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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브리짓 존스야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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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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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어바웃 어 보이>
지난해 영국을 휩쓴 노처녀 이야기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영광을 올해에는 별스런 노총각 이야기 <어바웃 어 보이>가 이어받았다. 제작사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등의 히트작을 낸 ‘워킹타이틀’이라거나 소설을 토대로 만들었다거나, 휴 그랜트가 출연한다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 이래저래 <어바웃 어 보이>는 남자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다. 그런데 아등바등하는 브리짓 존스와 달리 주인공 윌(휴 그랜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누구를 책임지거나 누가 자기를 책임지는 것도 싫어하는 팔자 좋은 노총각이다. CD와 DVD에 고급 취향이 있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봐도 지겹지 않다. 물론 운동(당구!)도 하고, 인터넷 서핑(포르노 사이트 뒤지기?)도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건 여자뿐이다. 적당히 즐기다 그만두기를 되풀이하는데 여자를 떼어놓을라치면 “이기적이다”, “비열하다” 등의 비난을 받는 후유증이 번거롭다. 우연히 남편 없이 자식을 키우는 여자를 만났다가 이런저런 번거로움 없이 섹스를 즐기고도 부담없이 헤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독신 엄마들의 모임에 음흉한 마음가짐으로 나갔다가 12살짜리 마커스(니콜라스 홀트)를 만나면서 삶의 방향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마커스와의 우정을 통해 가슴 찡한 감동을 요구하는 게 <브리짓 존스의 일기>보다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진부함과 상식선을 오가는 대사나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렵고, 자칫 비정상으로 대우받기 쉬운 가족들만 등장시켜 정상적으로 대우해주는 참신함을 보인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처럼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성인 남녀의 문제를 유쾌하게 꿰뚫는다. <아메리칸 파이>를 감독한 폴 웨이츠와 크리스 웨이츠가 연출했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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