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고통 제거하는 다양한 치료법… 약물 요법과 병행하면 치료효과 높여
얼마 전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몽준 의원은 “한때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데 사실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그런 치료를 받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는가?”라고 되물은 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과 나 중에 누가 이상한지 비교해 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정신과 치료를 사회적 금치산자 선고로 여기는 세태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정신과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의 절대 다수가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정신분열병 환자도 17만여명 가운데 치료를 받는 사람은 30%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정신병력자로서 수시적성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은 마음을 다스리는데 달려있다. 건강한 마음을 갖는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게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기분을 조절하는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일만은 아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경미한 장애를 겪는다면 자신의 감정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 있다. 그것이 개인적으로 불가능할 때는 약물이나 다른 치료법에 의존해 얽힌 감정을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서울인지치료상담센터 이민식 연구원은 “대부분의 마음의 병은 그 마음의 구조를 파악하여 재건해 주어야만 근본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전문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뇌의 대사를 조절해 생각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최면치료나 행동치료, 이완요법 등을 통해 재발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구조 파악해 근본을 치유해야
사진/ 최면에 걸린 피험자의 양손을 뜨거운 물에 담근 상태에서 양전자방사단층촬영을 한 뇌의 모습. 체지각 피질은 고통을 느낄 것이라는 최면 암시(위 왼쪽)와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위 오른쪽)에 따라 변화가 없다. 반대로 전방 대상 피질은 암시 여부에 따라 활동성에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아래).
최근 최면요법은 나름대로 과학적인 유효성을 검증받고 있다.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거나 기억을 재생하고 고통을 줄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다고 누구나 최면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면에 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탓이다. 마치 배우들이 역할에 흠뻑 빠지는 것처럼 특정 상황에 몰입되는 높은 최면 감수성을 타고나야 한다. 최면 감수성 평가는 주로 1950년대 말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이 고안한 스탠포도 척도로 이뤄진다. 예컨대 팔을 뻗게 하거나 병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의 냄새를 맡게 하는 행동 등으로 측정한다. 물론 정신건강이 크게 망가진 사람이라면 최면 치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신경정신과 최면전문 클리닉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주부 박아무개씨는 "양변기 뚜껑에도 공포를 느끼는 등 극심한 특정 공포증에 7년여를 시달렸다. 6개월 가량 최면 치료를 받으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곤한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정신질환이 치료되려면 뇌의 손상을 바로잡는 데 달려있다. 약물은 신경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이나 세라토닌의 분비를 조절하는데 쓰인다. 최면 역시 뇌의 우측전방 대상피질을 활성화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도록 한다. 명상이나 색깔, 의상, 향기., 자기요법 등도 마음이 지닌 치유력으로 정서를 주관하는 뇌의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아직까지 뇌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을 완벽하게 다스리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첨단 장치로 뇌의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뇌의 특정 부위를 조절하는 '스마트 약물'도 개발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시간 정도의 최면 치료가 30만원에 이르듯 돈 없는 사람들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선택된 사람들의 치료'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글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사진/ 심리검사 도구로 이용하는 잉크블롯 테스트는 평가자의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 (사이언스올제)
아직까지 정신건강을 단박에 회복할 방법은 없다. 아무리 경증이라 해도 뇌의 손상이 있게 마련이다. 뇌에 관한 연구가 발달하면서 과거에 심리적 문제로 여기던 것들도 대뇌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등 생화학적 이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약물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완하시키고 적개심 등을 누그러뜨린다. 약물로 신경회로를 수선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정신분열병은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많아서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면 주위력과 기쁨 등을 관장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긴다. 항우울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프로작도 상대방에 대한 호전적 행동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정신건강을 되찾으려다가 범죄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복용한 뒤에 증세가 악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30대 초반의 주부 정아무개씨는 요즘 소화불량과 근육긴장으로 인한 두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년 전 스스로가 너무 예민한 게 아닌가 싶어 가까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지 3개월쯤 돼도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대신 약을 먹지 않으면 예전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미국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있는 이아무개 박사는 국내의 획일화된 약물 처방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탁월한 치료약이 잇따라 개발돼 약물로 대부분의 정신질환을 약물로 치료할 단계에 진입했다. 환자와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처방을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정신과적 진단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까닭에 약물 요법과 다른 치료법을 병행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음이 지닌 치유의 힘이라 불리는 '자연 치유력'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주로 명상이나 이완반응, 최면 등심리학적 기법을 통해 이뤄진다. 대표적인 게 최면요법이다. 이완반응은 명상법의 하나로 신체근육을 충분하게 이완시킨 다음 특정 단어나 기도문을 반복해서 읊조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남대 심리학과 장현갑 교수(생물심리학)는 이완반응을 통해 신체적 변화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완반응이 이뤄지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심신의 변화로 만성적 질병도 치유할 수 있다. 혈압과 심장박동률이 낮아지고 흐흡률이 낮아지면서 뇌린 뇌파인 알파파가 생기면서 신진대사가 더디게 이뤄진다.” 최면 유효성 검증… 명상·색깔 등도 효과
사진/ 최근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은 최면으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신경 정신과 전문의가 최면을 걸고 있다.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