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살리기
‘무엇을 먹을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을까’는 더 중요하다. 우리 옛말에는 식의동원(食醫同源)이란 가르침이 있다. 먹는 것은 다 음식이라 할 수도 있고, 또 다 약이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맛이 괜찮기 때문에 매일 먹는 것이 음식이요, 맛은 별로 없지만 몸에 좋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조금씩 먹는 게 약이다. 즉 맛있는 약이 음식이요, 맛없는 음식이 약이다. 제대로 먹는 요령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골고루 먹는 것이다. 우리 몸의 생리기능이 골고루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도 초식하는 동물의 이빨과 육식하는 동물의 이빨과 섞이어 조화롭게 배열돼 있다.
우주 만물에는 성질이 있다. 물질의 성질이 질(質)이요, 비물질의 성질이 성(性)이다. 서양의학은 질의 의학이다. 담백질·지방질·당질·광물질·섬유질 등 질을 강조하고 질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동양의학은 성(性)의 의학이다. 양성(陽性)·음성·악성·양성(良性) 등 성(性)을 강조하고 조화를 중요시한다. 골고루 먹어야 영양의 성질이 균형을 이루고 조화도 이룰 수 있다.
어떤 음식이 제일 좋은 음식이냐 하는 질문에는 일반화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가장 이상적인 음식은 사람마다 다 달라야 한다. 또 동일 인물이라 하더라도 때에 따라 달라야 한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맹물이,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비타민이 제일 좋은 음식이다. 자라나는 유아기, 힘을 쓰는 청년기, 저절로 살이 찌는 중년기, 기운이 없는 노년기 등의 음식이 달라야 한다. 에너지를 펑펑 쏟아버리는 축구선수·씨름선수, 온종일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는 노동자들, 뱃속의 아기 영양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산모, 병상에 드러누운 환자 등 이들 모두의 음식은 달라야 한다.
커피 한잔만 마셔도 밤새도록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주 한잔에 등까지 뻘게지고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사람도 있다. 음식물에 포함돼 있는 한 성분에는 이런 작용도 있고 저런 작용도 있다. 예를 들면 홍차의 성분 가운데 하나인 탄닌은 항바이러스와 항균 속성이 있는가 하면, 위 점막을 해치는 속성도 지니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동맥경화증과 혈관 질환이 생길 확률이 높다. 반면 콜레스테롤치가 낮은 사람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너무 지나치게 먹거나 너무 부족하게 먹지만 않으면, 우리 몸은 필요한 성분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은 배출하는 자동조절 장치가 항상 작동하고 있다. 이 자동장치가 고장난 환자는 특별히 처방된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이고, 건강한 보통사람은 알맞게 먹기만 하면 된다. 골고루 먹는 게 보약이다.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김성희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