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MC역할 마다않는 국악방송 신주연 피디… “국악은 졸리는 소리가 아니랍니다”
하루 종일 우리 소리, 국악을 들려주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국악방송(서울·경기 FM 99.1, 남원일대 95.9). 개국한 지 1년 겨우 되는 이 방송은 물 흐르는 듯, 봄밤 일렁이는 공기를 타내리는 듯한 가야금 소리에서 우리 영혼을 푸른 보리밭으로 몰고 가는 듯한 민요, 먼 산골 메아리로 들려올 듯한 아라리, 그런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국악이 좋아요> 프로그램의 제작에서 진행까지 맡고 있는 신주연(31) PD는 ‘우리’ 소리라고 쓰기를 저어한다. 자칫 국악을 더 멀게 느껴지게 할 것 같아서다. 우리 것은 싫든 좋든 좋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실어주기에는 국악은 너무 아깝고 좋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들려주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믿는다.
월드컵 땐 <아리랑>이 짱이었다
“다들 모르기 때문에 싫어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듣기가 싫어지고 뭐가 뭔지 모르니 어려울 것 같고 그런 거지요.” 발랄한 분위기의 신 PD에게서는 여름날 하오의 졸음 같은 국악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국악이 얼마나 좋은 음악인지 가르쳐주기 위해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제가 제작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 <창호에 드린 햇살>은 아침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요. 아침 출근길에 신청곡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듣던 음악, 익숙한 곡을 선택하시는 편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비교적 쉽다고 생각하는 곡 사이사이 신 PD는 자신이 선택한 ‘낯선’ 곡들을 밀어넣어 결국 청취자들과 친하게 만들어버린다. “한번 들어보면 아, 이런 곡이 있었구나, 아시게 되는 거잖아요?”
국악 청취자들은 주로 연령층이 높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대에서 8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의 잔치인 월드컵 내내 신청곡도 더욱 많이 들어왔다. “특히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은 몇배로 들어왔어요. 응원하는 의미에서 태평가를 틀어달라, 사물놀이나 비나리를 틀어달라 하셨어요. 저도 무조건 다 틀어드렸죠.” 이번 월드컵에서는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을 빠뜨릴 수 없다. 국악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운 곡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 것, 민족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증폭되었는데 이런 기회를 타서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모종의 계획은 없는지? “올림픽 당시에도 폐막식 때 그런 말이 있었어요. 김소희 선생님의 뱃놀이가 나왔을 때 모두들 우리한테도 이런 노래가 있었나, 이렇게 흥겨운 우리 음악이 다 있구나, 국악을 가지고 대중화를 할 수 있다, 뭐 그랬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 쑥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동요하지 않아요.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의 인기는 온전히 그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은 음악교육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아리랑을 가르칠 때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을 틀어주면 아이들이 모두 이거 알아, 이거 알아 하거든요, 그 다음에 원래 아리랑을 틀어주면 교육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특히 조용필의 <한오백년>은 국악 대중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신 PD는 강조한다. 우리는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곡들도 꼽아보았다. 강산에의 <쾌지나 칭칭나네>, 김부자의 <달타령>, 김세레나의 <새타령>, 이상은의 <몽금포 타령>…. ‘대∼한민국’은 민족적 리듬
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한 그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7차 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스승과 함께 책을 펴낸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국악방송으로 오기 바로 전까지 그는 초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했다. 약 1년간의 그 경험이 책을 쓰거나 방송을 진행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고백했다. 교사 시절 그의 음악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소풍가서 모두 군밤타령만 불렀단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소리가 싫어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국악은 졸음이 오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어요.”
아이들은 대금도 불고 해금도 타고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잘 부르는 선생님을 경외했단다. “국악도 참신하고 톡톡 튀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고 싶었어요.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배우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연히 국악층은 넓어지고 두터워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자면 선생님들께서 국악에 대해서 더 많이 아시는 게 좋지요.”
내 학교 시절 음악시간이 생각났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는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 다음 그림 중 아쟁은? 궁중제례악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두 글자로 쓰시오. 음악책에서 국악 관련 페이지는 수초 만에 그냥 넘어가곤 했다. 지금은 크게 달라졌는가? “7차 교육과정에서 국악의 퍼센티지가 높아졌어요. 단소만 해도 이제는 리코더처럼 필수 악기가 되었어요. 수적으로 이미 많이 확보된 거지요.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것이 1차 목표예요. 제가 해금을 공부할 때도 친구들이 춘향이, 향단이 하면서 놀렸거든요.”
그는 국악시범학교인 중학교에 다니면서 국악과 인연이 닿았다. “처음 해금을 대했을 땐 느낌이 묘했어요.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그때 우리에게 국악이란 그 자체가 신기했어요.” 국악 전공자였던 음악 선생님 덕분에 국악공연을 볼 기회가 많았다. 더구나 국악관현악단이 학교에 오기도 했단다. 저절로 관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 PD의 두 동생도 모두 대금과 해금 연주자다.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겠다고 한 건데 지금은 모두 저보다 나아요. 하하하….” 국립국악원 박물관 마당에서 어느 팀인지 꽹과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한 가운데 들리는 소리이건만 언제나 들어온 듯한 장단이다.
