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대중화 추구하는 온라인 강좌… 열린 평생교육 실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
강형철▶ 먼저 김경희님의 <호외>라는 작품에 대해 좋은 점과 좀더 숙고할 점에 대해 말씀들 나누시죠.
김경희▶ 떨려요.
송은영▶ 괜찮아요^^.
딸기 ▶ 떨꺼 엄써요. 금방 끝나요!
두레 ▶ 순서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겠죠.
강형철▶ <호외>로 하죠.
김경희▶ 기탄없이 말씀하시라요. 괜찮으니까니.
딸기 ▶ 잘못깠다가 담에 삐져서 안둘오는거 아녜염? 편안하게 하지요. 우선 1연이 너무 재미없이 진행되는 것 같지요….
(…) 하루에도 수만개의 가상의 방에서 벌어지는 채팅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이 장면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수업풍경이다. 온라인 강좌인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www.artnstudy.com 원장·신경림)에서 운영하는 창작아카데미의 ‘시창작실습’ 실시간 창작강의시간에 강사 강형철 시인(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과 수강생들이 수다 같은 토론, 토론 같은 수다를 풀어놓는다. 교수·학생의 벽 허물고 실시간 강의
시와 소설로 나뉜 창작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수시로 습작을 올려놓고 담당교수의 품평을 받는다. 격주에 한번씩 밤 10시에 교수와 학생 전체가 컴퓨터 앞에 모여 작품 토론회를 연다. 교수의 오타에 바로 학생의 꾸짖음(?)이 날아오고, 때로는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온 학생으로 인해 토론이 ‘술과 인생’이라는 주제로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강단 앞에서 죄지은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고 교사의 지시를 듣거나 손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궁금증을 가슴에 묻고 마는 교실 안의 흔한 풍경은 그려지지 않는다. “대전에 살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주로 하는 시창작 강좌에 참가하기가 어려워 아쉬웠어요. 이따금 지역에서 열리는 교실에 가면 아무래도 참가 강사들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고요.” 신문사의 지역통신원으로 일하며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조용숙(31)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의 온라인 시창작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조씨와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들은 포항·전주·강원도 등 대부분 조씨처럼 지방에 살고 직장에 육아에 바쁜 사람들이다. “오프라인에서라면 망설이기 쉬운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수강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피력합니다. 강의실에서 질문 하나 던지고 한참을 기다려야 대답이 나올까 말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죠.” 수업을 이끌어가는 강형철 시인의 말이다. 서로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나와 이따금 이야기가 끊기며 산만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시간 창작강의는 교수와 학생의 벽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는 ‘네티즌들에게 재교육의 기회와 함께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학예술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크게 동영상 강의를 주축으로 하는 문화예술 강좌와 창작아카데미로 나누어 운영되는 이 사이트가 자체 분석한 주요 수강층은 ‘지방에 거주하는 30대 여성’들이다. 조용숙씨처럼 나이가 들면서 가사나 직장일에 바쁘고 서울 접근에 쉽지 않은 사람들의 지적·문화적 욕구가 온라인을 통해 배출의 통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비용 역시 월 1만1천원(창작아카데미는 월 3만3천원)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강좌보다 싸다. 민예총·숭의여대 등 공식·비공식 교육기관과 연계해 오프라인 수업을 촬영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수강생들의 즐거움은 하나 더 있다. 무료 회원가입만 하면 오프라인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시인 김지하씨의 강연이나 인터뷰, 소설가 하성란씨 등 인기작가의 대학 내 특강 등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저명 강사진 활약… 다양한 컨텐츠
이처럼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핑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인터넷 곳곳에서는 일반인들의 교양에 대한 갈증을 채울 시원한 물 한잔을 준비해놓고 있다. 2000년 3월 문을 연 사이버 인문대학인 네트로폴리탄대학(www.netuni.net)도 대표적 온라인 인문강좌 사이트. 지금까지 50개의 강좌를 개발한 이곳의 강점은 다른 사이트들과 달리 강좌들을 자체 개발, 제작했다는 점이다. 문학, 역사, 철학, 사회·정치 등 12개의 카테고리로 짜인 이곳은 동영상 대신 목소리 강좌와 칠판처럼 이용되는 플래시를 이용해 수업을 운영한다. 대학교수와 소장학자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이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수업은 철학 아카데미 이정우 대표의 철학강좌들과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버 문화 등 대중문화 관련 강좌들이다. 리포트를 제출하며 교수로부터 어느 정도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느냐에 따라 강의료는 8만원, 5만원, 2만원대로 나뉜다(3개월 기준).
