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화의 깊은 감동 전하는 영화제 풍성…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영화여행을 떠나보자
흥행성 영화를 골라 한번에 크게 벌려 단기간에 관객을 끌어모으는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스’ 전략이 일반화하면서 극장가의 ‘식단’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과 미국 영화의 관객점유율은 96.6%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가 늘어났다. 두 나라를 제외한 나라의 영화의 점유율은 3.5%에 불과했다.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다채롭게 열리는 각종 영화제가 이런 편식 현상에 숨통을 터줄 만하다.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최근의 화제작들을 한자리에 모아주거나, 특정 감독이나 지역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는 행사들이다. 서울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광주·부산 등에서도 열려 가을여행의 한 코스로 고려해볼 법도 하다. 각 영화제의 관람 포인트를 요약해본다.
프랑수아 오종 영화제
10월17일까지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02-3672-0181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작가 프랑수아 오종은 한국에는 낯선 감독이다. 카트린 드뇌브, 에마뉘엘 베아르, 이자벨 위페르 등 프랑스의 A급 여배우들을 기용한 <여덟 명의 여자들>로 화제를 모은 감독이지만, 그의 작품이 언제 개봉될 지는 미지수다. 평가가 끝난 거장의 회고전이 아니라는 점도 특별하다. 그는 근친상간, 살인, 성 정체성, 자살, 가학·피학증, 관음증과 같은 극단적인 주제를 대담하게 그려간다. ‘프랑스판 내추럴 본 킬러’라 부를 만한 <크리미널 러버>, 아들 니콜라는 게이라고 커밍아웃하고 딸 소피는 갑자기 2층에서 뛰어내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안정된 가정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는 <시트콤>, 권태가 부르는 파국의 <워터 드롭스 온 버닝 락> 등은 일반 극장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갑자기 색깔을 달리하는 <사랑의 추억>은 흥행에도 성공한 드라마다. 휴가를 위해 찾은 바닷가에서 남편이 실종된 뒤, 과거의 사랑에 집착하는 한 중년 여인을 통해 미묘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그려간다.
실험영화명품전
10월19~22일 서울 광화문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 02-2002-7777, www.iljuarthouse.org 미디어아트의 창작을 지원하고 전시·상영하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 개관 2주년을 맞아 준비했다. 1920년대 유럽에서 모더니즘 예술가들이 행한 아방가르드 정신을 이어받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50년대 작품에서부터 90년대까지 만들어진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50년대 이후 실험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실험영화사에 특별히 언급할 만한 서른명의 감독을 고르고 이 중에서 다시 대표작 하나씩을 선택해 모두 서른편을 상영한다. 영화를 회화의 한 영역으로 끌어올린 스탠 브랙커지, 미국 실험영화계의 중요한 기둥이자 ‘구조주의 영화’를 개척한 어니 기어, 유럽을 대표하는 피터 쿠벨카, 마틴 아놀드, 거바 넬슨 등이 소개된다. 무료 입장이다. 2002:Fritz Lang Odyssey, 프리츠 랑 회고전
10월18~25일 서울아트시네마, 02-533-3316, www.cinephile.co.kr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이자 필름 누아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리츠 랑(1890~1976)의 주요작을 필름으로 상영한다. 랑 자신이 ‘질식하는 어둠의 공포’라 부른 <마부제 박사>(1922)와 <마부제 박사의 유언>(1933), 세기 전환기의 혼돈과 유토피아적 꿈을 가공의 도시에 담아 그려낸 공상과학(SF) 영화의 걸작 <메트로폴리스>(1927) 등의 무성영화를 통해 개인과 집단, 지성과 본능, 이상주의와 아나키즘의 갈등을 독일 표현주의로 묵직하게 그려간다. 또 브레히트와 공동 작업한 <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1943), 사회문제를 파헤친 ‘사회 삼부작’ 중 <한번뿐인 삶>(1937)과 <당신과 나>(1938) 등을 상영한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떠나 유럽으로 다시 건너가 ‘마부제 박사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만든 <마부제 박사의 천개의 눈>(1960)도 소개한다. 2002 광주국제영화제
