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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애니메이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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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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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스 에이지>
올 여름영화 전쟁에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들도 일제히 뛰어들었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으며 거장의 자리를 굳힌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6월28일 개봉하는 데 이어 드림웍스의 <스피릿>(7월5일 개봉),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7월12일), 20세기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8월9일)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일본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지난해 <슈렉>으로 디즈니를 실컷 조롱한 드림웍스가 디즈니와 벌이는 재대결도 눈길을 끈다. 이 틈에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린 덴마크의 장편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7월26일)도 끼어들었다.

<스피릿>은 백인들이 미대륙을 새롭게 점령해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서부극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기병대가 아니라 한사코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야생마 스피릿과 그의 인디언 친구다. 광활한 자연의 시원함을 드러내는 이 애니메이션은 정치적으로 유난히 올바른 자세를 굽히지 않는데, 기병대의 침략자적 이미지와 순수함과 인간미의 인디언을 대립항으로 세워놓았다.

<릴로 & 스티치>는 외계인 스티치를 ‘21세기형 미키 마우스’로 내세운 듯한데, 디즈니의 전통적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예쁘지도 않고 입담도 거친 스티치는 위협적인 움직임까지 보인다. 스티치와 우정을 쌓는 하와이 소녀 릴로의 가정은 화목하고 안정되기는커녕 위태롭기 그지없다. 천사형 캐릭터는 더 이상 호소력이 없다고 판단한 걸까? 다리가 여섯개인 스티치는 은하계를 주름잡던 범죄자로 재판정에서 탈출해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조용한 소동을 일으킨다.

<아이스 에이지> 역시 캐릭터로 승부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빙하시대를 배경으로 늘 사고만 치는 나무늘보 시드, 냉소적이지만 순정을 간직한 맘모스 매니, 뭔가 꿍꿍이를 품고 있는 호랑이 디에고가 길잃은 인간의 아기 로산을 가족으로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벌이는 소란스런 모험담이다.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는 ‘명랑소녀’ 장나라에게 주인공 소녀의 목소리 연기와 주제가를 맡기며 ‘기습’을 노린다. 세 아이가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해 인간을 물고기로 만드는 약을 먹고 불가사리·날치·해파리로 변한 뒤 인간으로 되돌아오려는 모험을 펼친다. 유로 댄스 음악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장면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따왔다.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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