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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몽환적 리듬이 가슴에 안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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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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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록그룹 크랜베리스 내한공연… 꺾기 창법에 아일랜드 감성 담아

사진/ 크랜베리스는 신비롭고 애잔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8월19일 첫 내한하는 록그룹 크랜베리스를 소개하기 위해서 먼저 그들의 음악이 태어난 아일랜드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수백만명을 어머니의 땅에서 내쫓은 감자 대기근, 근세 이후 영국의 지배와 독립 전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폭력 테러 등 행복하지 못해 보이는 역사를 가진 이 섬나라는 작은 땅덩이와 어울리지 않게 많은 밀리언셀러 뮤지션들을 배출해냈다. 포크 뮤지션 반 모리슨을 비롯해 록그룹 U2, 뉴에이지 가수 엔야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휩쓴 아일랜드 음악인들이 추구한 음악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을 설명할 때는 언제나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아일랜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지구 반대편의 음악팬이라도 이들의 음악 속에서 미국이나 영국의 주류 팝과는 다른 ‘어떤 느낌’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 느낌을 하나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덜 기름지고 알싸하게 가슴 한구석을 톡 찌르는 독특한 분위기를 ‘아일랜드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동네 밴드로 출발해 결성 10주년 맞아


크랜베리스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적으로 35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이들은 언제나 U2에 이은 아일랜드 최고의 록그룹으로 소개된다. 특히 신비롭고 애잔하면서도 바람을 가득 넣은 공처럼 통통 튕기는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목소리는 이들의 음악이 ‘아일랜드’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데 기여한다. 10대 시절부터 켈틱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한 그의 목소리에서 아일랜드의 감성이 배어나온다는 건 다소 막연하기는 하지만 근거 있게 들리기도 한다.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독특한 ‘꺾기’ 창법은 주주클럽의 주다인, 자우림의 김윤아 등 국내 여성 보컬들 사이에서 ‘국산화’되기도 했다. 오리어던이 쓰는 노랫말에도 아일랜드의 감성이 종종 묻어나오는데 < No Need To Argue >에서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를 노래(Yeat’s Grave)했는가 하면 네 번째 음반 < Bury Thr Hatchet >에서는 분쟁 많은 아일랜드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나아가 이들은 선배 그룹 U2처럼 마약이나 전쟁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비판을 노랫말에 담기도 했다

크랜베리스는 올해로 결성 10년을 맞는다. 1990년 아일랜드 서부에서 음악을 하던 10대의 노엘 호건(기타)과 마이크 호건(베이스) 형제, 퍼걸 롤러(드럼)는 여성적인 자신들의 음악에 어울리는 여성 보컬을 구하다 또래인 오리어던을 만나게 된다. 그전까지 종교음악에 심취했던 오리어던은 이 밴드를 통해 180도 전향을 한 셈이다. 카세트로 자신들의 노래를 녹음해 동네 음반가게 몇 군데에 돌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다가 음반사를 만나 냈던 첫 싱글음반 두장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2년 새로운 매니저를 만나 녹음한 데뷔 음반 < Evrybody Else Doing It, So Why Can’t We? >는 이들이 음악 커리어를 새로 시작하는 전기가 됐다. 발표 뒤 유럽시장에서 소규모 인기를 얻었던 이 음반은 크랜베리스가 영국 그룹 스웨이드, 듀란듀란과 함께 미국 투어를 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음반에 수록된 < Dreams >는 영화 <중경삼림>에 중국 가수 왕정문의 리메이크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서 크랜베리스가 많은 팬을 확보한 계기는 94년 발표한 두 번째 음반의 머릿곡 < Ode To My Family >가 국내 드라마에 삽입되면서부터. 이 음반에 수록된 < Zombie >는 무겁고 강렬한 리듬의 곡으로 그해 미국의 얼터너티브 방송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퍼토리가 됐다. 이후 두장의 음반을 추가하면서 오리어던은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평을 받는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한국 음악팬들과 떨리는 상견례를 할 이들은 이날 무대에서 < Dreams > < Ode To My Family > 등의 인기곡들과 4집 음반의 < Promises >, 최근 사랑받은 < Analyze >까지 10년의 뮤지션 활동을 중간 결산하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문의 02-399-5888).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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