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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온실가스 배출구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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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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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청정연료로 떠오른 수소의 가능성… 보랙스 이용해 무공해 수소 시스템 실현

사진/ 액체수소를 주입하는 모습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구온난화. 이것을 획기적으로 낮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제의 몰락이다. 실제로 1990년 소비에트연방 붕괴에 따른 동유럽의 불경기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극적으로 낮췄다. 온실가스가 경제성장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수입이 늘어나면 자동차·에어컨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 지구온난화를 조장하게 된다.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인구증가가 둔화세에 있음에도 온실가스는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일부러 경제를 망가뜨릴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인구를 줄이기 위해 세계대전을 감행하라는 엽기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없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자동차 등에 이용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난망하다. 국제사회의 합의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아직 성과를 보진 못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각국의 방출량 감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의정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륜구동 차량에 높은 연비 기준을 설정하고 에너지 사용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도 어림없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 풍력이나 태양열·지구열·바이오매스 등은 지구 에너지 수요의 2% 정도를 감당할 뿐이다. 5%를 차지하는 원자력은 지구온난화에 이롭다 해도 사용 과정이나 사용 뒤 방사능 오염을 일으켜 믿음직한 대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의 재앙을 막을 대체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그동안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나 메탄올 등 적잖은 후보군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것도 ‘차세대 에너지원’의 자리를 꿰차지는 못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을 인정받는 대체 에너지원은 수소다. 바닷물만큼 흔한 원료 공급원이 있고 사용 과정이나 뒤에 다시 물로 순환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청정 에너지라는 장점도 있다. 화석연료는 사용 뒤에 산화질소와 분진 등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어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에 비해 수소는 무해 가스여서 공기 중에 유출되더라도 위험이 없다. 이런 수소는 연료전지는 물론 놀라운 폭발력을 자랑하는 미사일과 제트기의 추진연료, 화학공장의 공정가스 등으로 쓰인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류에서 나온다. 화석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증기와 함께 배출되는 것이다. 수소가 연료로 전환되는 과정은 단순하다. 가장 오래된 방법인 전기분해법은 H2O 분자에 전자이온으로 충격을 가해 수소를 분리한다. 분리된 수소는 연료전지 속에서 산소와 재결합해 전기를 띤 이온이 모터를 돌리게 된다. 부산물이라고 해봐야 수증기 형태의 물분자밖에 없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염려도 없고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난 1992년 캐나다 밸러드 파워 시스템즈는 수소동력 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버스는 150kW의 힘을 냈다. 하지만 수소연료는 오랫동안 단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았다. 휘발유만큼이나 인화성이 강한 수소를 담을 탱크와 컨테이너 기술을 확보하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미래의 자동차 연료로 수소를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소자동차는 가솔린을 사용하는 자동차보다 열효율이 우수하다. 또한 내연기관의 일부만 개량해도 수소를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연료탱크를 수소저장탱크로 바꾸는 데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본의 무사시기술연구소와 독일의 BMW 등이 액체수소 저장탱크를 장착한 수소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수소저장 합금을 이용한 수소자동차 시제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수소자동차 연구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가 생산하는 ‘프리우스’는 가솔린 엔진과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5인승 승용차로 차량중량 1240kg에 연비 28.0km/l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최근 수소는 궁합이 맞는 촉매재를 만나 최후의 청정연료로 거듭날 태세다. 꿈의 촉매제는 세탁비누에 들어가는 성분인 ‘보랙스’(Borax)다. 분말 형태의 보랙스를 물에 녹이면 연료전지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한다. 보랙스가 나트륨 붕소수소화물를 만나 반응하면서 수소기체가 형성되고 공기에서 유입되는 산소와 함께 연료전지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특별한 수소저장탱크가 없어도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연료가 연소하면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부산물도 만들지 않는다. 이른바 무공해 수소 시스템을 실현하는 것이다. 보랙스를 이용해 수소자동차를 운행하면 연료전지에 수소를 공급하는 나트륨형 자동차보다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나트륨형 자동차는 자동차 속도를 0에서 27km까지 높이는 데 16초나 걸린다. 이에 비해 나트륨 붕소수소화물은 로켓 추진연료로 쓰일 정도로 폭발력이 좋아 훨씬 성능을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 확보가 관건… 나노 수소탱크 개발

사진/ 수소가 청정연료로 거듭나고 있다. 보랙스는 놀라운 폭발력의 수소를 연료로 바꾸는 데 쓰인다.
아무리 수소를 이용한 청정연료라 해도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문제다. 수소연료 공장과 충전소를 세우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만 해도 190억달러나 되고, 영국이 15억달러, 일본이 6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탓에 수소연료의 단가를 최대한 낮추어도 기름값의 두배 이상 될 전망이다. 나트륨 붕소수소화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보랙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양의 휘발유보다 50배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충전소를 세워 나트륨 붕소수소화물을 차에 충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차에서 배출된 폐기물인 나트룸 붕산염을 다시 재활용 시설로 보내야 한다. 수소연료가 기술의 뒷받침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모든 동력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탄소 나노튜브를 사용한 고체 상태의 수소저장용 매체가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수십년은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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