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치명적인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전파… 백신 등 치료제 없어 각국 피해 확산
미국 뉴욕에 있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는 미국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었을 만한 세계적인 관광명소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얼마 전 문을 닫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라고 하는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바로 이 공원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센트럴 파크 이외에도 미국 동부에 있는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뉴욕, 코네티컷 등의 주에서 죽은 새나 수거된 모기로부터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뉴욕시 부근에서였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에서만도 지난해에 7명이 죽었고 62명의 사람들이 치료를 받았다. 자연적인 재해도 커 수천 마리의 새들이 이 바이러스로 인해 떼죽음을 당했다. 이때가 북미지역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된 시기였다.
백신 개발을 위한 300만달러의 연구비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영광스런 책임을 매사추세츠에 있는 오라백스사(OraVax Inc.)라는 한 유전공학 회사가 맡게되었다. 미 보건원(NIH)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을 위해 오라백스사에 30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자칫 인간의 생명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홍역이나 소아마비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생백신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엔 아직까지 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감염되었기에 그것에 대한 공포는 아직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붐을 이루는 벤처급이기도 한 이 유전공학 그룹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발견된 지난해 가을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독자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한 기원은 지난 1937년으로까지 올라간다. 아프리카에 있는 우간다 웨스트 나일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뒤 남아프리카와 유럽, 중동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되었다는 자료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대륙과 우리나라가 있는 동아시아에서 발견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미국 동부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모기에서 자라는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로 아프리카나 서부아시아, 그리고 중동지역에서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이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어떻게 사람에게 전파되는가? 이 바일러스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감염된 모기에게 사람이나 동물이 물렸을 때 옮겨간다. 이런 역할을 하는 모기는 ‘쿨렉스 피피엔’(Culex Pipiens)이라는 모기인데, 이것은 가장 일반적인 집모기의 하나이다. 이 모기가 바이러스가 감염된 새의 피를 빨았을 때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바이러스는 키스나 접촉에 의해서 사람들 사이에 전염되지는 않는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를 만졌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은 동물들을 만질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는 질병에 대한 아무런 증후가 나타나지 않는다. 질병의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전부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고열이 나타나다가 아무런 치료없이도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의 사람들이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의 사람들에게서는 아주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뇌염이나 뇌막염과 같은 뇌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고열이나 두통 그리고 근력 약화와 같은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고, 드문 경우에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 따라서 어린아이나 노약자와 같이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은 바이러스 치료약이 현재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길만이 이 질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모기의 수를 줄이기 위해 방충제를 뿌리는 것과 같은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기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4월에서 10월까지는 가급적 모기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인 새벽녘이나 저녁 무렵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피치 못하게 야외에서 활동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긴팔이나 긴바지를 입기를 권장하고, 곤충퇴치 스프레이를 이용해 모기의 접근을 가능한 한 억제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바이러스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있는 지역이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전에는 없었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는가를 알아보면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전염병에는 ‘해외유입전염병’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외국을 드나드는 내국인이나 외국인, 혹은 그 매개물들을 통해 해외에서 유입이 가능한 전염병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발견되게 된 경위를 바로 이 경로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입될 날 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종의 해외유입전염병이 지정돼 있다. 정부가 지정한 해외유입전염병 가운데 하나인 말라리아 환자의 분포를 보더라도 지난 1994년에는 6명이던 것이 지난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1999에는 57명에 이르렀다. 외국과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는 오늘날에는 풍토병에만 관심을 갖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일본뇌염에 대한 경보를 내린다. 지난 5월31일에도 국립보건원은 제주도 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본뇌염매개 모기가 발견되어 전국에 주의보를 내린 적이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머지않아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에 상륙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미국에서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치사율을 1%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뇌염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사율이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30%에 이르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 국민 보건을 고려할 때 현명한 일로 생각된다.
김정호/ MIT 연구원jungho@MIT.EDU

(사진/미국 동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모기)

(사진/한 연구원이 채집된 문제의 모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지난해 뉴욕시 부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지난 8월 말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피해 사례와 방역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