨결에 옆에 있는 라벤더 오일통에 손을 담그면서 그 효능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불에 덴 자리와 통증이 급속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라벤더 오일의 소독 효과는 물론 치료도 가능한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그 뒤 그는 다른 오일로도 실험을 해보았다. 그것들 역시 다양한 피부질환에 효능을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향유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효과를 가장 빠르게 일으키는 수단으로 쓰였다.

향기요법 전문가들은 향유에 살균작용, 항경련작용, 이뇨작용, 혈관의 확장이나 축소작용, 스트레스 관리 등에 효험이 있음을 확인했다. 민간요법으로는 멍든 데, 곤충에 물렸을 때, 가벼운 화상, 가벼운 소화장애나 메스꺼운 증상에 사용한다. 심지어 피부관리, 정신이완 등에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용법으로는 주로 손수건이나 가제에 향유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냄새를 맡는 방법과, 피부에 문지르는 방법, 목욕물에 타서 이용하는 방법 등이 보급되었다. 드물게는 먹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이들 향유는 다양한 꽃·뿌리·잎·나무껍질·과일껍질 등에서 추출한 향내가 강하고 휘발성·인화성이 강한 물질이다. 향유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도 있다. 대부분의 향유는 외용으로 만든 것이지 먹도록 만든 게 아니다. 인구의 5% 정도는 피부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눈 근처에는 바르지 말아야 한다. 적절하게 쓰지 않으면 모두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박하 오일은 소화기 질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면증에는 더 해로울 수 있다. 향기요법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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