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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잡힐듯 잡힐듯 멀어진 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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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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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초반 선전한 최경주 마지막날 추락…아시아 남자 골퍼 최초의 메이저 제패는 언제쯤

사진/ US오픈 첫날 공동 3위에 오른 최경주. 이틀간 상위권에 맴돌다 마지막날 공동 30위로 떨어졌다. (SYGMA)
아쉬운 한판이었다.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16강에 오른 뒤 8강이 있기 전날 ‘블랙호크’ 최경주(32·슈페리어)도 일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최경주는 미 프로골프(PGA) 사상 최악의 코스에서 벌어진 US오픈(총상금 550만달러)에서 공동 30위에 머물렀다.

최경주는 6월17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주립공원 골프장 블랙코스(파 70·721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 경기에서 7오버파 77타를 쳐 합계 12오버파 292타로 비제이 싱 등과 공동 30위로 추락했다. 최경주는 이날 버디 없이 보기만 7개를 범했다.

선수들 고문하는 코스 속에서…


지난 6일 컴팩클래식에서 한국 골프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PGA 역사를 다시 쓴 최경주는 US오픈 첫날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선두와는 불과 2타차.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최경주를 비롯해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6명뿐이었다. 장타력에 정교함을 갖추지 않고는 결코 좋은 스코어를 뽑아낼수 없는 ‘마의 코스’였다. 발목까지 덮는 깊은 러프에 유리알보다 빠른 그린은 선수들을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마치 미국골프협회(USGA)가 ‘선수들을 고문하기 위해 조성한 코스’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최경주의 샷은 힘을 발휘했고,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틀째도 마찬가지. 최경주는 비록 버디 1개, 보기 4개로 3오버파 73타로 고전했지만, 합계 2오버파 142타로 공동 3위를 유지했다. 이날도 언더파를 친 선수는 단 3명이었고, 합계 언더파 기록은 2명에 지나지 않았다. 우즈가 5언더파 135타였다. 최경주는 선두와 7타차가 됐다. 타수가 문제가 아니라 메이저 대회에서 최경주가 ‘톱10’에 오를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최경주는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 3번 출전해 지난해 PGA 선수권 대회에서 공동 29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 때문에 희망은 더욱 부풀었다. 월드컵 때문에 US오픈에 대한 열기는 다소 떨어졌지만 최경주의 선전은 그 의미가 컸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도 기적 같은 사건이었지만, 이번 메이저 대회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느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만큼 메이저의 문턱은 철옹성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2라운드까지 US오픈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가던 최경주는, 3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뒷걸음질쳐 합계 5오버파 215타로 공동 13위로 밀려났다. 버디 4개를 기록했지만 보기 5개에 더블보기도 1개. 이때까지도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었다. 공동 10위와 겨우 1타차여서 최종일 경기에서 무너지지만 않으면 대성공이었다.

사진/ '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는 유일한 언더파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왕관을 8개로 늘렸다. (SYGMA)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는가. 이틀간 상위권에서 맴돌던 최경주는 결국 악천후 속에서 열린 마지막날 경기에서 뒷심 부족으로 보기만 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절반에 그쳤고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 적중률은 39%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최경주는 마지막날 유일하게 언더파로 우승한 ‘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가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는 버디 9개, 파 43개, 보기 19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해 미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뒤 최경주는 “첫 이틀간은 컴팩클래식에서처럼 샷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3라운드부터 샷이 흔들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코스가 워낙 까다로운데다 악천후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경주는 “앞으로 기회는 많다. 욕심내지 않고 브리티시오픈과 PGA 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고국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올 시즌 1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네번 들었고 컷오프는 네번 기록했다. 마스터스는 기회를 놓쳤으나 이번 US오픈을 비롯해 브리티시오픈, PGA 선수권에 출전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오는 셈이다.