10월25~31일 광주 충장로 극장가, 062-228-9968, www.giff.or.kr 광주국제영상축제가 광주국제영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두 번째 행사를 연다.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당장 눈에 띄는 섹션은 ‘프랑스 느와르 영화 특별전’과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이다.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은 작가로 성장한 몇몇 감독들의 실험실이 됐던 로망포르노로 꾸려졌다. 작가 대접을 받는 루마시로 다쓰미의 영화 네편을 포함해 다나카 노보루의 <실록 아베사다>와 <다락방의 산보자>, 소네 주세이의 <천사의 창자-붉은 교실>, 소마이 신지의 <러브 호텔> 등을 상영한다. 프랑스 누아르로는 장 피에르 멜빌의 대표작으로 알랭 들롱이 주연한 <사무라이>와 멜빌의 또 다른 작품 <도박꾼 봅>, 자크 베케르의 <현금에 손대지 마라>,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 등 9편을 준비한다. 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들의 최근작을 모은 ‘월드 시네마 초이스’에선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가정 폭력> 등 5편을 틀고, 한국 영화 회고전에선 <귀로> <마의 계단> <삼포 가는 길>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의 이만희 감독 작품 8편을 상영한다. 제7회 부산영화제
11월14~23일www.piff.org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자리잡은 굵직한 행사다. 개막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최신작인 <해안선>이, 폐막작으로는 기타노 다케시의 열 번째 연출작인 <돌스>가 확정됐다. <해안선> 이외에 <광복절 특사>와 <밀애>도 개봉 전에 처음 소개되는 한국 영화 목록에 올라 있다. 또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국 피터 뮬란 감독의 <막달레나 시스터스>,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의 프로젝트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중국 류빙지엔 감독의 <크라이 우먼> 같은 화제작들과 부산영화제의 구체적 성과물들이 줄지어섰다. <막달레나 시스터스>는 1960년대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수녀원에서 벌어진 은밀한 폭력과 억압을 다뤄 바티칸쪽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베니스영화제 기간 내내 큰 논란을 빚었다. 자갈치 시장 앞의 남포동을 수놓던 관객의 물결은 올해 분산될 조짐이다. 해운대에 문을 연 메가박스 5개관이 영화제 상영장으로 새로 추가된 반면, 남포동에서는 대영·부산 극장만이 영화제 손님을 받는다. 각종 무대 이벤트, 주요 게스트의 핸드프린팅 등은 여전히 남포동에서 진행된다. 또 개·폐막식 및 오픈시네마 상영장이 지난해 벡스코에서 시민회관으로 옮겨진다. 좌석 수는 크게 줄지만 음향시설 등을 고려한 조처다.
제3회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
11월29일~12월2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www.meff.co.kr
유럽의 최신 화제작을 소개하는 영화제이지만 부산영화제에 이어 열리는 터라 고민이 많았다. 상영작이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면서 1·2회 때보다 규모를 늘렸다고 한다. <텐 미니츠-트럼펫>과 <텐 미니츠-첼로>는 장 뤼크 고다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베르너 헤어조크 등의 거장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프로젝트로 두편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또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 이은 빔 벤더스의 음악영화 <비엘 파시에르트-쾰른에의 송가>,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감독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의 신작 <팔콘>, 영국 마이클 윈터버텀 감독의 <24시간 파티 피플> 등이 상영을 기다린다. 또 10대 소년의 누이에 대한 왜곡되고 파괴적인 열정을 그린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뤼지아의 <악마들>, 러시아 카렌 샤크나자로프의 블랙코미디 <독약과 독살의 연대기> 등은 신예 감독들이 내놓은 기대작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10월17일까지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02-3672-0181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작가 프랑수아 오종은 한국에는 낯선 감독이다. 카트린 드뇌브, 에마뉘엘 베아르, 이자벨 위페르 등 프랑스의 A급 여배우들을 기용한 <여덟 명의 여자들>로 화제를 모은 감독이지만, 그의 작품이 언제 개봉될 지는 미지수다. 평가가 끝난 거장의 회고전이 아니라는 점도 특별하다. 그는 근친상간, 살인, 성 정체성, 자살, 가학·피학증, 관음증과 같은 극단적인 주제를 대담하게 그려간다. ‘프랑스판 내추럴 본 킬러’라 부를 만한 <크리미널 러버>, 아들 니콜라는 게이라고 커밍아웃하고 딸 소피는 갑자기 2층에서 뛰어내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안정된 가정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는 <시트콤>, 권태가 부르는 파국의 <워터 드롭스 온 버닝 락> 등은 일반 극장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갑자기 색깔을 달리하는 <사랑의 추억>은 흥행에도 성공한 드라마다. 휴가를 위해 찾은 바닷가에서 남편이 실종된 뒤, 과거의 사랑에 집착하는 한 중년 여인을 통해 미묘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그려간다.
