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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반가워요,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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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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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료연대 치과의사들이 마련한 한-베 예술제 ‘평화의 손을 맞잡고’

사진/ 해마다 베트남의 한국군 참전지역으로 진료활동을 가는 치과의사들이 이번에는 음악으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2000년부터 베트남에서 진료활동을 하며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 맺힌 깊은 골을 메워온 치과의사들이 이번에는 날카로운 진료기구 대신 악보를 들고 베트남과 한국, 그리고 세계를 잇는 평화의 다리를 놓는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산하 베트남평화의료연대는 오는 6월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한-베트남평화예술제 ‘2002 평화의 손을 맞잡고’를 연다.

예술인들 어깨 겯고 전쟁의 진실 알려

해마다 3월이면 일주일 동안 베트남의 한국군 참전지역에서 진료봉사를 하면서 양민학살지역 답사를 해오던 평화의료연대가 평화예술제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의 베트남전 진실 바로 알기와 화해의 노력들을 정리해보고 더욱 많은 한국인들과 베트남전의 진실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기획된 이 행사를 진행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진료업무에 바쁜 치과의사들이 15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회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2000년 처음 열렸던 한-베트남 문화제의 기념음반 <미안해요 베트남>을 전세계 평화운동 단체에 보급했던 국제민주연대가 함께 기획에 나섰고,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던 회원들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9천여만원의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2000년 행사 때 마지막 무대에서 베트남에 사과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 <미안해요 베트남>을 발표했던 박치음 교수(순천대)가 평화예술제의 총연출을 맡았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거대한 집체극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 만남·참회·평화라는 테마로 3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되는 이번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 영화, 인형극 놀이 등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형식이 어우러지는 버라이어티 뮤지컬이지만 “각장이 테마를 가지고 진행된다는 면에서 ‘옴니버스 뮤지컬’이라 칭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라는 게 총연출자 박치음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무대에는 한국 예술인들뿐 아니라 베트남 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해 예술제의 의미를 더욱 다진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 원일씨와 베트남의 혁명음악가 바오 푹이 공동 음악감독을 한다는 사실은 이번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바오 푹은 <미안해요 베트남>의 베트남어 버전을 제작했고, 최근에는 한국의 민중가요를 베트남어로 번역해 제작하고 있는 국립음반사의 음악감독. 이뿐만 아니라 베트남 호치민시음악회 타악단과 베트남 어린이합창단이 내한해 각각 우리나라의 타악그룹 공명, 아름나라 어린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이번 행사에 초대됐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오게 된 베트남 전사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반례는 베트남 전사의 전쟁시절과 오늘을 카메라에 담은 소중한 필름을 보내왔다.

이애주 교수 연꽃무 등 볼거리 풍성

한국 출연진의 공연 가운데 흥미를 끄는 부분은 원일씨와 정재일씨가 함께 연주하는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이매지너리 랜드스케이프>. 우리 전통악기와 전자 타악기를 협연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정재일씨는 얼마 전 멤버를 재정비한 타악그룹 ‘푸리’에 합류한 실력 있는 연주자다. 가수 이지상씨는 지난 예술제 때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노래 <베트남에서 온 편지>를 다시 부른다. 또 하나. 승무인간문화재인 이애주 교수(서울대)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연꽃무를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도 기대를 불러모은다. 연출자 박치음씨는 이번 공연에서 <평화의 손 맞잡고>라는 제목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새 노래를 발표할 예정이다. 진료활동에 참가했던 의료진 50여명이 초록색 진료복과 베트남 전통모자 ‘렁’을 쓴 차림으로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와 전 출연진들과 이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진기하고 유쾌한 볼거리가 될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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