최경주의 올 시즌 뚜렷한 변화는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한 장타력이다. 평균 282.6야드로 48위에 랭크돼 있다. 다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조금 떨어져 63.6%로 135위,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 적중률은 62%로 114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퍼팅이 몰라보게 좋아져 평균 1.737타로 22위를 마크하고 있다. 파온을 하지 못한 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등을 잘해 파를 잡아내는 스크램블링은 64.4%로 29위에 올라 쇼트게임이 좋아졌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최경주는 시즌 13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상금 랭킹 20위 이내에 들었다.

다시 그랜드슬램 노리는 타이거 우즈

한편 우승컵은 타이거 우즈에게 돌아갔다. 우즈는 이날 2오버파 72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77타로 왼손잡이 천재 골퍼인 필 미켈슨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US오픈에 출전한 156명 선수 가운데 언더파 기록은 우즈뿐이다. 우승상금 100만달러를 보태 우즈는 시즌 11개 대회에 출전해 405만5100달러를 벌어들여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메이저 대회 왕관을 8개로 늘려 톰 왓슨과 함께 이 부문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우즈보다 메이저 대회 우승경력이 많은 선수는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18회), 월터 헤이건(11회), 벤 호건과 개리 플레이어(이상 9회) 등 4명뿐이다. 우즈의 8개 메이저 대회 타이틀 가운데 마스터스가 3회로 가장 많고, US오픈과 PGA 챔피언십이 각각 2회씩이며, 브리티시오픈은 1회다. US오픈은 지난 2000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 복귀한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우즈는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4개 메이저 대회 연속우승을 달성했으나,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타이거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우즈는 30년 만에 같은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차례로 제패한 선수가 됐다. 특히 세계팬들은 앞으로 동양인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우즈가 PGA 투어 사상 아무도 이루지 못한 ‘같은해 4개의 메이저 대회 석권’을 뜻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인지에 최대의 관심이 쏠려 있다.

 최종성적

 이름

최종타수

첫쨋날-둘쨋날-셋쨋날-넷쩻날

 1.타이거 우즈

 -3파 277타

 67-68-70-72

 2.필 미켈슨

  0파 280타

 70-73-67-70

 3.제프 매거트

 +2파 282타

 69-73-68-72

 4.세르지오 가르시아

 +3파 283타

 68-74-67-74

 5.닉 팔도

 +5파 285타

 70-76-66-73

 5.스콧 호크

 +5파 285타

 71-75-70-69

 5.빌리 메이페어

 +5파 285타

 69-74-68-74

 8.패드레이그 해링턴

 +6파 286타

 70-68-73-75

 8.닉 프라이스

 +6파 286타

 72-75-69-70

 8.톰 바이럼

 +6파 286타

 72-72-70-72

 11.피터 로나드

 +7파 287타

 73-74-73-67

 12.저스틴 레너드

 +8파 288타

 73-71-68-76

 12.로버트 앨런비

 +8파 288타

 74-70-67-77

 12.더들리 하트

 +8파 288타

 69-76-70-73

 12.제이 하스

 +8파 288타

 73-73-70-72

 16.스티브 스트리커

 +9파 289타

 72-77-69-71

 16.시게키 마루야마

 +9파 289타

 76-67-73-73

 18.찰스 하웰 3세

 +10파 290타

 71-74-70-75

 18.크레이그 스태들러

 +10파 290타

 74-72-70-74

 18.루크 도널드

 +10파 290타

 76-72-70-72

 18.스티브 플레시

 +10파 290타

 72-72-75-71

 18.토머스 레벳

 +10파 290타

 71-77-70-72

 18.마크 오미라

 +10파 290타

 76-70-69-75

 24.대런 클락

  +11파 291타

 74-74-72-71

 24.어니 엘스

 +11파 291타

 73-74-70-74

 24.크리스 디마르코

 +11파 291타

 74-74-72-71

 24.데이비스 러브 3세

 +11파 29타

 71-71-72-77

 24.제프 슬루먼

 +11파 291타

 73-73-72-73

 24.짐 카터

 +11파 291타

 77-73-70-71

 30.최경주

 +12파 292타

 69-73-73-77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기자 golfahn@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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