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서양의학이 아니면 대체의학

428
등록 : 2002-10-02 00:00 수정 :

크게 작게

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의(醫)는 하나이지만 의학은 여럿이 있으며, 요법은 수백가지에 이른다. 의는 인술로서 예나 지금이나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지만 학문적인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의학 또는 저런 의학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대체의학 또는 보완의학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서양문화권에서는 서양의학을 정통적 의학이라고 간주한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정통 의학의틀 안에 들지 않는 기타의 의학이나 의술은 모두 보충적이고 대체적이다.

대체의학이란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동양의학이 서양에 차츰 파고든 게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동양은 동양대로 서양은 서양대로 각각 하나의 공인된 의학이 있었을 뿐이다. 대략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 관계 개선을 꾀한 시기부터 동양의학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철의 장막 속에 가려져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문화가 서구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때 오랜 전통의 동양의학도 신비의 대상으로 꼽혔다.

서구에서는 낯선 의학이 동양에서 비롯됐다는 이유로 '동양의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자신들의 의학은 '서양의학'이라 불렀다. 미국에서 침술이 의학계와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선풍적 인기를 누렸고 다시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세계적으로 동양의학을 공부하려는 의료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동양의학적 치료를 추구하는 환자들의 수도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와 더불어 '다른 의학들'이 속속 고개를 들고 정체성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동양은 물론 서양의 것도 수두룩했다. 다양한 형태의 의학이 난무했기에 의학자들은 혼란을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서양의학 이외의 모든 전통의학과 민간요법들을 한데 묶어 대체의학이라 부르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우리의 전통의학인 한의학도 대체의학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의료제도가 법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이 대체의학에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서양에서는 서양의학을 제외한 모든 다른 의학을 대체의학이라 하는 셈이다. 어쨌든 세계적으로는 서양의학이 아니라면 모두 대체의학의 범주의 속한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