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통증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됐다. 그때부터 통증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투쟁은 끊임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갖가지 통증은 여전히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고대인들보다 많이 통증에 시달리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느끼는 ‘아픔’에는 4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생리적 통각이다. 이것은 바늘에 찔리면 아프게 느껴지는 정상적인 감각이다. 몸에 손상을 받았으니 빨리 손을 써서 그 부위를 보호하고 치료하라는 신호다. 몸을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고맙고도 필요한 감각이다. 통각의 예민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고, 문화권마다 다르고, 정신수련 수준에 따라 다르다. 다음은 증상으로서의 통증이다. 몸에 질병이나 외상이 있어서 많은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이 망가졌을 때 생기는 감각이다. 일단 여러 진단과 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낸 뒤 가능한 한 빨리 없애주어야 하는 통증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주려고 하는 경고성 신호이지 계속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감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고통으로서의 통증이다. 그냥 아프다는 감각의 수준을 넘어 심리적으로 괴로움과 고통이 따르는 통증이다. 만일 암에 의한 통증이라면 그냥 감각으로서의 통증보다 강력한 괴로움과 고통을 느낀다. 만성 통증환자에게 가끔 통각을 전달하는 신경의 통로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뇌의 전두엽(이마 쪽에 있는 뇌의 부분) 일부를 절단해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환자가 통증이라는 감각은 계속 느끼되 ‘괴로운 고통’의 기분은 없어진다. 마지막은 행태(行態)로서의 통증이다. 이 상태의 환자는 ‘아픈 감각’의 차원을 넘어 ‘통증 인간’(pain man)이 되어버린 상태다. 이런 사람은 통증이 그 사람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환자는 증상으로서의 통증을 없애려고 하면 그 치료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통증 행태를 교정’하는 특수요법을 써야 한다.
같은 부위에 생긴 통증이라고 다 같은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다 같은 부위인 허리 통증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생리적 현상으로서의 통각’인지, ‘병적 증상으로서의 통증’인지, ‘심리적 고통으로서의 통증’인지, ‘행태로서의 통증’인지를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증상에 걸맞은 치료법을 찾아내고, 알맞은 예방법도 제시해줄 수 있다.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