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앨범 < Be My Best > 내놓고 기념공연 준비하는 신해철
신해철은 재담꾼이다. 말을 시작하면 빠른 속도와 종횡무진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언어들에 기자의 펜이 따라갈 도리가 없을 정도다. 우스꽝스런 표정과 손발짓까지 동원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그의 모습에서 평소 사진을 통해 만나던 냉소적인 눈빛은 찾아볼 수 없다. “제가 원래 타고난 건 이거예요(손을 입으로 가져가 오므렸다 폈다 하며). 음악은 그냥 좋아하는 거지, 별로 재능은 없어요. 제가 10년 넘게 활동하며 대중음악계에 기여한 거라면 노래 못해도 음악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웬만해선 당해낼 수 없는 그의 입담은 이미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입증된 것이기도 하다.
록·팝·발라드 CD에 VCD 덤으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지나친 겸손이거나 어쩌면 농담일 것이다. 이번에 내놓는 베스트 앨범 < Be My Best >를 포함해 그가 15년 동안 내놓은 앨범은 23장에 이른다. 앨범 모두가 넥스트 2집 앨범만큼 걸작으로 찬사받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음악적 에너지를 가지고 해마다 한두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운 좋게도 저는 특별한 슬럼프를 겪지 않았어요. 음악이 취미가 아니라 일이 돼버렸으니까 매달린 거죠. 사실 베스트 앨범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한번은 중간결산을 해야겠다 싶어 만들게 됐어요.”
< Be My Best >는 록·팝·발라드로 나누어 각각 한장의 CD를 채우고 VCD 한장까지 보태 무려 네장짜리 앨범으로 완성됐다. “저는 원래 앨범 내고 나면 다시 안 듣거든요. 이번에 선곡 작업하면서 “‘아, 내가 이런 노래도 만들었나’라고 할 정도였어요.” “‘이거 내 노래 맞나. 진짜 형편없네’ 낄낄거리기도 하고요.” 이번 앨범에는 그를 아이돌 스타로 부상시킨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에서 2000년 발표한 비트겐슈타인의 앨범까지 37곡을 담았다. 모두 첫 녹음 당시 원곡으로 마스터링만 공들여 다시 했다.
신해철은 98년부터 미국과 영국에 머물며 엔지니어링 공부와 앨범작업을 하다가 두달 전 국내에 들어왔다. 베스트 앨범 발매와 오는 9월12일 공연도 공연이지만 더 큰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넥스트의 재결성과 새 앨범 작업이다. “넥스트는 제 음악의 중심축이던 밴드예요. 외국에서 만든 ‘크롬’이나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은 사실 음악작업이라기보다 사운드 기술에 대한 실험에 가까웠어요. 이제 엔지니어링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으니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야죠.” 4인조인 이전과 달리 5인조로 결성되는 넥스트 멤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두명을 더 찾고 있다. 조건이 아주 까다로울 것 같다고 하니 “음, 일단 잘생겨야 하고요, 돈이 많아 좋은 악기를 가지고 있으면 좋구요, 무엇보다 사생활이 문란해야 해요. 연주실력과 음악적 상상력도 있으면 더 좋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아주 진지하게 한다.
새로운 넥스트 멤버가 궁금한가요
“어린 시절 음악을 듣고 스쿨밴드를 할 때부터 제 음악의 원형은 밴드였어요. 같이 밥 먹고, 잠자고 떠들면서 음악을 완성시켜 나가는….이번에 같이하는 친구들은 나이로 보면 까마득한 후배인데 저한테 말 올리면 벌금내야 해요. 밴드에서 위계를 정하면 제대로 음악이 나올 수 없거든요 ” 넥스트 시절부터 워낙 신해철 개인의 카리스마가 튀었기 때문에 이런 대답은 의외로 들린다. 11월께 새 앨범 < The Return of N.E.X.T:Part3 >를 낼 예정인데 어떤 음악인지는 “그때 가서 음반 듣고 확인”해야 한다.
베스트 앨범 발매를 기념해 준비하는 이번 공연은 3년 만에 여는 스타디움(장충체육관)공연으로 넥스트 시절의 화려한 무대를 다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평소 공연에서 듣기 힘들었던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등 초창기 인기곡들부터 최근 월드컵 응원가로 큰 인기를 모은 < Into The Arena >까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팬들에게는 새로운 넥스트 멤버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무대기도 하다. 공연에 참가하는 모든 관객들에게는 두툼한 베스트 앨범을 무료로 선물한다(문의 02-783-4083).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베스트 앨범 < Be My Best >를 발표한 신해철은 올 가을 넥스트를 재결성해 활동을 재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