“일반인들에게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로 인문정신의 확산을 목표로 사이트를 기획했다”는 대표 황인욱씨는 92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사면된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마광수 교수의 ‘미래의 성’, 고길섶씨의 ‘소수자 되기와 소수문화론’ 등 대학의 인문교육이 포괄하지 못하는 ‘재야’의 인문학을 생활세계 안으로 끌어오는 게 이 사이트의 취지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아카넷TV(www.acanetv.com)는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나 네트로폴리탄 대학보다 정통 학문에 더 근접한 수업 내용을 추구한다. 한국학술협의회가 기획하고 아카넷TV에서 제작을 맡고 있는 이 사이트의 수업들은 ‘목간(木簡)과 고문서로 본 고대의 사회와 경제’, ‘파우스트로 본 독일문화’ 등 제목부터 녹록치 않은 수업들이 많다. 수업강사들 대부분이 한국학술협의회와 네트워킹된 대학교수이거나 강사들이다. 수업을 듣는 이들 역시 교양에 관심 있는 일반인보다는 관련학과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많다. 아카넷TV는 호서대·상명대 등 국내 9∼10개 대학의 부교재로 콘텐츠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뒤져보면 일반인들이 편한 마음으로 즐기듯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상봉 교수(경기대)의 ‘대중예술의 이해’ 등 대학가 인기강좌들을 묶은 ‘유레카 명강의’ 시리즈는 별다른 준비 없이도 대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있는 강좌들이다. 특히 이 사이트는 관심만 있으면 언어철학의 대가 존 서얼, 신학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등 세계적 석학의 특별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무료 가입만 해도 교양이 쌓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트들의 대중적 인기는 영어나 자격증 관련 온라인 강좌보다 여전히 턱없이 낮다. 무엇보다 인문학 위기라는 커다란 흐름에서 이들 사이트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오픈 초기 수강생들의 열기로 인문학 대중화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 네트로폴리탄의 경우 지난해 이래로 유료 수강생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는 바람에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다. “자금 압박 때문에 초기에 기획한 만큼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하는 네트로폴리탄의 황인욱 대표는 “사이버 대학으로 등록하러 교육부에 갔을 때 왜 돈도 안 되는 것을 하느냐는 담당직원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초기 인터넷의 비전처럼 온라인이 지식과 교양의 평등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이 아닌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낮은 수강료에만 의존하다 보면 온라인 인문학 강좌는 자연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시간이 없어서”, “먹고살기 바빠서”. 온라인은 ‘뭔가 허전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변명에 대한 대안을 이미 제출해놓고 있다. 고장난 아날로그 시계처럼 자꾸 뒤지는 듯한 머리와 감각을 탓하며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오늘 당장 온라인 인문강좌에 무료 가입해보는 것을 어떨까? 지식을 많이 얻지 못하더라도 가을바람 같은 지적 긴장을 잠시 가져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노석미
강형철▶ 먼저 김경희님의 <호외>라는 작품에 대해 좋은 점과 좀더 숙고할 점에 대해 말씀들 나누시죠.
김경희▶ 떨려요.
송은영▶ 괜찮아요^^.
딸기 ▶ 떨꺼 엄써요. 금방 끝나요!
두레 ▶ 순서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겠죠.
강형철▶ <호외>로 하죠.
김경희▶ 기탄없이 말씀하시라요. 괜찮으니까니.
딸기 ▶ 잘못깠다가 담에 삐져서 안둘오는거 아녜염? 편안하게 하지요. 우선 1연이 너무 재미없이 진행되는 것 같지요….
(…) 하루에도 수만개의 가상의 방에서 벌어지는 채팅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 이 장면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수업풍경이다. 온라인 강좌인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www.artnstudy.com 원장·신경림)에서 운영하는 창작아카데미의 ‘시창작실습’ 실시간 창작강의시간에 강사 강형철 시인(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과 수강생들이 수다 같은 토론, 토론 같은 수다를 풀어놓는다. 교수·학생의 벽 허물고 실시간 강의
시와 소설로 나뉜 창작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수시로 습작을 올려놓고 담당교수의 품평을 받는다. 격주에 한번씩 밤 10시에 교수와 학생 전체가 컴퓨터 앞에 모여 작품 토론회를 연다. 교수의 오타에 바로 학생의 꾸짖음(?)이 날아오고, 때로는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온 학생으로 인해 토론이 ‘술과 인생’이라는 주제로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강단 앞에서 죄지은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고 교사의 지시를 듣거나 손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궁금증을 가슴에 묻고 마는 교실 안의 흔한 풍경은 그려지지 않는다. “대전에 살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주로 하는 시창작 강좌에 참가하기가 어려워 아쉬웠어요. 이따금 지역에서 열리는 교실에 가면 아무래도 참가 강사들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고요.” 신문사의 지역통신원으로 일하며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조용숙(31)씨는 지난해 겨울부터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의 온라인 시창작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조씨와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들은 포항·전주·강원도 등 대부분 조씨처럼 지방에 살고 직장에 육아에 바쁜 사람들이다. “오프라인에서라면 망설이기 쉬운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수강생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피력합니다. 강의실에서 질문 하나 던지고 한참을 기다려야 대답이 나올까 말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죠.” 수업을 이끌어가는 강형철 시인의 말이다. 서로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나와 이따금 이야기가 끊기며 산만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시간 창작강의는 교수와 학생의 벽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는 ‘네티즌들에게 재교육의 기회와 함께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학예술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크게 동영상 강의를 주축으로 하는 문화예술 강좌와 창작아카데미로 나누어 운영되는 이 사이트가 자체 분석한 주요 수강층은 ‘지방에 거주하는 30대 여성’들이다. 조용숙씨처럼 나이가 들면서 가사나 직장일에 바쁘고 서울 접근에 쉽지 않은 사람들의 지적·문화적 욕구가 온라인을 통해 배출의 통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비용 역시 월 1만1천원(창작아카데미는 월 3만3천원)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강좌보다 싸다. 민예총·숭의여대 등 공식·비공식 교육기관과 연계해 오프라인 수업을 촬영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수강생들의 즐거움은 하나 더 있다. 무료 회원가입만 하면 오프라인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시인 김지하씨의 강연이나 인터뷰, 소설가 하성란씨 등 인기작가의 대학 내 특강 등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저명 강사진 활약… 다양한 컨텐츠

사진/ 온라인 인문학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네트로폴리탄대학(왼쪽)과 아카넷 홈페이지. 아래는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의 창작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실시간 채팅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