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록밴드 다섯팀의 릴레이 미니 페스티벌 ‘원 핫 데이’
열대야보다 화끈한 열기로 지층을 달굴 록음악콘서트가 7월26일 잠실벌에서 열린다. 올림픽 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원 핫 데이’는 국내외의 대표적 록밴드 다섯팀이 릴레이로 다섯 시간 동안 무대에 오르는 일종의 미니 록페스티벌이다. 99년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을 비롯해 대규모 야외 록페스티벌이 줄줄이 실패하여 ‘광란’의 열기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한 록음악팬들에게는 가슴 떨리는 ‘디데이’가 아닐 수 없다.
‘레드 핫 칠리…’라는 이름만으로도…
해외팀 둘과 한국팀 셋이 출연하는 이번 출연진 가운데 유독 반가운 이름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세계적인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다. 시장성 부족으로 전성기의 세계적 뮤지션을 국내무대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현실에서 이들의 연주를 현장에서 듣게 된 것은 팬들에게 행운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 1990년대 초 얼터너티브록의 바람을 기세좋게 열어젖힌 밴드 가운데 하나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얼터너티브라는 말조차 한물간 아이러니가 된 지금까지 왕성한 음악활동을 펼치는 밴드다. 80년대 중반 미국 LA에서 결성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91년 발표한 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밴드로 떠올랐다. 70년대 스타일의 하드록과 흑인음악의 펑키함과 랩을 독특하게 칵테일한 이들의 음악세계는 80년대를 풍미한 메탈록의 ‘느끼함’에 식상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니르바나로 대표되는 그런지록의 흐름과도 구별짓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후와 최근작 (99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어떤 그룹도 흉내내지 못하는 자유분방함과 깊은 음악적 성숙도로 사랑받아왔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음악뿐 아니라 멤버들의 ‘내 멋대로’ 행동 때문에 록음악계의 악동으로 불려왔다. 비틀스의 를 패러디해 네명의 멤버가 홀딱 벗고 건널목을 건너가는 표지로 유명한 를 비롯해 전 멤버가 팬티바람으로 공연무대에 오르는 것은 오히려 준수한 편이다. 무대 밖에서도 마약시비, 강간미수 혐의 등으로 각각의 멤버가 크고 작은 말썽을 끊임없이 일으켜왔다. 덕분에 90년대 중반까지 이들의 앨범은 국내에 온전히 소개되지 못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월드컵 열기를 록페스티벌에 옮긴다
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제인스 어딕션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자매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가깝다. 80년대 후반 결성된 제인스 어딕션은 도어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영향을 받아 도발적이면서 몽환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록밴드다. 두 밴드의 음악적 성향은 다소 다르지만 제인스 어딕션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나바로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한동안 멤버로 활동했고, 이들의 메이저 데뷔앨범인 88년작 에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팀으로 참가하는 밴드는 월드컵 응원열기와 함께 국민밴드로 대접받게 된 윤도현 밴드와 크라잉 넛, 역시 월드컵 응원가로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스카펑크 밴드 레이지본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이들의 발랄한 재능과 음악적 실력을 충분히 확인한 한국팬들에게 이들에 대한 설명은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듯. 레이지 본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함께 세계적인 규모의 록페스티벌인 후지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문의:02-399-5888).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록공연 '원 핫 데이'에서 한국팬과 만나게 된 세계적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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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 핫 데이'에는 3팀의 한국밴드와 2팀의 외국밴드가 참가한다. 사진은 윤도현 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