참, 지금 바야흐로 전 국민의 응원구호인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이 우리 고유의 엇박자라고 하던데요? 한 TV방송에서 서양인들에게 생소한 이 엇박자가 이번 응원의 저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했다. 잠깐 자리를 함께한 송혜진 제작팀장이 설명해주었다. “엇박자가 아니라 리듬의 변형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 한국 리듬은 홀로 있는 홑박이 없어요. 항상 짝을 이루어 하나가 있으면 그것을 받아주는 게 있어요. 대∼한민국과 짝짝짝 짝∼짝이 하나인 거지요. 대-한-민-국 4박자잖아요. 뒤에 오는 박수도 4박자인데, 거기에 변형을 준 거지요. 우리 민족에게 이 리듬은 시켜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거지요. 굳이 우리 민족 고유의 것이라기보다는, 겹박이어야 완성된다는 한국적 장단개념에 약간의 변형을 준 것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그의 머릿속은 국악의 창고
국악방송국에 와서 얘기를 나누면서 국악세례를 받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봐야 내가 아는 거라곤 춘향가, 심청가는 판소리다 하는 정도다. 신 PD는 나 같은 사람에게 <국악이 좋아요>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한다. “국악방송에서 배우는 코너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제가 시작한 프로그램이에요.”
<국악이 좋아요>는 명창이 아마추어들에게 음악교육을 하는 시간이다. 신바람 국악교실, 재미있게 국악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신 PD는 ‘망가지는 MC’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노래를 모르고 시작한다는 데서는 청취자와 같이 배우는 입장이거든요.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불러요.” 청취자들이 귀를 세우고 듣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생님, 이렇게 부르는 게 맞나요, 졸졸 따라다니며 배우는 모습이 생도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게 진행한다. 배움에 욕심이 많은 신 PD는 이 기회가 명창들의 비법을 전수받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한다.
“그분들이 아하∼ 아으으∼ 하시는 소리는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한수 가르쳐주십사 하면 처음엔 이거 비법인데 하시던 분들도 이젠 다 보여주세요. 그래서 이 프로 정말 인기 있어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청취자 대상 장기자랑 시간은 상으로 주는 장구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단다. 남원 청취자들은 모두 수준급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준다. 더러 평생 숨어사는 보석 같은 노인 분도 있다고 한다.
신 PD는 어느 책이든 책에 나오는 국악은 모두 찾아서 일일이 녹음을 해둔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불러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의 머릿속은 국악의 창고다. “레퍼토리가 다양하다”고 간단히 표현한다. “어디서든 누가 노래부르라면 저는 사양하는 법이 없어요.” 국악에 대한 사랑으로 첨벙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허우적거리는 PD일 뿐이라고, 앞으로 공부할 게 산더미라고 신 PD는 말한다. 그러나 언젠가 국악이 우리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음악이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시금치나 당근은 싫어도 먹으면 좋은 음식이잖아요. 국악도 그래요. 일단 한번 들어보세요.” 아무래도 그는 우리에게 국악 시금치를 먹이려는 아리랑 뽀빠이 같다.
자유기고가

사진/ 발랄한 분위기의 신 PD에게서는 여름날 오후의 졸음 같은 국악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용호 기자)
국악 청취자들은 주로 연령층이 높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대에서 8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의 잔치인 월드컵 내내 신청곡도 더욱 많이 들어왔다. “특히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은 몇배로 들어왔어요. 응원하는 의미에서 태평가를 틀어달라, 사물놀이나 비나리를 틀어달라 하셨어요. 저도 무조건 다 틀어드렸죠.” 이번 월드컵에서는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을 빠뜨릴 수 없다. 국악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운 곡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 것, 민족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증폭되었는데 이런 기회를 타서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모종의 계획은 없는지? “올림픽 당시에도 폐막식 때 그런 말이 있었어요. 김소희 선생님의 뱃놀이가 나왔을 때 모두들 우리한테도 이런 노래가 있었나, 이렇게 흥겨운 우리 음악이 다 있구나, 국악을 가지고 대중화를 할 수 있다, 뭐 그랬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 쑥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동요하지 않아요.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의 인기는 온전히 그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은 음악교육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아리랑을 가르칠 때 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을 틀어주면 아이들이 모두 이거 알아, 이거 알아 하거든요, 그 다음에 원래 아리랑을 틀어주면 교육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특히 조용필의 <한오백년>은 국악 대중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신 PD는 강조한다. 우리는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곡들도 꼽아보았다. 강산에의 <쾌지나 칭칭나네>, 김부자의 <달타령>, 김세레나의 <새타령>, 이상은의 <몽금포 타령>…. ‘대∼한민국’은 민족적 리듬

사진/ (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