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앤라이프
‘민중가요의 부활’이라는 말은 난센스다. 지금도 민중가요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말 안 해도 아는 사람 다 알지/ 어떤 이가 이 노래의 기막힌 주인공인지/ …/ 아들 사위 친척 여덟명 중에 일곱명이 병역 의무 면제받고/ 그 중 하나 육방이라 그야말로 신의 아들들일세….” 지난 4월 특정후보를 비방한다 하여 경찰조사까지 받은 윤민석씨의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다. 80년대 <전대협진군가>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을 만들었던 ‘스타’ 작곡가 윤씨가 민중가요 사이트인 ‘송앤라이프’(www.songnlife.com)에서 선보였던 곡이다. 송앤라이프는 민중가요의 원활한 재생산과 자체 유통구조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 노래는 회원들에게 18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동계 올림픽 때 오노의 반칙사건을 소재로 만든 도 그 못지않은 다운 횟수를 기록하며 장안의 화제곡이 됐다. 그가 지금까지 사이트에 올린 곡들은 57곡. 반수가량이 앞의 곡들이나 <또라이 부시> <기특한 과자> 같은 신곡들이다. 제작비를 줄이고 노래의 시의성을 맞추기 위해 보컬을 제외한 모든 연주는 미디로 작업한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요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일체의 투자나 지원 없이 회원들의 후원회비로 운영하겠다는 사이트의 운영방침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디서 큰돈을 끌어올 생각은 없다. “민중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후원만으로 사이트 운영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 모든 자료는 카피레프트로 공유를 약속했습니다. 이제 와서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죠”. 요즘 민중가요 부활 운운하는 게 그에게 흔쾌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애국의 길>을 만든 제가 반민족적이거나 반통일적인 행동을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민중가요는 작품성이나 예술성만으로 품평되는 것이 아닙니다. 창작자가 삶으로 자신의 음악을 책임져나가는 모습이 중요하죠.”
최근 송앤라이프에서는 신곡을 담은 두개의 테이프가 나왔다. 수익사업은 전혀 할 계획이 없었지만 음반을 구하고 싶다는 전화가 자주 와서 한정판으로 테이프를 찍어냈다. “새로 나오는 민중가요도 요즘 뜨는 ‘민중가요’만큼 방송에서 관심을 가진다면 사랑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리메이크곡들의 인기는 노래하는 가수들의 승리일 수는 있어도 민중가요의 연착륙으로 보기 힘들죠.”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