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지구 위에는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그 가운데 극히 일부가 환자이고, 또 그만큼의 건강한 사람이 있다. 나머지는 불건강한 사람이다. 전체 인구에 비해 환자는 매우 적고, 진짜 건강한 사람도 환자 수와 비슷하게 극히 일부일 뿐이며, 나머지는 전부 불건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사람이 늘 불건강한 상태로 살고 있다. 가끔 건강한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불건강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병든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불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항상성 기능이 내재되어 있다. 무엇이 잘못되면 저절로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주위 환경과 대자연은 항상성 기전에 도움을 주거나 제동을 가한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 같은 구실을 한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내 스스로 액셀러레이터를 밟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격이 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성 기능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이것이 이른바 불건강이다. 건강하지는 않지만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미병의 상태다. 이 수준을 지키지 못하고 더 지나치면 질병 상태가 되어 결국 환자로 불리게 된다. 요컨대 사람의 상태는 건강, 불건강, 병의 3단계로 나뉘는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제2단계인 불건강의 상태에 주로 머물러 있다.
동양의학에선 사람의 상태를 건강과 불건강으로 구분하고, 의학의 초점을 건강에 맞춘다. 건강을 유지하는 섭생법과 보신에 중점을 둔다. 서양의학에서는 사람의 상태를 병과 무병으로 구분하고, 의학의 초점을 병에 맞춘다. 언제나 병이 의학의 중심에 있다. 건강과 불건강으로 구분하면서 건강에 초점을 맞춘 동양의학과, 병과 무병으로 구분하면서 병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학의 두 극 사이에 ‘건강하지는 않으면서, 병이 아닌 회색지대 미병(불건강)’이 문제아로 등장한다. 이 미병을 다스려보겠다고 회색지대 광야에 등장한 풍운아가 대체의학이다.
대체의학의 등장으로 세계 의학계가 술렁이고 쑥덕거린다.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돌아가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는 사람도 많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참건강이란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며 영적 요소를 추가했다. 가뜩이나 넓은 불건강의 영역이 더욱 넓어진 것이다. 전 세계적인 대체의학 붐은 기존 의학이 불건강을 효율적으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참된 건강의 수호자는 불건강의 영역을 지배해야 한다. 21세기 새 시대의 의료인들은 불건강의 해결사여야 할 것이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