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약골에 고혈압으로 고생… 긍정적 사고로 스트레스 관리
방송에 비친 모습은 쾌활하고 혈기왕성해보일지 몰라도 속사정은 그렇게 편치 않다. 난 어려서부터 체질적으로 약했다. 조금만 몸에 부담이 오면 금방 증세가 나타났는데, 그건 편두통이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몸이 물먹은 솜처럼 느껴지기 예사였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한약을 많이 챙겨먹은 건 물론이고, 용하다는 의사들도 많이 찾아다녔다. 의사는 저혈압이라 편두통이 나타나는 건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어쨌든 기운동도 해봤지만 뚜렷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운동? 중학교 때는 제법 알아주던 핸드볼 선수였다. 나름대로 격렬한 운동이었다. 핸드볼에 열중한 건 건강 때문이라기보다 좋아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고질병’을 고쳐주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공부에 더 열중해야 한다는 일반론에 따라 운동을 그만뒀다.
방송사 아나운서 일을 하면서 괴로움이 커졌다. 과로해서는 안 되는 체질인데도, 불 속으로 스스로 뛰어든 격이었다. 끼니 거르기는 예사였다. 괴로운 건, 나흘에 한번씩 찾아오는 숙직이었다(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 날은 잠을 두세 시간밖에 못 잔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다른 일이 탕감되는 건 아니다. <사랑방 중계>를 할 때는 주간 프로그램 4개에 날마다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3개씩이나 했는데, 어떤 날도 에누리가 없었으니 정말 고역이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였을지 몰라도 내 몸은 엉망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 몸이 고혈압으로 바뀌었다. 백약이 무효라 다른 도리가 없었고, 평범해보이기는 하지만 건강에 아주 기본적인 처방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생활을 규칙적으로 바꿨다. 프로그램을 줄이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로 바꿨다. 이를 위해 일부러 아침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새벽 서너시쯤 자서 정오 가까이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랬더니 몸이 좀 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정적인 건 내 마음에 있었다. 술·담배를 멀리하시던 아버님이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았다. 속을 부글부글 끓이던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빨리 떨쳐내기 위해 애썼고, 어려운 일일수록 빨리 끝내버리는 버릇을 들여갔다. 또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등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기보다 집 안에서 가족과 평화롭고 즐겁게 지내는 여유를 늘려갔다. 방송 일을 줄이는 대신 나 스스로 아주 재미있어하는 대학 강의나 특강 시간을 늘렸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몸이 정말 좋아졌다. 아니,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다니! 물론 가족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집 뒤가 남산 식물공원이어서 틈날 때마다 함께 산책해준 딸과, 내 체질에 맞게 식단을 꾸리느라 애쓰는 집사람을 말이다.

사진/ 원종배ㅣ방송인·케이블TV DIY채널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