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기절에는 체면이 없다. 점잖은 신분에 아랑곳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무참히 거꾸러뜨리는 것이 기절이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몇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기절하기도 했다. 그의 아들인 현 부시 대통령도 과자를 먹으면서 텔레비전 앞에서 미식축구를 관전하다가 기절한 적이 있다. 강도가 ‘손 들엇’ 하니까 그냥 기절해버린 사람도 있고, 록 음악 연주장에서 고함을 지르다가 기절하는 소녀들도 있고, 부부관계를 할 때 거의 매번 기절을 하는 부인도 있다.
동양의학에선 기(氣)가 제대로 순환해야 정상을 유지하는 법인데, 무슨 이유로 기의 흐름이 막히면 이를 “기막히다”고 하고, 머리로 가는 기가 잠시 ‘끊어’지면 이를 ‘기절’(氣絶)이라고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심장이 피를 콱콱 짜서 전신으로 돌리는 펌프질의 힘이 약해져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떨어지고 따라서 산소 공급량이 떨어지면 이 때문에 의식소실 상태가 된다고 설명한다.
기절이 생기는 기점을 전후해서 몇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 흔히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든다든지, 속이 메슥메슥한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머리가 어찔어찔하며 어지럽고, 눈이 뿌옇게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 땀이 흠뻑 나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보통 기절의 원인으로는 혈액순환 불량, 아주 심한 통증, 지나친 스트레스, 피나는 장면 목격, 약물복용, 탈수상태, 수면부족, 머리의 손상, 간질, 심장질환, 중풍 등을 들 수 있다. 살을 뺀다고 지나치게 다이어트하거나 광물질의 섭취가 부족할 때 특히 칼륨이 부족할 때도 쉽게 기절을 한다. 매우 드물지만 재미있는 현상으로 참고 있던 오줌을 누고 난 직후, 심하게 토할 때, 기침을 강렬하게 할 때, 심지어 한바탕 웃을 때도 기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가서 정밀검사와 함께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경우, 하루에 두번 이상 기절한 적이 있거나, 어지럼증 같은 전조 증상이 없이 갑자기 기절을 하거나, 전에 심장병 중풍 또는 간질 등을 앓은 병력이 있거나,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똥을 싸는 경우, 또는 이런 약 저런 약을 매일 먹고 있는 상황 등에서는 단 한번의 기절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병을 예고하는 경고 신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지혜와 서양의학의 기술을 다 동원해야 기절을 더욱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치료도 할 수 있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