실험영화명품전
10월19~22일 서울 광화문 일주아트하우스 아트큐브, 02-2002-7777, www.iljuarthouse.org 미디어아트의 창작을 지원하고 전시·상영하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 개관 2주년을 맞아 준비했다. 1920년대 유럽에서 모더니즘 예술가들이 행한 아방가르드 정신을 이어받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50년대 작품에서부터 90년대까지 만들어진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50년대 이후 실험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실험영화사에 특별히 언급할 만한 서른명의 감독을 고르고 이 중에서 다시 대표작 하나씩을 선택해 모두 서른편을 상영한다. 영화를 회화의 한 영역으로 끌어올린 스탠 브랙커지, 미국 실험영화계의 중요한 기둥이자 ‘구조주의 영화’를 개척한 어니 기어, 유럽을 대표하는 피터 쿠벨카, 마틴 아놀드, 거바 넬슨 등이 소개된다. 무료 입장이다. 2002:Fritz Lang Odyssey, 프리츠 랑 회고전
10월18~25일 서울아트시네마, 02-533-3316, www.cinephile.co.kr 표현주의 영화의 거장이자 필름 누아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리츠 랑(1890~1976)의 주요작을 필름으로 상영한다. 랑 자신이 ‘질식하는 어둠의 공포’라 부른 <마부제 박사>(1922)와 <마부제 박사의 유언>(1933), 세기 전환기의 혼돈과 유토피아적 꿈을 가공의 도시에 담아 그려낸 공상과학(SF) 영화의 걸작 <메트로폴리스>(1927) 등의 무성영화를 통해 개인과 집단, 지성과 본능, 이상주의와 아나키즘의 갈등을 독일 표현주의로 묵직하게 그려간다. 또 브레히트와 공동 작업한 <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1943), 사회문제를 파헤친 ‘사회 삼부작’ 중 <한번뿐인 삶>(1937)과 <당신과 나>(1938) 등을 상영한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떠나 유럽으로 다시 건너가 ‘마부제 박사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만든 <마부제 박사의 천개의 눈>(1960)도 소개한다. 2002 광주국제영화제
10월25~31일 광주 충장로 극장가, 062-228-9968, www.giff.or.kr 광주국제영상축제가 광주국제영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두 번째 행사를 연다.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당장 눈에 띄는 섹션은 ‘프랑스 느와르 영화 특별전’과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이다. 닛카쓰 에로영화 걸작선은 작가로 성장한 몇몇 감독들의 실험실이 됐던 로망포르노로 꾸려졌다. 작가 대접을 받는 루마시로 다쓰미의 영화 네편을 포함해 다나카 노보루의 <실록 아베사다>와 <다락방의 산보자>, 소네 주세이의 <천사의 창자-붉은 교실>, 소마이 신지의 <러브 호텔> 등을 상영한다. 프랑스 누아르로는 장 피에르 멜빌의 대표작으로 알랭 들롱이 주연한 <사무라이>와 멜빌의 또 다른 작품 <도박꾼 봅>, 자크 베케르의 <현금에 손대지 마라>,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 등 9편을 준비한다. 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들의 최근작을 모은 ‘월드 시네마 초이스’에선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가정 폭력> 등 5편을 틀고, 한국 영화 회고전에선 <귀로> <마의 계단> <삼포 가는 길>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의 이만희 감독 작품 8편을 상영한다. 제7회 부산영화제
11월14~23일www.piff.org

11월29일~12월2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www.mef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