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의 사이언스 크로키
이른바 ‘원조교제’ 문제가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원조(援助)교제의 원조(元祖)는 일본이다. 일제 강점 시기 이래 한-일간의 정상적인 문화교류는 한동안 억제되었다. 그런 가운데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진리(?)가 작용한 탓일까? 군국주의의 잔재, 밀실정치, 경제 제일주의, 주입 및 암기식 교육, 폭탄주, 퇴폐적 성문화 등, 우리 사회에 미친 그릇된 일본문화의 영향은 매우 크다. “원조교제라는 말이 그 범죄적 속성을 교묘하게 가린다”는 비판에 따라 얼마 전에는 ‘청소년 성범죄’라는 말로 고쳤다. 그러나 직관적 호소력 때문에 원조교제라는 말이 여전히 널리 쓰인다.
우리는 흔히 식욕과 성욕을 인간의 2대 본능으로 내세운다. 또 다른 견해는 부·권력·명예에 대한 욕구를 인간의 3대 욕망으로 꼽는다. 그런데 성욕은 부와 권력에 은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성욕은 어느 견해에서나 인간으로서는 거의 불가항력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허리 아래는 얘기하지 말라”며 입을 닫는다. 인간 이성의 한계를 넘는 것이므로 그것을 문제삼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 얘기도 많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이 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성욕도 비록 강하지만 우선 먹고사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새길 수 있다. 어떤 사례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달콤한 섹스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인가?”라는 설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식사를 택했다. 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성욕은 식욕보다 2차적 욕망이란 점은 분명하다. 간디는 ‘20세기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인간이 지구 위를 걸어다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위대한 영혼’이란 뜻의 ‘마하트마’란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였을까? 그런데 그는 스스로 도달한 경지를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확인하려 했다. 그래서 젊고 매력적인 여자를 품에 안고 여러 밤을 보냈다. 섹스는 하지 않고서…. 어쨌든 그도 인간이다. 너무 특별히 볼 필요는 없다.
중국의 판다 곰은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물이다. 그런데 야생 판다와 달리 동물원의 판다는 번식력에 문제가 있다. 도대체 섹스에 대하여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판다판 섹스 비디오’를 수컷 판다에게 보여주는 ‘판다판 성교육’까지 나왔다. 최종 성과는 아직 모르나 일단 수컷의 진지한 학습 자세로 보아 성공적이라고 한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딴 생각이 든다”는 것은 사람의 속성이다. 그러나 거친 환경에서 매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드는 야생동물에게는 너무나 호사스런 얘기다. 그들에게는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이 더 어울린다.
원조교제의 당사자는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어른은 섹스 자체이다. 그리고 “성욕은 본능”이라고 변명한다. 청소년은 어떨까? 표현력은 부족하지만 그들의 변명과 항변의 요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못다 할 얘기가 넘친다. 섹스는 본능보다 배움에 가깝다. 청소년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배우는데’, 왜 어른은 나이가 든 뒤에 다시 본능이라고 항변할까? 어른에 대한 ‘2차 성교육’이 청소년에 대한 ‘첫 성교육’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절실한 듯싶다.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일러스트레이션/ 차승미
순천대학교 교수·이론화학 jsg@sunchon.sun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